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위원장은 7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제가 손을 놓는 것은 장수가 백기를 드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나가지 못하는 중생의 입장과 처지를 헤아려달라”고 전했다.
그는 “노동개악을 막을수만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피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씀드렸다”며 그는 노동개악이 중단될 경우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스님과 함께 출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해고가 자유로워지고, 안정된 일자리는 사라지며, 비정규직은 영영 정규직이 되지 못하는 참혹한 현실, 자식세대는 정규직이 희귀하고 특수한 일자리가 되는 노동지옥 세상을 막기 위함”이라며 “민주노총 위원장이 왜 조계사에 피신하면서까지 노동개악을 막으려 하는지 살펴봐달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계사 신도회는 지난 1일 총회를 열어 2차 민중총궐기가 끝난 이튿날인 6일을 퇴거 시한으로 제시해 결단을 요구한 바 있다. 지난달 30일 일부 신도들이 한 위원장 거처를 찾아가 강제로 끌어내리려 한 폭력사태가 발생하자 퇴거 시한을 정해 신변 정리를 압박한 것이다.
그러나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신도들께서 6일까지 일단 대승적 결단을 공고하셨고 6일이 지나도 강제로 내보내겠다는 뜻은 아니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상황인식에 차이를 보였다.
이날 입장문을 대독한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한 위원장이 “국회에서 일단 이 법이 처리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 조계사에 머물고 “16일 (민주노총) 총파업이 있기 때문에 파업까지 지휘하는 것이 위원장 뜻”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5월 24일 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 및 올해 5월1일 노동절 집회에서 불법시위를 한 혐의 등으로 올해 6월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지난 16일 오후 조계사로 은신해 22일째 피신해 있다.
한편 한 위원장은 도주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병력 철수를 경찰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성찰과 기도의 부처님 도량을 둘러싼 공권력의 압박으로 신도들 불편이 너무나 크다”며 “청정도량이 될 수 있도록 조계사 내외 경찰병력의 철수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5일부터 남성출입의 신도를 제한하는 등 한 위원장의 도주에 대비, 700여명을 투입해 삼엄한 경계를 유지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한 위원장의 은신 상황에 대해 “법집행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는 만큼 경찰의 선택의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은신이 장기화 할 경우 다각적 법집행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