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주인공으로 고교 2년생 골목 친구 다섯 명인 이동휘, 혜리, 고경표, 류준열, 박보검(왼쪽부터). 원 안의 사진은 그들의 엄마인 이일화, 김선영, 라미란(왼쪽부터) 사진제공=CJ E&M
# 독립영화에서 찾아낸 신예
<응팔>을 이끄는 핵심 주인공은 고교 2년생 골목 친구 다섯 명으로 등장하는 혜리와 류준열, 고경표, 이동휘, 박보검 등이다. 이들과 더불어 극 중 서울대 학생 류혜영과 재수만 6년째 하고 있는 안재홍이 또 다른 축을 이룬다. ‘쌍문동 패밀리’로 불리는 이들 가운데 고경표와 류준열, 류혜영, 안재홍, 이동휘는 ‘공통 이력’의 소유자들이다. 저마다 2∼3년 동안 저예산 독립영화에 참여하면서 실력을 쌓아왔고, 최근 상업영화 조연으로 활동 무대를 서서히 넓히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응팔> 출연 기회를 얻어, 매력적인 앙상블을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고경표와 이동휘 또한 독립영화로 출발해 경험을 쌓은 실력자들이다. <베테랑>부터 <차이나타운> <뷰티인사이드>까지 최근 출연영화는 곧 올해의 흥행작 목록과 겹친다.
오랫동안 독립영화에서 의기투합했던 사이인 만큼 실제로도 막역한 관계다. 특히 최근 <응팔>에서 연상연하 커플로 발전해 로맨스 분위기를 형성한 고경표와 류혜영은 건국대 영화과 1년 선후배 사이다. 드라마에서는 첫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어색한 관계이지만 실제로는 나이차를 무시하고 지내는 허물없는 친구다.
# 정교한 계산으로 선택한 삽입곡
<응팔>의 인기는 드라마 곳곳에 삽입된 음악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삽입곡 대부분은 음원사이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 가운데 단연 화제는 가수 이적이 부른 ‘걱정말아요 그대’. 1980년대 밴드 들국화의 전인권이 부른 원곡을 이적이 다시 불러 이번 드라마의 주제곡으로 쓰였다. 연출자인 신원호 PD는 “팍팍한 시대를 위로하는 듯한 노래 제목과 가사, 위안을 주는 정서가 마음에 들어 드라마에 넣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김창완의 노래 ‘청춘’과 이문세의 ‘소녀’도 빼놓기 어렵다. 두 곡 모두 1980년대 분위기를 담은 아날로그 감성의 노래들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원곡 그대로 사용되지 않았다. ‘청춘’은 지난해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6’의 준우승자인 김필이 다시 불러 서정미를 더했다. ‘소녀’ 역시 혁오밴드의 보컬 오혁이 다시 불러, 원곡 가수인 이문세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완성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배경음악으로 당시 시대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왔다. 삽입된 추억의 대중음악들은 시청자의 향수를 자극하는 결정적인 ‘장치’로도 통했다. 그 분위기가 <응팔>에서도 이어지는 셈이다. 물론 제작진의 곡 선정 과정은 쉽지 않았다. 1988년을 기준으로 당시 인기를 얻은 노래들을 후보로 두고, 드라마의 분위기와 적절히 어우러지는 곡들로 선별하는 과정을 거쳤다. 제작진이 음악을 고르기 위해 가장 먼저 살핀 곳은 당시 유일한 음악 프로그램인 KBS 2TV <가요톱10>의 순위 성적표다.
신원호 PD는 “당시 <가요톱10>에서 1위에 오른 노래들 목록을 보면 다양한 장르가 다양하게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 보인다”며 “좋은 곡은 언제 들어도 좋은 곡이라고 믿는다. 시청자 기억에 없는 곡일지라도 그 힘은 믿고 있다”고 했다.
# 멜로 치중 않고 ‘이웃의 정’ 초점
<응팔>이 내세우는 주제는 가족의 사랑이다.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이웃들이 정을 나누는 모습을 통해서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뿐 아니라 요즘 드라마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는 이 같은 소재는 자칫 ‘고리타분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방송 이후 나오는 반응은 반대다. 19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잊고 살았던 당시의 ‘마음’까지 되살려내고 있다는 평가다. <응팔>의 주요 시청자가 20~30대가 아닌 40~50대 중년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눈여겨볼 만하다.
사실 이런 소재를 선택하기까지 제작진의 고민이 없던 건 아니다. 일종의 모험과도 같았다. 신원호 PD는 “성공할 거라고 장담하거나 기대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목표는 요즘에 없는 드라마,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마음을 따뜻하고 훈훈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1988년을 배경으로 택했을까. “따뜻하고 인심이 좋았던 시기로 기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