“신애리가 제대로 악역을 연기해줘야 구은재가 민소희로서 복수하는 과정에 설득력이 생기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하지만 감독님과 작가 선생님, 좋은 선배님들이 계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 사실 저도 대본을 10회까지 본 후 촬영을 시작했는데 이렇게까지 ‘지르는’ 캐릭터가 될 줄은 몰랐어요.”
매 장면 전력으로 연기하다 보니 체력적인 소모도 많다는 김서형. 숨 가쁠 만큼 빠른 드라마 전개에 대해서도 “대사량이 많아 대본을 충실히 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연기하는 입장에선 전개가 빨라서 더 재미있고 감정이 바로바로 넘어가니까 좋을 때가 더 많다”고 답했다.
김서형 자신도 드라마 초반 구은재와 정교빈(변우민 분)의 집 침대까지 쳐들어가는 장면이나 시부모 금괴를 훔치는 장면에서 “이건 너무한데”라는 생각을 가끔씩 했다고. 이런 까닭에 일상에서 마주치는 시청자들에게 욕을 먹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의외로 사랑받는 악녀란다.
“요즘 촬영장과 집만 오가는데 얼마 전 방송 인터뷰를 통해서 찜질방이나 시장에서의 반응들을 접하게 됐어요. 그런데 악역이지만 신기하게도 싫어한다든지 욕하시기보다는 ‘드라마가 재미있다’, ‘연기 잘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요. 그럴 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받는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는 걸 몸소 느껴요.”
물론 요즘엔 악녀지수가 좀 떨어졌다. 민소희로 변신한 구은재로 인해 많은 굴욕을 당하고 있는 것. 김서형은 자신이 실제로 신애리라면 “이혼을 한 과정이나 내가 운영하던 숍 ‘벨라’를 빼앗기고 다시 그 밑에서 일하게 되는 게 가장 견딜 수 없는 굴욕일 것 같다”고 말한다. 또 만약 김서형이 구은재 역을 맡았을 때 가장 해보고 싶은 연기에 대한 물음에는 “민건우와의 멜로?”라며 수줍게 웃었다.
김서형이 생각하는 진정한 행복은 뭘까.
“제게 있어서의 행복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일인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건 연기이고 그래서 이렇게 연기를 하고 있고 그 연기로 사랑을 받고 있어서 행복합니다(웃음).”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