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중구는 왜 안 될까. 중구는 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인 정호준 새정치연합 의원의 지역구여서 상징성이 작지 않다. 게다가 종로구로 이사 오기 전 살았던 광진구에는 새정치연합 대표를 지낸 김한길 의원(광진갑)과 다선의 추미애 의원(광진을)이 자리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이 종로구 출마를 선택한 이유는 종로에 대한 그의 투자에 있었다. 오 전 시장은 최근 사석에서 “서울시장 재임 시절 가장 많은 정책이 투입된 곳이 바로 종로구와 중구였다”면서 “아직도 그곳에는 서울시장 오세훈에 대한 향수가 있다. 해놓은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내놓은 ‘강북 4대문 지역 도심재개발사업’을 보면 종로구 14개 구역, 중구는 21개 구역이 들어 있다. 용산구, 동대문구, 서대문구, 마포구 등도 포함돼 있지만 주력은 종로와 중구였다. 또 최근 자연을 만끽하려는 서울시민들이 종로구 청운효자동의 인왕산 수성동계곡을 찾는 것도 오 시장에게 힘이 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중구 사업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려 최종적으로 종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오 전 시장은 김무성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 관철을 염원하고 있지만 불발되더라도 공천 과정에 여론조사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 기대고 있다. 박 전 의원보다는 서울시장을 지낸 본인의 인지도가 더 높게 나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친박계가 선을 긋고 있는 당원 50 대 국민 50의 의사반영비율이 유지돼도 여론조사에서 앞선다고 판단해 종로구 공천을 확신하는 모습이다.
오 전 시장은 “박 전 의원과 만날 때마다 언론에 이야기가 나온다. 박 전 의원 페이스에 말리는 것 같아 당분간 종로에서의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다”며 “학생들 방학 후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오 전 시장은 현재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의 판단대로 공천이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최근 김 대표가 한 상가(喪家)에서 오 전 시장을 만나 종로보다 어려운 험지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고, 당내 일각에서도 인지도에서 앞서는 대중성 있는 전·현직 의원과 고위 공직자들은 모두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