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극적인 사건은 지난 17일에 발생했다. 10여년 전 전북의 한 복지시설에서 만난 A 씨(여·27)와 남자친구 김 아무개 씨(28)는 지난달부터 광주에서 함께 생활해왔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늘 ‘돈’이 문제가 됐다. 김 씨는 사건이 발생한 날도 “A 씨가 ‘돈을 벌어오지 않는다’고 핀잔을 주길래 1시간 가량 다툼을 벌였다”고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폭력도 행사했는데 A 씨의 가슴 부위를 주먹과 발로 수차례 때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A 씨는 모텔 건물 옆 화단으로 떨어졌다. 119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8일 오전 0시 35분경 숨졌다.
숨지기 전 A 씨는 119구급대원과 병원 간호사에게 “남자친구가 나를 성폭행하려 했고, 창밖으로 떠밀었다”는 말을 남겼다.
A 씨가 스스로 뛰어내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정황은 또 있었다. 바로 그녀의 손에 남겨진 상처다. A 씨의 오른손은 피부가 벗겨진 자국이 발견됐는데 경찰은 추락 직전 모텔 창문 인근에 설치된 케이블선을 잡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김 씨의 행방을 찾아 나섰고 18일 오전 5시 10분경 광주 서구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 인근의 한 PC 앞에서 긴급체포됐다.
알고 보니 김 씨는 “A 씨가 모텔에서 뛰어내렸다”며 119에 신고한 뒤 행방을 감췄다 몰래 병원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병원에서 A 씨가 숨진 사실을 확인하고는 다시 도주했다.
경찰에 붙잡힌 김 씨는 “다툼은 있었지만 A 씨를 성폭행하거나 밖으로 밀쳐낸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A 씨의 손바닥 상처, 숨지기 직전 남긴 말, 김 씨의 도주 경위와 진술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살인 정황이 있다” 20일 김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