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출신 강수정은 현재 방송인으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지만 처음엔 생전 처음 겪어보는 예능인들의 독한 멘트들로 인해 홀로 눈물을 흘려야 했던 아픈 추억을 갖고 있다. 몇 년 전 강수정의 예능 데뷔작인 ‘여걸파이브’의 녹화 현장. 당시 예능 데뷔에 한껏 들떠있던 강수정은 누구보다도 의상에 신경을 썼지만 이는 그만 다른 출연진들의 보기 좋은 먹잇감이 돼버리곤 했다. 특히 이경실이 강수정의 다리를 ‘김장용 무 두개’라고 표현했을 땐 강수정이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녹화장을 뛰쳐나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러나 주변의 격려와 설득으로 꿋꿋이 버티며 예능감을 찾게 된 강수정. 나중에는 동료 출연진들에게 좀 더 독하게 자신을 공격하고 욕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가 됐다. 그럴수록 자신이 더 많이 카메라에 잡히고 그만큼 방송 분량도 많아지기 때문. 예능이 싫어 예능국장에게 하차 선언을 했던 강수정은 결국 KBS에 사표를 내고 전문 예능 방송인이 됐다.
‘꼭짓점 댄스’와 화려한 입담으로 예능계를 장악했던 김수로. 그에게도 예능 프로그램 고정출연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자칫하면 배우로서 쌓아온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 절친 유재석의 간절한 부탁과 격려에 힘입어 어렵사리 고정 출연을 결심한 ‘패밀리가 떴다’에서도 그는 초반부에 상당히 고생을 했다. 그런데 그가 고생한 이유는 본래 고민처럼 배우로서의 이미지 때문이 아닌 예능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예능감을 뽐내던 그가 예능감을 찾지 못해 고생했다니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는 “게스트로 출연할 때와 고정일 때는 마인드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게스트로 토크쇼 등에 출연할 때는 MC들이 주는 기회만 잘 살리면 돼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아무도 자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예능에서 난다 긴다 하던 김수로조차 예능 전문 방송인들이 자신한테 관심을 주지 않자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시 김수로는 신경성 위장염을 의심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뿐 아니라 지인들에게 자신은 예능과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자책을 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일단 꾹 참고 해보자며 버티던 김수로는 결국 특유의 예능감을 되찾는 데 성공했고 ‘패밀리가 떴다’ 종영에 맞춰 명예롭게 예능 휴식을 선언할 수 있었다.
▲ 성동일, 노유민 | ||
하지만 그는 예능 출연 초반 제작진들과 잦은 충돌을 겪어야만 했다. 생전 처음 접해보는 예능 프로그램에 채 적응도 하지 못한 성동일에게 제작진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요구했고, 성동일은 “배우인 내가 왜 이런 것까지 해야 하느냐”며 반발했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내 연극 무대에서부터 시작된 오랜 내공과 다양한 삶의 경험은 그의 숨겨진 예능감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 냈다. 이후 <스타 골든벨>과 <불량 아빠 클럽> 등의 프로그램 고정 자리를 꿰차며 배우에서 잘나가는 예능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하게 된다. 또한 서서히 작품운도 좋아지기 시작해 이제는 개성 넘치는 조연 배우로 각광을 받으며 배우로서도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다.
‘예능감’을 찾기 위한 노력은 전문 예능인들에게서도 엿볼 수 있다. 제대 후 확 달라진 입담으로 주목 받고 있는 그룹 NRG 출신의 노유민은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리라 결심하고 “국군방송 공연을 통해 카메라 울렁증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다. 또 “밤마다 내무반에서 동료 연예 병사들과 재밌는 얘기를 나누며 콩트를 짜는 등 예능감 찾기에 주력했다”고 고백한다. 군 제대 후 그는 ‘라디오 스타’와 <해피투게더> 등에 출연하며 김종민 천명훈 등을 압도하는 새로운 예능 스타로 급부상하고 있다.
예능스타 A는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자신의 독특한 콘셉트를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여기에는 숨은 도우미들도 있으니 그들은 바로 바로 A와 절친한 개그맨들이다. A는 프로그램 녹화 전에 친한 개그맨들을 만나 아이디어 회의를 연다. 행여 바쁜 스케줄로 인해 그 회의에 참석하지 못할 때는 개그맨들끼리 회의를 통해 좋은 아이템을 뽑아내 달라고 부탁했다. A가 늘 이런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을 두둑이 했던 탓에 그를 도운 개그맨들이 특별 아르바이트생이 된 셈이다.
개그맨 B는 “예능감은 나이순”이라는 이색 주장을 펼친다. 아무리 예능을 위해 공부해도 나이 어린 신인들은 선배들 앞에서 주눅 들게 마련이라고. 또한 예능인 C는 “예능감은 인지도순”이라며 “아무리 재밌게 웃겨도 정작 카메라에 많이 잡히는 것은 인기가 많은 순서대로”라고 설명한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