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반격 준비?
이 관계자는 지난 21일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국정원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다”고 국정원 내의 침통한 분위기를 전했다. ‘국정원 도청사건’으로 구속된 신건 전 국정원장 시절인 2001년 11월부터 2003년 4월까지 1년6개월간 국내담당 2차장을 맡았던 그의 자살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 이 전 차장의 자살로 인해 특히 정치권이 요동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21일 현재 여야 정치권에선 “이 전 차장의 자살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속앓이가 적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 정부 시절 재직했던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의 구속으로 인해 가뜩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DJ)측과 불편한 관계였는데, 이 전 차장까지 자살함으로써 ‘불 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동교동에선 이 전 차장의 자살 소식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하진 않았지만, 현 정부의 ‘처사’에 대한 DJ의 불만은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DJ가 어떤 식으로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느냐에 따라 정계 지각변동의 수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DJ가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거나 민주당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할 경우 호남 민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에게 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이 전 차장의 자살과는 별개로 앞으로도 현재처럼 국정원 도청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며 애써 무덤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검찰 조사 도중 이미 6명(장래찬 금감원 국장·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안상영 부산시장·남상국 대우건설 사장·박태영 전남도지사·이준원 파주시장 등)이나 자살한 상황에서 이번에 일곱 번째 사례가 발생, 이에 대한 ‘검찰 책임론’을 완전히 피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 전 차장이 검찰의 강압 수사 때문에 무리한 진술을 했고, 이로 인해 절친했던 신건 전 원장이 구속됐다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살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또한 지난 7월 말부터 ‘안기부·국정원 불법도청 사건’으로 비상이 걸려 직원들이 여름 휴가까지 반납한 국정원이 이번 ‘소나기’가 지나간 후 과연 어떤 모습을 취할지도 관심사다. 국정원 공보관실에선 “검찰의 최종 결과가 나온 다음 입장을 표명하겠다”고만 반복한다. 그런데 일각에선 “국정원 압수수색 등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펼치고 있다는 데 반감을 갖고 검찰 등을 향해 반격에 나설지 모른다”는 ‘섬뜩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검찰 고위인사의 비리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어 ‘국정원의 반격 카드’가 실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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