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이 9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으며 19금 영화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내부자들>은 또 다른 대기록을 향해 행진 중이다. 바로 ‘1000만 영화’ 등극. 이미 숱한 영화들이 이 고지를 밟았지만 아직 ‘19금’ 영화에게는 전인미답의 고지다. 1월 셋째 주말까지 9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은 <내부자들>은 100만 명도 더 모으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 하지만 객관적 수치로 봤을 때 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볼만큼 봤다”는 것이 중론이고, 투자배급사인 쇼박스미디어플렉스는 극장 체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내부자들>을 마냥 걸어놓을 순 없다.
대다수 1000만 영화는 12~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는다. 중고등학생들이 영화 흥행을 결정하는 주요 관객층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을 포기해야 하는 19금 영화들은 흥행 면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제적 이유로 19금 영화는 상대적으로 제작편수가 적다.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CJ, 쇼박스, 롯데, NEW 등 4대 투자배급사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이들 역시 전연령층을 대상 관객으로 삼을 수 있는 12~15세 관람가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를 맞추기 위해 많은 시나리오들이 재단된다. 등급 심사 기준에 맞춰 표현 수위를 낮추고, 내용을 일부 수정한다. 이는 결국 표현의 한계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한 충무로 관계자는 “첫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파격적인 소재와 표현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 거대 자본의 틀 안에서 제작되는 과정 중 밋밋해지는 경우를 적잖게 봤다”며 “작품 자체보다는 흥행을 앞세우는 행태가 빚어낸 비극”이라고 안타까워했다.
19금 영화 흥행 기록 2위로 밀려난 <친구>. 총 81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남녀 배우의 노출이 부각되는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은 배우 조인성, 송지효 등이 출연했던 <쌍화점>(377만 명)이다. <스캔들>과 <방자전>이 각각 352만 명, 303만 명으로 2, 3위에 올라있다.
비교적 최근작인 영화 <후궁> <인간중독> <간신> 등에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배우 조여정, 송승헌, 임지연, 이유영 등이 출연했음에도 각각 263만 명, 144만 명, 111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그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티켓 파워 있는 배우들이 노출이 있는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다. 특히 여배우들의 기피 현상은 더욱 심하다. ‘노출 배우’라는 이미지가 생기면 다른 작품에 출연할 때 방해요소가 될 수 있고, CF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톱배우가 출연하지 않으니 작품의 질도 떨어진다. 영화는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프리프로덕션 단계를 거친다. 하지만 인지도 높은 배우가 없으니 투자배급이 원활하지 않아 제작비 규모가 축소된다. 결국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다듬는 프리프로덕션 기간과 과정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충무로 관계자는 “노출에 대한 부담 때문에 티켓 파워가 높은 배우들이 출연을 꺼리고, 이로 인해 투자금 확보가 어려우니 작품을 보완할 여력이 부족해진다”며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노출 영화의 질적 하락을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19금 영화에 대한 대중의 수요는 분명 존재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IPTV, 모바일 등 부가판권시장에서 일본 성인영화의 수입과 유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등급 분류된 영화의 국가별 현황은 일본 483편(28.8%), 미국 422편(25.1%), 한국 367편(21.8%) 등이었다. 그 중 일본의 경우 19금 영화가 392편(81.1%)이었다.
극장 개봉 흥행은 거의 없더라도 부가판권시장에서 19금 영화를 찾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도 이 시장을 겨냥해 유명 배우 1, 2명을 출연시킨 후 B급 배우들의 노출을 부각시키는 IPTV용 영화를 다수 제작하고 있지만 콘텐츠 자체의 역량이 부족해 오히려 19금 노출 영화에 대한 대중적 믿음을 저해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내부자들>의 흥행으로 알 수 있듯, 19금 영화라고 무조건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며 “탄탄한 스토리에 폭력, 노출, 치정 등의 소재를 버무린다면 오히려 표현의 폭이 넓어져 관객들을 열광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