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18일, 압구정 로데오 거리 한 중간의 건물에 큰 현수막이 붙었다. SM 소속 연예인들의 모습이 담긴 현수막이었다. SM은 이 건물 2층에 카페 ‘이 블록(e-block)’과 5층에 오리엔탈 레스토랑 ‘이-테이블(e-table)’을 마련하고, 지하 1층과 지상 3~4층에는 노래방 ‘에브리싱’을 차렸다.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인 SM이 주력하는 사업은 바로 연주자들이 실제 연주한 웨이브 음원으로 생생한 반주를 제공하는 노래방 사업.
이미 SM은 2006년 노래반주기 제조사인 ‘SM브라보’를 계열사로 추가했고, 지난해에는 노래방운영업체인 ‘SM어뮤즈먼트’도 설립했다. 주로 가수들을 양성하는 기획사로서 적합한 사업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중국 일본 등지에 노래반주기를 수출할 계획인 SM은 어째서 노래방 사업으로의 진출을 시도했을까.
이에 대해 SM의 한 관계자는 “음반업계는 불법 음반, 무료 음악파일 등으로 인해 2004년에는 1200억 원, 2007년에는 절반 수준인 650억 원으로 규모가 급락했다”며 “동방신기 등이 선전하고 있지만 SM 역시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 음악 등 콘텐츠와 소속 연예인의 인기를 활용해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연예계 불황을 다른 사업을 통해 헤쳐 나가겠다”는 목적은 ‘디초콜릿 커피’나 ‘C.A.S.T’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특히 IHQ와 카페 베네가 지난해 MOU를 확정짓고 함께 마련한 압구정 건물은 한예슬의 TV광고를 비롯해 오픈 때부터 IHQ 소속 연예인들의 방문 및 축하화환 덕을 톡톡히 봐 연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카페를 찾은 대다수의 시민들도 “카페 베네란 커피숍 브랜드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압구정에 들어서고, 한예슬이 광고하는 걸 보고 알았다”고 말해 IHQ와 카페 베네의 전략적 협약이 성공적이었음을 입증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합병을 준비 중이다”라는 말까지 흘러나올 정도로 사업은 성황을 이루고 있다.
‘디초콜릿 커피’ 역시 압구정 1호점을 시작으로 압구정 2호점, 방배동, 일산, 분당 등 7개 점포로 확장했고, 명동, 삼청동, 청담동 점포도 오픈 예정이다. 특히 방배동 ‘디초콜릿 커피’는 워낙 장사가 잘 되는 덕에 현재 한 달 1300만 원 정도의 임대료를 내고 있는 3층 건물을 매입하려고도 했다는 것이 부동산 관계자의 말이다. 비록 건물 소유주인 넥센 타이어가 거절해 매입을 하진 못했지만 인테리어 업체를 인수했고, 점포도 활발하게 늘려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스폰서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현재 ‘디초콜릿 커피’ 대표는 원래 인테리어 전공자로 ‘디초콜릿 커피’ 전 매장의 인테리어를 직접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층뿐 아니라 장년층까지 고려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인기의 비결이었던 만큼 인테리어 업체 인수는 모회사인 디초콜릿이티앤에프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게 ‘디초콜릿 커피’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디초콜릿 커피’는 전 매장이 영업이익률 2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장사가 잘돼 올 가을부터는 고현정, 유재석, 강호동 등 모회사 소속 연예인들을 모델로 내세워 인스턴트 커피 및 캔커피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카페 베네’의 한예슬처럼 소속 연예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한 관계자의 귀띔에 의하면 강호동은 ‘디초콜릿 커피’의 지분 중 일부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즉 강호동이 ‘디초콜릿 커피’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듯 연예기획사와 연계된 카페 사업 성공에 대해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사업과 달리 커피숍 등 일반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사업은 현금흐름이 활발하다”며 “또한 소속 연예인들의 인기에 편승해 고객 유도도 편한 데다 커피숍이 다른 사업보다 수익 창출이 빠르고 쉽다”고 말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압구정에서 한 커피숍을 운영하는 사업가는 “커피사업은 마진이 90% 이상”이라며 “특히 압구정은 유동인구가 많아 웬만큼 잘되면 한 달에 1억 원, 아주 잘되면 2억~4억 원까지의 매출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런 까닭에 현재 한 달 임대료가 약 4500만 원에 달하는 카페 베네와 IHQ 건물 및 3500만 원 정도의 임대료를 내고 있는 압구정 ‘디초콜릿 커피’ 역시 압구정에 터를 잡은 후 사업을 확장하고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셈이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