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부회장이 SK케미칼 지분을 늘리고 있는 것에 대해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SK그룹의 계열분리 신호탄으로 여기고 있다. 아래는 SK케미칼 전경. 임준선 기자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최 부회장의 지분 변화를 SK그룹의 계열분리 신호탄으로 여겼다. 계열분리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회사인 SK케미칼 지분을 늘려 지배력을 강화하고 나섰다는 것. SK가스의 최대주주가 SK케미칼(45.56%)이므로 최 부회장의 SK가스 지분 전량 매도와 지배력은 관련이 없다.
최 부회장은 이후에도 틈틈이 SK케미칼 주식을 사들여 지분을 늘려왔다. 지난 10월에는 유상증자를 결정해 20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하는 한편 신주도 배정받았다. 여기에다 6월 23일 SK D&D 상장으로 개인 최대주주(25.42%)인 최 부회장은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지난 10월 26일에는 SK케미칼 공시를 통해 자회사 유비케어 지분 전량을 사모투자전문회사에 797억 원에 매각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유비케어 매각이 완료되면 SK케미칼은 약 400억 원의 차익을 얻는다. SK케미칼은 지난 2008년 이수화학으로부터 유비케어 지분을 414억 원에 인수했다. 이렇듯 지난 1년여 동안 최 부회장이 한 일 중 안 되는 게 없을 정도다.
사실 최 부회장의 고민은 SK가스에 있었다. SK가스의 대부분 매출은 LPG사업부문에서 나온다. 몇 년 전부터 LPG사업은 사양산업으로 인식됐다. 지난 수년간 LPG사업 부진은 곧 SK가스 영업·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SK가스는 울산에 프로필렌 공장을 짓고 배관사업에 투자하는 등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LPG사업이 고전하는 한 위기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LPG부문은 이제 사양산업인 데다 정부 독점인 LNG부문으로 옮겨가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SK가스의 새로운 사업이 정착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다만 최근 울산·여수·대산산업단지에서 LNG 사용량이 줄고 LPG 사용량이 늘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최근 산업단지 내 산업용 LNG 사용량이 지난해 대비 40%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 LPG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LPG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LNG보다 가격 메리트에서 앞섰기 때문이다. 2년여 전만 해도 톤당 1200달러를 웃돌던 LPG의 국제 가격은 최근 300달러대로 떨어졌다. 게다가 LPG는 LNG보다 효율이 좋으며 위험성은 낮다. 산업용 LPG 사용량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SK가스는 국내 LPG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SK가스 관계자는 “최근 LPG 사용량 증가가 영업에 당장 보탬이 되지는 않지만 이러한 추세가 장기화한다면 영업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창원 부회장은 지난 2013년 9월 SK건설 부회장·이사회의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SK가스 대표이사 부회장직은 내려놓지 않았다. SK건설과 SK가스는 다르다. ‘SK케미칼그룹’이라고 지칭하는 소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 부회장은 ‘SK케미칼-SK가스(자회사)-SK D&D(손자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SK D&D의 최대주주가 SK가스이며 SK가스의 최대주주는 SK케미칼이다. SK케미칼소그룹은 지주회사 체제가 아니라 계열사 수직체제다. 이러한 구조에서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SK가스를 SK건설처럼 버리기는 힘들다. 재계·증권가에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SK그룹의 계열분리와 관련해서도 SK가스는 떼어낼 수 없는 존재다.
SK D&D 상장 역시 SK가스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SK D&D 최대주주(32.79%)로서 SK가스의 지분 가치와 실적에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SK D&D의 2대주주이자 개인 최대주주(25.42%)인 최 부회장이 이 지분을 매각해 SK케미칼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까닭은 이미 3개 계열사가 수직화돼 있는 상태에서 SK D&D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보다 SK케미칼 지분을 늘리는 것이 지배력을 안정화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SK가스 지분을 팔아 SK케미칼 지분을 매입한 전례도 있다.
재계에서는 최 부회장이 성장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최 부회장의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 부회장의 시도들을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계열분리와 연결시키고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계열분리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오히려 그룹과 함께하는 것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상황에서 실익이 불문명한 계열분리가 계속 언급되는 것이 의아하다”고 선을 그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