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의원이 지난 3일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새해 벽두인 지난 3일 제1야당을 전격 탈당한 김 의원은 안철수 신당을 비롯해 야권재편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엔 제3지대 통합을 위해 탈당했다면, 이번엔 독자적 제3정당 창당을 위해 야권의 창조적 파괴를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안철수 뒤에 김한길이 있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김 의원은 지난 6일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에서 안 의원과 1시간가량 단독 회동하기도 했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창당의 공동 주역이었던 이들이 어떤 대화를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각론과 관련해 기존 정치인 중심의 세력규합식 통합안(김한길)과 신진인사 중심(안철수)의 신당안을 놓고 이견차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이 김한길 막후정치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인재 영입이 신당의 최대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안 의원을 공개 비판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한때 안철수 사단이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 중량감 있는 인사의 합류가 지지부진하자, 일각에선 ‘신당 위기론’도 흘러나온다. 특히 안철수 신당의 합류 타이밍을 보고 있는 비정치인 그룹 내부에선 김한길 안철수 의원의 기득권 포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까닭에 김 의원이 신당 창당 후 당분간 후방에서 측면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 의원의 앞에는 △기존대로 지역구(서울 광진갑) 출마 △비례대표 출마 후 전국선거 지휘 △총선 불출마 등의 길이 있다. 지역구나 비례대표 출마로 신당 최전선에 전진 배치될 경우 참신한 인재 영입에 난항을 겪을 수 있는 데다, 거대 양당(새누리·더민주)과의 혁신 경쟁에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에 ‘총선 불출마’를 선택한 뒤 문재인 호를 궁지로 몰아넣는, 이른바 ‘벼랑 끝 전술’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경우 친노(친노무현)의 2선 후퇴를 미루는 문재인 더민주 대표와의 차별화로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5일 전북 익산시 실로암장례식장의 이춘석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 부친상 빈소를 찾은 김 의원은 ‘탈당파 의원들은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라는 질문에 “탈당한 의원들에게 지도자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그런 말 한 적이 없다”라고 해명했으나, 사실상 신당의 구심점 역할을 내비쳤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친노계도 ‘김한길 총선 불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총선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주류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의 총선에 불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사실상 ‘대통령 안철수-당권 및 총리 김한길’로 정리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