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아버지의 ‘평등 원칙’ 때문이다. 5명이나 되는 자식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수입원은 Y선수밖에 없다보니 Y의 월급에서 다른 형제들의 학비와 사업비, 생활비, 용돈 등을 해결하고 있는 것. 또한 형제 중 한 사람만 부유해지면 우애를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Y의 아버지는 나머지 형제들도 비슷한 ‘경제적 수준’을 맞추도록 지원을 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재테크’라는 이름으로 저축을 하거나 투자할 만큼의 여유가 없었던 것. Y의 유일한 재산이라면 현재 부모가 살고 있는 30평형대의 아파트 한 채가 전부다.
Y의 아버지는 지난해 6년을 끌어온 빚들이 대부분 정리되었기 때문에 올해부터 Y 이름으로 저축할 계획이라고 한다. Y는 지방팀 소속이라 운동장 부근에 아파트를 얻어 혼자 생활중인데 구입한 게 아니라 월 50만원짜리 사글세다.
또 다른 야구 선수 P는 결혼 후 안정된 노후를 위해 알뜰한 재테크를 계획했다가 최근 백지화시켜 버렸다. 본가에서 생활비로 요구하는 액수가 점점 커지다가 급기야 아내와 어머니가 고부 갈등을 일으키는 등 연일 돈 문제로 집안이 시끄럽기 때문이다.
월급이 나오면 본가로 보낼 돈과 아내를 달랠 돈을 나누느라 바쁜데 P를 더 우울하게 만드는 일은 처가에서도 용돈을 바란다는 사실이다. 결국 아내에게 주는 생활비의 일부가 처가로 흘러들어가면서 월급은 매번 ‘공중분해’되고 말았다. P는 선수로 뛸 수 있는 시기가 불과 3~4년 밖에 되지 않아 은퇴 후의 생활이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한 프로야구팀의 주전으로 뛰고 있는 J는 얼마 전부터 어머니의 빚을 대신 갚아주느라 월급의 50%를 내놓는 바람에 한동안 아내와 이혼 위기에 몰리는 등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어머니가 음식점, 노래방 등을 운영한다며 여기저기서 돈을 빌렸다가 사업이 실패하자 빚쟁이들이 J한테 부채 청산을 요구했던 것. 결국 J는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자신의 용돈을 대신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아내와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아 시름에 잠겨 있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