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선거대책위원장 영입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2016.01.14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일요신문]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멘토였던 김종인 전 의원이 더민주의 선대위원장이 됐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를 보는 우려의 시선이 커져가고 있다. 겉으로는 ‘혁신’적으로 보이지만 비노계 인사들 영입을 배제하면서 이번에도 문 대표의 폐쇄성이 증명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김종인 전 의원을 “삼고초려로 모셨다”며 더민주의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문 대표는 지난해 11월께부터 김 전 의원에게 정치 참여를 꾸준히 요청해왔다. 김 전 의원은 현실 정지와 거리를 두겠다며 계속 거절해왔지만 결국 뜻을 받아들였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김 전 의원 영입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등의 다급한 절차를 거쳤다.
이번 영입은 김 전 의원이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멘토 역할을 했고 보수 인사라는 점에서 문 대표 입장에서는 과감한 도전이자 혁신적 이미지 쇄신의 디딤돌이 됐다.
하지만 정작 당내에서 그런 문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그동안 문 대표의 인재영입을 지켜봤을 때 ‘친노’프레임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표가 영입한 인재들은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부터 시작해 김병관 웹젠 대표,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김선현 차의과대 교수, 오기형 변호사, 김빈 디자이너, 양향자 삼성전자 상무,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과 박희승 전 수원지법 안양지원장 등이다.
문 대표가 영입한 인재들은 다양한 분야와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 인물들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야권의 결집력을 키워야할 상황에서 현재 활발히 활동중인 비노계 인사들의 이름이 보이지 않아 당내 비노계 의원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 대표가 영입하는 인재가 늘어갈 수록 호남권 의원들의 탈당이 늘어가는 것도 그 선례인 셈이다.
한 비노계 의원실 관계자는 “문 대표가 김종인 전 의원을 발표하자 모두 표정이 좋지 않았다. 물론 혁신적 인사지만 그동안 당내에서 은밀히 논의돼 왔던 인지도 있는 비노 인사들을 제외하고 오히려 새누리 측 인사를 섭외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비노’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력한 표현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금까지는 호남권과 김한길 의원 세력 등 탈당이 예측 가능했던 의원들이 당을 떠났지만 앞으로는 당내 남아서 문 대표의 능력을 지켜보고 있는 인사들조차 최악의 경우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수도권 여론조사에서 계속 안철수 신당이 우세하는 상황에 대해 문 대표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당내에서는 천정배 이철희 등의 인사 영입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철수 신당과 중재할 인사가 현재 당내에 없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친노 프레임에서 벗어나 당 내외에 있는 비노계 인사들을 포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성연 기자 joofee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