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연맹과 참여연대, 금융소비자네트워크는 23일 “삼성생명이 본사사옥 매각에 나선 것은 계약자의 몫의 차익 1조 원 이상을 삼성생명 대주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본금으로 전입시키는 행위로, 계약자 돈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강화시키는 꼼수가 숨어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대형 생보사들은 지난 2014년 9월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되자, 일제히 보유하고 있던 자사 사옥을 매각했다.
삼성생명은 2015년 말 본사 사옥을 포함한 1조 7800억 원에 해당하는 부동산 매각을 발표했고, 교보생명은 1600억 원 이상의 사옥 매각을 추진 중이다. 알리안츠생명(구 제일생명)은 지난 2014년 29개 사옥 중 본사 사옥을 포함한 13개 사옥을 매각했다.
시민단체 등은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되면 취득시점의 유배당계약자에게 부동산 매매차익의 90%가 분배되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기 위해 대형 생보사들이 서둘러 사옥을 매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후 유배당계약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주주, 특히 대주주의 몫으로 돌려놓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사망한 유배당계약자들의 몫을 회사에 유보해도 문제가 없다.
특히 단체들은 삼성생명의 사옥 매각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집중 비판했다. 삼성생명 사옥(삼성플라자)은 지난 1984년 100% 보험계약자들의 돈으로 건립됐다고 보기 때문에, 매각차익 상당부분을 계약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계산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1984년 본사 사옥을 982억 원에 취득하여 최근 5800억 원에 매각했다. 매각에 따른 차익은 약 4818억 원이다. 현행 보험업법 상의 배분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유배당계약자에게는 867억 원, 주주에게는 3469억 원이 배당된다. 그러나 발의된 보험업법 일부개정안 배분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유배당계약자에게 4336억 원, 주주에게는 482억 원만이 배당된다.
앞서 삼성생명이 지난 1990년 본사 사옥 자산재평가를 실시하여 재평가차익 2927억 원 중 40%를 계약자에게 배당하고, 30%를 주주 몫으로 가져갔으며, 30%인 878억 원을 계약자 몫의 내부유보금으로 적립해 놓은 적이 있는데, 이는 미실현이익임에도 불구하고 계약자에게 70%를 배당한 것으로 그나마 타당성이 있다고 시민단체는 봤다.
그러나 이번 사옥 매각 차익은 실제 이익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배당계약자 몫은 ‘쥐꼬리’만도 못하게 ‘꼼수’배당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시민단체 측은 “삼성생명이 경영합리화를 위해 부동산을 처분한다면 ‘매각만’ 해야 한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본사 사옥과 삼성증권 빌딩 등을 팔고, 삼성그룹 본관까지 매물로 내놓으면서도 고가의 패럼타워를 매입했다”며 “이는 유배당 계약자의 돈으로 구입한 오래된 건물은 팔고, 무배당 계약자의 돈으로 새 건물을 구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동산 재편은 유배당계약자의 몫을 주주 몫으로 전환시키고, 이후 발생하는 차익은 전부 주주에게 돌아가도록 하려는 속셈”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도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구도 구축을 위해 조부인 고 이병철 창업주가 아끼던 ‘본사 사옥’까지도 매각한다고 홍보하지만, 이는 ‘계약자 몫’의 매각 차익을 ‘이재용 몫’ 으로 돌려놓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 행위이며 ‘실질적 증자 없는 분식회계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 측은 “이 모든 꼼수를 막기 위해서는 부동산 구입에 기여한 유배당계약자에게 취득 당시의 평균 준비금 방식으로 ‘특별배당’을 실시하고, 이를 명문화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체 측은 “정부는 계약자의 돈이 주주의 자본금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고 공정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며 국회는 현재 계류되어 있는 보험업법일부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국민들의 권익을 지켜줘야 할 것”이며 “만일 유배당계약자 몫을 주주가 전부 가져가는 사태가 발생할 때에는 모든 유배당 계약자와 시민단체가 모여 강력한 저지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