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전국에 축구 열기가 가득할 무렵. 에어컨리그를 맞은 두 농구단이 친선 축구경기를 가졌다. 대구 오리온스와 서울 SK. 스코어는 무려 10-0. 오리온스의 승리였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10골 모두 김승현이 혼자 넣었다는 사실. 마치 전성기의 마라도나처럼 농구장보다 약 12배나 큰 축구장을 누빈 것이다.
축구에 대해 김승현은 이렇게 말했다. “요즘(월드컵 당시) 같으면 정말 후회돼요. 초등학교 때 축구랑 농구랑 다 잘했거든요. 축구하는 학교가 집에서 더 가까웠으면 축구를 했을 텐데…. 축구했으면 벌써 유럽에서 호나우두랑 놀고 있을텐데….”
또 다른 농구스타 서장훈은 농구에 앞서 야구를 했다. 워낙 키가 빨리 자라는 탓에 농구로 옮긴 것이다. 만약 야구를 계속했다면 2m가 넘는 신장을 바탕으로 40이 넘은 나이에도 시속 160km에 달하는 강속구를 뿌리고 있는 ‘빅유닛’ 랜디 존슨처럼 서장훈도 한국의 랜디 존슨이 되지 않았을까. 농구보다는 야구가 미국 진출이 쉬운 만큼 메이저리그를 휘젓고 있을 지도 모른다.
‘걸어 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226cm·미 NBA 휴스턴)은 어쩔 수 없이 종목을 변경한 경우다. 원래 수구선수였는데 다리가 풀 바닥에 닿을 정도로 키가 커 농구로 전향했다. 수구 규정상 선수는 항상 물 위에 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골프로 돌아오자.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지만 골프에서는 최근 들어 워낙 영재교육이 유행하는 탓에 타이거 우즈 이후에는 아예 골프로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계 여자골프를 주름잡는 빅3인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박세리, 박지은(이상 한국)의 경우 모두 ‘자칫하면’ 다른 스포츠로 빠질 뻔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소렌스탐은 북구의 스포츠 강국 스웨덴에서 잘나가는 스포츠 유망주였다. 탁구 배드민턴 핸드볼 등을 고루 경험했다. 특히 탁구는 유소년 국가대표까지 뽑혔을 정도이고,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스웨덴 여자 핸드볼계는 소렌스탐을 잃은 것을 크게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소렌스탐이 밝힌 것처럼 어느 날 TV에서 골프를 보다가 골프에만 전념하기로 결심하지 않았다면? 지난해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 결승전에서 스웨덴 유니폼을 입고 맹활약하는 소렌스탐이 됐을지도 모른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박세리는 유성초등학교 시절 육상선수였다. 허들과 투포환을 했는데 ‘미스코리아 다리보다 아름답다’는 박세리의 튼튼한 하체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박세리의 고향인 대전은 한국 육상에서 투척의 고장으로 불린다. 올림픽은 몰라도 아시안게임 투포환에서는 메달을 획득했을 가능성이 높다.
리틀미스코리아 출신인 박지은은 잘 빠진 몸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군살이 없다. 또 하체가 튼튼하다. 바로 리라초등학교 시절 스피드스케이팅을 한 것이 골프에서 중요하기 짝이 없는 튼튼한 하체와 균형감각을 갖추는데 큰 도움이 됐다. 박지은이 골프 외에 스키를 아주 좋아하고, 준프로급의 실력을 갖춘 것도 이 때문이다.
며칠 전 TV에서 아니카 소렌스탐과 ‘홈런왕’ 출신의 마크 맥과이어가 샷대결(2004년 12월26일 ADT골프스킨스챌린지)을 펼치는 장면을 보면서 떠오른 엉뚱한 상상이었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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