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못지 않은 파이팅은 보이면서도 잦은 실수를 범해 가끔 폭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더구나 정식 야구장 안에 초등학교 규격의 사이즈를 그물로 만들어 놔서 마치 양식장 안에서 뛰노는 물고기들처럼 보였다.
초등학교 시합은 거의 1시간 이내에 끝이 난다. 그러다보니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관중석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는데 학부모들이 일일이 챙겨주는 모습이 마치 소풍 나온 가족들처럼 너무나 정겹다.
학부모들도 가관이 아니었다. 한 엄마는 피아노 학원에 가야 된다며 아들한테 밥을 빨리 먹으라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 중 압권은 아들이 시합에 출전하지 못했다고 전학시킨다며 감독한테 욕을 한 바가지 퍼붓고 나가버리는 몰상식한 엄마였다. 이게 다 아이들 인성교육보다는 내 아이만 챙기려는 이기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입맛이 씁쓸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아빠는 아들이 안타를 못치자 “저 XX, 시합때 잘 치라고 새벽 2시까지 스윙 연습 시켰더니 왜 저렇게 빌빌거려!”하고 야단이다.
아들은 5학년이었다. 세상에 5학년짜리를 잠도 안 재우고 새벽2시까지 훈련시켰으니 당연히 빌빌거릴 수밖에. ‘쌍코피’ 안 터진 게 다행이다. 사실 그 아이가 뭘 알고 스윙을 했겠나. 아빠가 지켜보고 있으니 할 수 없이 했을 거다. 부모의 지나친 욕심이 자칫 아이의 몸을 망쳐놓을 수 있는 거다.
또 한 엄마는 아들이 땅볼을 치고 1루에서 아웃되자 “아휴 답답해. 힘 좀 쓰라고 아침에 고기하고 햄을 잔뜩 먹여 놨더니 왜 저렇게 힘이 없는 거야”하면서 아들을 원망했다.
정말 내가 답답했다. 그 아이는 힘이 없는 게 아니라 힘이 넘쳐서 몸이 무거운 거다. 아니, 아침에 고기 먹고 점심 때 힘 쓰는 사람이 어딨나. 그리고 경기 당일 육식은 절대 금물이다. 차라리 풀을 뜯어먹는 게 효과적이다.
그날의 히트작은 이거다. 연속 실책을 범해 실점을 하게 된 한 투수의 엄마가 수비수들을 싸잡아 욕을 하다 결국 투수가 바뀌고 그 투수가 유격수로 옮겨갔다. 그런데 자기 아들이 연속으로 2개의 실책을 범하자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휴! 조금 전까지 투수 하느라 피곤한데 왜 자꾸 내 아들한테 공이 가는 거야. 그러니까 실수를 하지. 야! 투수야! 피곤하지 않은 다른 애한테 공이 가게끔 던져봐∼.”
SBS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