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채영(왼쪽)과 손담비. | ||
배우 차승원은 ‘게릴라 데이트’의 매력을 ‘돌발’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스타는 물론 제작진조차 예상치 못하는 시민들의 깜짝 행동이나 말들이 여타 인터뷰와는 차별되는 매력이란 것이다. 실제로 ‘게릴라 데이트’ 촬영 현장은 각종 돌발 상황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전 부산에서 있었던 배우 한채영의 ‘게릴라 데이트’는 그를 보기 위해 모여든 수많은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문제는 길거리의 시민들뿐만 아니라 도로 위의 운전자들까지도 그의 미모에 시선을 빼앗겼다는 것. 그 가운데 한 운전자가 안타깝게도 한채영에게 넋을 잃은 나머지 앞차와 충돌하는 접촉사고를 내기도 했다.
가요계의 전설 패티김의 ‘게릴라 데이트’에서는 가수 최백호가 깜짝 등장했다. 인사동에서 이뤄진 패티김의 인터뷰는 세대를 초월한 팬들과의 만남이 감동적인 장면들로 연출됐는데, 패티김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넨 이중 한 명이 다름 아닌 최백호였던 것. 우연히 들른 인사동에서 패티김을 보고 깍듯하게 인사를 건네던 최백호의 모습과 그를 환하게 맞아준 패티김의 모습은 따뜻한 선후배 간의 정을 보여주는 명장면이었다.
가수 백지영 역시 ‘게릴라 데이트’를 통해 길거리 음식을 먹던 도중 팝스타 스위트박스와 조우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한국의 스타가 아닌 공연차 내한한 스위트박스와의 우연한 만남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때의 인연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후 둘은 듀엣 곡까지 발표하며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을 과시했다.
<연예가중계>의 김태진 리포터는 ‘게릴라 데이트’의 매력을 스타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영상들이라고 설명한다. “리포터로서 취재 대상과 함께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리다 보면 미처 준비하지 못한 그들의 솔직한 모습을 많이 목격할 수 있다”는 그는 배우 장미희와의 ‘게릴라 데이트’를 가장 인상적인 인터뷰로 꼽았다. 2년 전 크리스마스날, 사람 많기로 유명한 명동에서 장미희와 ‘게릴라 데이트’를 진행했던 그는 “당시 이동조차 힘들만큼 수백 명의 팬이 운집해 경호원들이 진땀을 뺄 정도였다”며 “일부 부담스러운 접근을 시도하는 팬들도 있어 행여 장미희 씨가 언짢아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하지만 장미희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환한 미소로 시민들에게 화답했고 촬영 내내 불편한 기색 없이 일정을 소화해 제작진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반면 불편한 기색을 그대로 드러낸 스타들도 있어 리포팅을 하면서 마음 졸인 기억도 많았다고 한다. 대학가에서 진행됐던 여성 가수 A와의 ‘게릴라 데이트’가 대표적이다. 당시 상당히 늦은 시간이라 거리엔 술 한잔 걸친 젊은이들이 가득했는데 이들은 정상의 여가수 A를 보고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중 한 여학생이 휴대폰을 꺼내 A에게 동반 촬영을 요구하자, A는 ‘아우, 술 냄새 나’하며 거절했다고 한다.
김태진 리포터는 가장 열정적인 스타로 가수 김태우를 손꼽았다. 이화여대 앞에서 진행된 ‘게릴라 데이트’에서 만난 김태우의 모습이 ‘신인의 열정을 간직한 보기 드문 스타’로 비춰졌던 것. 그도 그럴 것이 김태우가 군 복무시절 꼭 한 번 출연하고 싶었던 게 바로 <연예가중계>의 게릴라 데이트였다고 한다. 하루는 내무반에서 배우 한예슬이 출연한 ‘게릴라 데이트’를 동료 병사들과 보고 있었는데 한 후임병이 “김태우 병장님은 저기 안 나가십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김태우는 대뜸 “야! 저런 건 완전 A급만 하는 거야!”라며 버럭 화를 냈다고 회상한다. 결국 김태우는 제대 후 정상의 인기를 다시 누리며 ‘게릴라 데이트’에 출연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인기를 믿지 못해 팬들을 동원하는 스타들도 종종 있다. 요즘 한창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B는 지금과 같은 인기를 구가하기 전인 3~4년 전에 ‘게릴라 데이트’에 출연해 팬들의 함성에 즐거워한 바 있다. 그런데 이는 촬영장소와 시간을 사전에 공지해 팬클럽 회원들의 참여를 유도한 소속사 측의 지극한 배려 덕분이었다. 인기 배우 C 역시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어필하고 싶어 팬클럽을 불렀지만 예상 외로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이 너무 뜨겁다 못해 열기가 가열된 나머지 촬영이 중단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게릴라 데이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경호원이다. 돌발적인 시민들과의 만남이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경호원들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경호원들은 연예인의 인기도나 거리의 시간대별 유동 인구 양에 따라 정해지는데 최근 드라마 <아이리스>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김태희와의 ‘게릴라 데이트’에는 무려 10명의 경호원들이 동원돼 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하지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톱스타임에도 불구하고 경호원이 단 한 명도 배치가 안 돼 주위를 의아하게 만든 스타도 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손담비. ‘미쳤어’의 히트로 한창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된 신촌에서의 ‘게릴라 데이트’. 늦은 저녁 신촌 길거리에 나타난 손담비 때문에 주변은 온통 마비가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촬영 내내 경호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유인즉 당시 경호업체와 제작진 사이에 의사소통이 잘못된 바람에 불가피하게 경호원 없이 진행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 손담비의 매니저와 촬영 스태프들이 총동원돼 경호에 나선 덕분에 촬영은 별 탈 없이 마무리됐다.
‘게릴라 데이트’의 숨겨진 비밀은 이외에도 여럿 더 있다. 명동에서 진행되는 ‘게릴라 데이트’의 경우 대부분 오후 5시 이전에 이뤄진다는 것. 그 까닭은 거리에 늘어선 수많은 상인들의 항의 때문. 좁은 거리에 늘어선 상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촬영이라는데 수백 명의 인파가 동시에 움직이는 ‘게릴라 데이트’의 경우 가판이 쓰러지는 등의 물질적인 피해는 물론이고 촬영 내내 손님을 받지 못해 영업 지장까지 가져다 줄 수 있다고 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