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러한 획기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꾸준히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선 쌍수를 들며 환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희망은 없다’라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기 때문.
가장 큰 문제는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 열악한 팀 사정으로 인해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는 것. 어느 팀에서는 현역 축구선수가 영업사원으로 나서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축구공 대신 ‘물건’을 들고 판매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실업팀 축구선수들의 비애를 들여다봤다.
실업팀 선수들 중 상당수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보수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울화가 치밀지만 열악한 팀 사정을 뻔히 알기에 애타게 가슴앓이만 할 뿐이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2∼3구단 정도가 일반 대졸 신입사원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중 K팀은 꽤 높은 보수를 자랑한다. A급 선수가 월 2백50만원에 승리수당(1경기당) 90만원을 받는다. 웬만한 프로 선수에 버금가는 액수다. H팀도 월 2백만∼2백50만원의 기본급에 승리수당 없이 대회 우승시에 일정액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신생팀이면서 FA컵에서 돌풍을 일으킨 S팀도 파격적인(?) 액수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A급 선수는 월 1백80만원, B급 1백만∼1백60만원, 고졸 선수에게는 80만원을 주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팀들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대개 월 1백만원 정도의 기본급을 지급하지만 그중 일부만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모 실업팀의 C선수는 “실제론 60만∼70만원을 받는 것도 어렵다”며 “3∼4개월 밀리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털어놨다.
심지어 하루의 절반은 그라운드를 떠나 영업 전선에까지 뛰어들어야 하는 선수들도 있다. 재정이 열악한 일부 구단은 고육지책으로 선수들의 영업활동을 유도해 판매 금액의 일부를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다. 훈련은 새벽과 오후시간을 이용하면서 오전에 영업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모 실업팀에서 활약하다 군에 입대한 K선수는 “1만원짜리 물건을 팔면 3천원이 떨어진다”며 “그때처럼 내 자신이 초라한 적이 없었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구단 내의 운동하기에는 너무 열악한 여건도 선수들을 불안하게 한다.
K2 전기 리그 참가를 포기한 페스 코리아는 아예 1주일에 3번만 훈련하고 있다. 선수단 숙소와 전용 버스도 갖추지 못해 선수들은 출퇴근하면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게다가 훈련장을 확보하지 못해 회사 인근 공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해 5월 창단식을 가졌던 우진 코리아는 멤버 구성조차 힘든 처지. 지난해 추계 대회 직전 선수들이 대거 이탈해 울며 겨자 먹기로 경기를 포기해야 했다. 그 때문에 실업연맹으로부터 ‘1년 출전 정지’ 중징계를 받아 후기 리그 참여가 불투명한 상태다.
자치단체나 공기업 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시청은 예산 부족으로 전기 리그에 참가하지 못했다. 권오손 감독은 “지난 연말 올 예산안이 미리 확정된 탓에 리그 참가에 소요될 추가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당연히 선수 수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서울시청은 16명의 선수만이 훈련에 참가하고 있고 한국수력원자력팀도 3명의 선수가 부상 등의 이유로 팀에서 이탈, 현재 19명의 선수만이 남은 상태다. 서울시청은 원활한 선수 수급을 위해 인턴제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 계약상 임시직으로 분류돼 있는 점도 실업팀 선수들이 토로하는 불만이다. 지난 3월15일 창단한 수원시청은 선수들을 9급 임시 공무원으로 채용했지만 나머지 실업 구단 선수들은 거의 모두 비정규직 사원이다. 부상에 대한 공포감도 프로 선수보다 더하다. 팀 닥터도 없거니와 치료비용조차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상은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선수들은 이런 현실에서 실업 전체의 경기력 향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입을 모은다. 선수 공백을 자초해놓고 어떻게 발전을 기대하느냐는 반문이다. 오히려 선수들은 리그 참가로 인해 운영비 부담이 늘어난 구단들이 더욱 자신들의 ‘목’을 조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천안 일화와 전남을 거쳐 강릉시청에서 활약한 바 있는 대구 FC의 오주포가 던지는 한마디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다준다. “선수들은 실업에서 희망을 잃은 지 오래다. 이제는 주는 돈만큼만 하자는 의식이 팽배해져 있다. 의욕을 잃은 선수들이 과연 K2의 발전을 이끌어 낼지 의심스럽다.”
유재영 월간축구 베스트일레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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