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28일 이혜원씨가 4주간의 군사교육을 마치고 퇴 소하는 남편 안정환을 기다리며 활짝 웃고 있다. 왼쪽은 친정어머니 전봉숙씨. | ||
사실 그동안 안정환 부부는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다. 특히 아이가 생기지 않고 안정환의 주변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자 두 사람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가시질 않았던 것. 이런 와중에 접한 아내의 임신 소식은 안정환에겐 청량제와 같았다. 아이 아빠가 될 꿈에 부풀어 있는 안정환의 심경을 아내 이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리해본다.
안정환은 신혼 초 아내 이씨에게 당분간은 아이를 갖지 말자고 제의했다. 신혼생활을 오랫동안 즐기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버지와 함께 살아본 경험이 없는 자신이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아무래도 어색하고 두려웠기 때문이다.
더욱이 어머니의 성을 딴 자신의 과거사로 인해 자신의 아이도 할머니의 성을 따라야 하는 현실과, 나중에 그런 집안의 내력을 설명해줘야 하는 일도 도통 자신이 없었다고 한다. 해마다 불거지는 진로 문제가 여전히 안개 속처럼 불투명하게 전개되는 것도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소였다.
그러나 아내가 항상 혼자 지내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훈련과 경기 등으로 자주 집을 비우게 되면 친구 한 명 없이 오로지 남편만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안정환의 눈에는 작은 생채기가 된 모양이다.
“어느 날 오빠가 그러더라고요. 유럽에 진출하면 그때 아이를 갖자고. 그 말이 얼마나 신기하고 고맙고 행복했는지 몰라요.”
안정환은 지난 한·일전이 끝난 뒤 일본 집으로 돌아가 아내에게 아이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빠른 시일 내에 유럽 진출 문제를 매듭 짓고 외국에 가서 2세를 갖도록 하자는 내용이었는데 아내 이씨는 남편이 결혼 후 처음으로 장차 태어날 아이에 대해 말을 꺼냈다는 사실이 너무나 반갑고 기분 좋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금세 결론 날 줄 알았던 진로 문제가 이런저런 이유들로 지지부진해지자 두 사람은 숨죽이며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힘든 표정이나 불만스런 멘트, 걱정스런 몸짓 등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안으로는 속이 시커멓게 타 들어갔다는 게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시련의 나날을 보내고 있던 안정환 부부는 그 무렵 한 패션쇼장에서 만난 모 여성지 기자의 질문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안면이 있던 기자가 아내 이씨를 찾아와서는 “혜원씨는 왜 아기를 못낳아요?”라는 ‘비상식적’인 질문을 했던 것.
“그때 정말 큰 상처를 받았어요. 아마 죽어도 잊지 못할 겁니다, 그 기자분을. 아무리 궁금해도 어떻게 그런 식으로 질문을 할 수 있는지. 정말 제가 아이를 못 낳는 여자였더라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겠어요. 별거설, 이혼설보다도 애 못 낳는 여자로 인식되는 건 정말 견디기 힘들었어요.”
이씨는 어차피 늦어진 것 6개월 정도 더 기다리다 남편 문제가 해결되면 아이를 가질 예정이었다고 한다. 지난 여름 몸이 좋지 않아서 친정 어머니까지 일본에 들어가 보살필 정도였지만 그때만 해도 임신은 상상도 못했다는 것.
“어느 날부턴가 속이 좋지 않고 소화도 잘 안되고 그러더라고요. 그래도 임신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시간이 지나도 계속 그런 상태가 지속되다보니 혹시나 하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는데 임신 4주째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순간 멍해지던데요. 오빠(남편) 얼굴과 엄마 얼굴이 동시에 떠오르더라고요. 오빠요? 너무 너무 좋아했죠. 저한테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하던데요. 아마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을 거예요.”
이씨는 당장 서울의 친정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어머니 전봉숙씨는 “나중에 낳겠다고 우길 때는 언제고 막상 아이가 생기니까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면서 “애가 애를 가진 것 같아 정말 걱정이다. 그래도 사위의 기뻐하는 목소리를 들으니까 나도 기쁘다. 자랄 때 온전한 정을 못 받은 사람이라 아마 아이가 태어나면 정말 끔찍하게 잘 돌볼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이씨는 여전히 교도소에 수감중인 시어머니에 대한 마음의 짐을 떨쳐내질 못했다.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어요. 저에 대한 서운함, 미움도 많으실 거예요. 그런데 제 노력과 능력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오빠와 어머님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풀린다면 그때 그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속사정을 말씀 드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