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벅 쇼월터 감독
벅 쇼월터 감독은 40대 초반에 뉴욕 양키스의 재건을 이루고, 신생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창단 감독으로 단시일 내 월드시리즈의 우승 기반을 닦은 능력 있는 감독이다. 양 팀은 모두 쇼월터가 팀을 떠난 바로 다음 해에 우승한 묘한 징크스도 있지만, 그 기반을 마련한 것은 쇼월터였다는 점을 인정받고 있다.
2년간 ESPN의 야구 해설가로 일하다가 일선에 복귀한 쇼월터는 박찬호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이미 애리조나 시절 박찬호의 능력에 대해서는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 정신적인 면에서 어떻게 박찬호를 레인저스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세울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했던 것.
쇼월터는 에이스가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주지 못하면 팀 전체가 흔들리고, 결국 자신의 위치가 흔들린다는 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박찬호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중압감을 떨칠 수 있는 정신적인 배려까지 신중히 고려중이다. 승부욕과 팀워크, 그리고 레인저스 소속원이라는 자긍심을 강조할 예정이라는 쇼월터의 스타일에 박찬호는 전반적으로 잘 어울리는 선수다.
◆새 포수 에이나 디아스
올스타 이반 로드리게스가 떠난 레인저스의 새로운 안방 마님은 에이나 디아스(30)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데려온 파나마 출신의 디아스는 178cm에 86kg으로 포수로서는 다소 왜소한 체격이다.
3루수에서 전향한 디아스는 2001년 시즌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백전 노장 샌디 알로마를 제치고 주전을 차지했었다. 강한 어깨와 비교적 정확한 송구력으로 도루 저지율이 35%였던 디아스는 그러나 로드리게스에 비하면 여러 면에서 부족하다.
우선 타격에서 통산 3할대에 장타력도 갖춘 로드리게스에 비해 확실히 떨어진다. 그리고 수비력에서도 조금 뒤쳐진다는 평이다. 볼 배합 역시 아직은 단조롭다는 평가도 있는데, 박찬호를 얼마나 잘 맞춰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디아스와 박찬호가 매끈한 호흡을 맞추는 것은 2003년 시즌에 아주 중요하다. 레인저스는 후보 포수로 채드 크루터 영입을 고려하다가 최근 FA로 팀을 떠났던 해슬맨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어 디아스가 주전, 해슬맨이 후보로 박찬호의 공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 박찬호 | ||
사실 지난 시즌 레인저스의 취약 지구는 구원 투수진이었다. 선발에서 전업한 이라부의 16세이브가 팀내 최고일 정도였고, 무려 32게임에서 세이브 기회를 날려 MLB 30팀 중에 최악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우게스 어비나를 영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직 만 28세인 어비나는 지난 시즌 보스턴에서 40세이브를 비롯, 통산 1백74세이브를 기록한 뛰어난 소방수다. 2년 전 팔꿈치 수술에서 완치돼 다시 1백55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고 있으며, 슬라이더 역시 일품이다.
어비나의 가세는 차세대 마무리 프란시스코 코데로를 당분간 셋업맨으로 기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됐고, 지난 시즌 후반기 부상에서 회복된 제이 파웰 역시 믿을 만하다. 괜찮은 왼손 구원 투수 한 명만 가세한다면 리드하고 있는 게임을 허무하게 날리는 일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번타자 덕 글랜빌
‘공포의 타선’이 될 것으로 기대되던 레인저스의 2002년 타선은 부상과 슬럼프로 얼룩진 결집력 떨어지는 ‘도깨비 타선’에 그쳤다. 2003년에도 아직은 1번 타자 부재가 숙제로 남아있지만, 덕 글랜빌의 영입은 희망을 준다. 지난 시즌 고민거리였던 중견수와 1번 타자의 문제를 글랜빌이 해결해 준다면, 후안 곤잘레스와 칼 에버렛이 풀 파워로 돌아온다는 가정하에 다시 한번 무시무시한 타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계속 타격이 하향세인 글랜빌이 팀을 옮겨서도 솜방망이에 그친다면 레인저스는 여전히 1번 타자 부재라는 난제를 넘어야 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라파엘 팔메이로, 곤잘레스 등이 버티는 레인저스 타선은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에이스 박찬호
박찬호가 과연 레인저스 구단이 기대한 에이스 투수로 올라설 수 있을지는 여전히 반신반의다. 그만큼 2002년 시즌에 대한 실망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반기 부상에서 회복된 박찬호는 확실히 아메리칸리그는 물론 악명 높은 알링턴의 볼파크에서도 승자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오프 시즌 몸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는 박찬호는 지난 시즌의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훨씬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 확실하다. 관건은 쇼월터 감독의 파악처럼 심리적인 중압감을 얼마나 떨쳐버리느냐는 점이다. 사실 작년 시즌의 부진도 거액의 계약에 따른,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초조감과 부담감이 대단히 나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경험만큼 소중한 공부가 없듯이, 박찬호도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2003년 시즌을 기다리고 있고, 겨울 동안 착실히 체력을 키우고 있는 중이라 큰 기대를 걸게 한다.
민훈기 스포츠조선 미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