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네이키드뉴스는 여성 앵커가 하나씩 옷을 벗으며 뉴스를 진행하는 파격적인 행태의 성인 콘텐츠다. 캐나다에서 인터넷 방송으로 시작해 북미, 유럽, 일본 등으로 서비스 국가를 늘려와 현재는 인터넷뿐 아니라 TV와 모바일 등으로도 서비스하고 있다. 한국 지사인 네이키드뉴스 코리아 설립을 공식 발표한 네이키드뉴스의 요아브 시나이 대표는 “우수한 IT 인프라와 높은 수준의 네티즌 문화를 보유한 한국 시장에 진출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90년대 중반에만 해도 한국에선 해외 성인 잡지의 한국판 등록조차 불가능했다. 플레이보이 한국판 잡지를 발행하기 위한 시도가 몇 차례 있었지만 정부는 끝내 이를 용인하지 않은 것. 지난 1997년 한국판 플레이보이의 정간물 등록이 불허된 것이 성인 업계에선 커다란 사건으로 기록돼 있을 정도다. 이 와중에 펜트하우스가 최초로 한국에서 잡지 형태로 발행됐지만 역시 등록이 안 돼 <펜트하우스>라는 이름을 사용하진 못했다. 대신 <스파크>라는 이름의 잡지로 발행됐는데 <펜트하우스>에 실린 사진 등의 콘텐츠 가운데 한국에서 허용되는 노출 수위의 것들에 국내 콘텐츠를 추가해서 발행됐다. 다소 변칙적인 형태였지만 그나마 성공적인 한국 입성이 이뤄진 까닭은 당시 출판업계에서 성인 잡지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01년 드디어 한국에 플레이보이가 상륙했다. KTH(당시 한국통신하이텔)가 미국 플레이보이닷컴과 콘텐츠 사용에 관한 업무제휴를 맺고 오는 성인콘텐츠 포털 서비스를 시작한 것. 곧장 사회적 반발에 부딪혔다. 당장 시민단체와 종교단체들이 반대 입장을 내보였는데 성인업계의 반응 역시 시들했다. 그동안 정부에서 <플레이보이>의 한국판 발행을 막아놓고선 결국 공기업의 자회사가 이를 들여오는 형국에 원성이 드높았던 것. 무리한 계약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회에서 ‘연간 30만 달러의 라이선스 사용료와 수익 50%를 지불하는 무리한 계약을 체결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 결국 이런 잡음만 무성했을 뿐 한국판 플레이보이 인터넷 사이트는 별다른 상과를 올리지도 못했다. 관련 업무에 종사했던 관계자는 “당시 하이텔은 획일적이고 자극적인 사이트가 아닌 여성 포함 모든 성인에게 유용한 성인 사이트를 만들고자 했는데 이는 진정한 플레이보이의 색깔을 포기한 애매모호한 성인사이트를 의미했다”면서 “당시 인기를 누리던 인터넷 성인방송과의 경쟁에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플레이보이라는 이름뿐이었던 것 같다”고 얘기한다.
2003년에는 성인영화채널 스파이스TV가 미국 플레이보이닷컴사와 모바일 콘텐츠공급계약을 체결해 다시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2004년 스파이스TV는 미국 플레이보이의 50주년 기념 파티를 열기도 했다. 이를 위해 한국 최초의 공식 플레이보이 모델인 이사비를 비롯해 플레이보이 대표모델(플레이메이트)인 오드라 린과 디비니 레이가 마크 루돌프 플레이보이TV 사장과 함께 내한하기도 했다. 이날 기념파티에선 국내 모델 30여 명이 플레이보이 모델들의 누드가 상영되는 동안 바니걸 복장으로 서빙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성인전문채널이 플레이보이를 서비스하는 만큼 공기업 자회사와는 차이점이 분명했지만 내한한 플레이메이트의 누드 노출 등 파격적인 이벤트까지 시도하진 못했다.
또한 2006년엔 플레이보이 모델 선발대회가 열려 이파니가 선발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대회는 한국판 플레이보이가 갖는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성인콘텐츠 전문가 김창환 씨는 “코카콜라와 함께 미국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플레이보이의 모델을 선발하는 대회였지만 노출 수위는 비키니 수영복이나 란제리 수준으로 어지간한 패션쇼보다 낮았다”면서 “한국판 플레이보이 콘텐츠의 노출 수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는데 그 정도론 성공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또한 “일부 마니아를 제외하면 한국 남성들이 서양 여성보다는 동양 여성이 나오는 성인 콘텐츠를 더 즐기는 것도 한계가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네이키드뉴스의 요아브 시나이 대표가 말한 것처럼 한국이 우수한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이 부분 역시 한계로 작용한다. 그만큼 불법 다운로드가 심각한 것. 손쉽게 해외 포르노를 불법으로 다운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적 기준의 노출 수위에 맞춘 성인 콘텐츠로는 한계가 분명한 것. 아무리 플레이보이나 네이키드뉴스처럼 세계적인 브랜드에서 생산해내는 성인콘텐츠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