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내에서 핵심그룹으로 꼽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윤상현(왼쪽)·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특보. 연합뉴스
그중 눈에 띄는 이야기는 두 가지다. 짧게 말해서 친박계 내의 권력투쟁이 있을 것이란 얘기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서다. 그 둘을 만나고 왔다는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런 이야기다.
“솔직히 서청원 최고(위원)가 친박계 좌장이라고, 큰형님이라고 하는데 우리 친박에서는 생각이 좀 다르다. 서 최고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이 분(박근혜 대통령)하고 다이렉트로 대화가 되느냐? 글쎄올시다. 지도부 자리에 있으니까 대접하는 것 같지만, 사실 지난해 전당대회 때 VIP(대통령)가 전당대회까지 와서 밀어줬는데도 2등 한 거잖아? 그때부터 이야기가 안 되는 거야. 사실 우리는 인정 안 해.”
그렇게 나오는 이야기가 ‘서청원 불출마설’이다. 스스로 불출마를 안 한다면 불출마를 종용하거나, 불출마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도 표했다. 그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서 최고가 벌써 일흔셋이다. 내년이면 일흔넷. 우리 새누리당이 총선전에서 늘 써먹어왔던 신진등용론, 40대기수론, 인물수혈론, 아름다운 퇴장…. 이런 걸 하려면 대표적인 케이스가 필요하다. 우리가 모범이 되어야 저쪽(비박계)도 (국회 밖으로) 나가는 것 아니냐. 이재오 의원이 올해 일흔하나인데 그 양반이 20대 국회에서도 있어야 하겠어요?”
73세 서청원 최고위원, 73세 김태환 의원, 70세 서상기 의원.
이런 이야기들은 얼핏 생각해보면 이해하기가 어렵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계파가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친박의 맏형격인 사람을 불출마 종용한다는 말이 설득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들의 말은 곧 물갈이를 통한 ‘진실한 사람들(진박)’의 여의도 입성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으로 이어졌다.
현재 친박계 내에서 코어(핵심)그룹으로 꼽히는 인물은 대략 10명 안팎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가 있고, 그를 중심으로 윤상현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특보,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 유일호 전 국토부 장관, 이정현 최고위원,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있다. TK(대구·경북)에서는 김태환 서상기 의원, PK(부산·경남)에선 안홍준 의원 등이 거론된다. 최근 ‘반기문 대통령과 친박계 총리’로의 개헌론을 언급한 홍문종 전 당 사무총장은 기밀을 너무 일찍 발설한 탓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후문도 있다.
이 코어그룹 밖에 방사형으로 퍼진 1그룹에는 서청원 이완구 강창희 황우여 정우택 강석훈 김현숙 의원 등이 있으며 2그룹에는 이한구 김태원 김을동 조원진 홍문표 유재중 이진복 이학재 이장우 김태흠 함진규 의원 등이 있다.
코어그룹 중 김태환 의원이 일흔셋, 서상기 의원이 일흔이다. 서청원 최고위원뿐 아니라 물갈이의 상징성 내지는 진정성을 보이려면 새누리당의 텃밭인 TK에서 친박계 핵심 불출마가 필요하고, 그런 논리로 김태환 서상기 의원도 표적이 될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다.
친박계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권 인사는 “18대 국회에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불출마한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코어그룹에 있었지만 어찌됐든 그의 불출마로 젊은 친이계가 숨통이 좀 트였던 것이 사실”이라며 “19대 국회에선 이한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도 신박(신친박) 인사 중 한 명이고 김태호 최고위원도 왔다 갔다 하지만 친박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서 최고위원뿐 아니라 몇몇 사람에 대한 불출마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박’의 국회 입성 시도가 현실화할 것이란 이야기는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노회한 친박계 핵심들의 불출마로 당의 공천 개혁에 미력이나마 도움을 주고 그 지분을 신박 공천으로 메운다는 계획. 최근 “내가 바로 박심(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라며 출마를 선언한 현 정부 고위직들이 하루걸러 한 명씩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사의를 표명한 민경욱 전 대변인이나 박종준 경호실 전 차장 정도가 박 대통령이나 그 주변부와 어느 정도 교감을 했을지 몰라도 나머지 사람들은 현 정부에서의 경험을 박심이라 하고 나오는 것이다. 우리 대통령이 여기 나가라, 저기 나가라 할 분도 아니고, 그런 걸 누가 쉽게 말을 꺼내 전달하지도 못한다. 언론에서 해석을 갖다 붙여서 그렇지 진실한 사람들, 이것도 그냥 하나의 정치적 레토릭(수사) 아니겠나.”
그러면서 친박계 내에서 ‘육룡’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히트를 치고 있는 가운데 친박계 내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주자군과 비교해 숫자에서 절대적으로 밀린다며 ‘육룡 진용설’을 퍼뜨리는 것이다. 여러 이야기를 종합하면, 원내에서는 최경환 부총리가, 밖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대희 전 대법관이 공통적으로 거론되며 나머지 두 명에 대해선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친박계 내에선 최 부총리 외에도 믿음직한 차기 후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서열 투쟁에 들어갔다. 앞으로는 공과를 내세워 박심에 어필하려는 치열한 권력투쟁 양상도 예고된다. 최근 친박계 핵심들의 언론 스킨십 강화가 그 신호탄인 격이다.
한편 친박계는 또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두고 ‘찢어놓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압박 전략을 펼칠 것이라 얘기가 크게 들리고 있다. 일명 ‘K(김무성)-Y(유승민) 라인’이 20대 국회에서도 존재한다면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를 쪼개놓기 위해선 김 대표 체제를 붕괴시키거나 김 대표의 힘을 빼고, 유 의원에게 공천을 주지 않거나 그의 측근들을 모두 낙천시켜 고립시키는 네 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의 핵심 인사는 “유 의원은 경선을 해야겠지. 살아 돌아오면 되는 건데,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까 나머지 유승민계들을 어느 정도는 물갈이해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하며 “19대 국회에서 이재오 의원을 고립시켰듯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