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같은 ‘까칠한’ 질문도 잘 피해가는 ‘베테랑’ 양준혁. 임준선 기자kjlim@ilyo.co.kr | ||
배칠수(배): 정말 반갑습니다. 제가 원래 양준혁씨 팬이거든요.
양준혁(양): (특유의 떨떠름한 표정으로) 일단 고맙습니다. 그런데 야구에 대해 뭐 좀 아세요?
배: (무지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와. 한 마디로 ‘네가 야구를 알아?’ 이렇게 묻는 거잖아요. 흠. 서운한데.
양: (기자가 배칠수씨는 연예인 야구단 ‘한’팀의 4번 타자라고 귀띔하자) 아, 이거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배: 별 말씀을. 양준혁씨 앞에서 4번 타자라고 명함 내밀기가 좀 ‘거시기’ 하네요.
양: 웬만큼 치니까 4번 타자를 하시겠죠. 아무나 하겠어요.
배: 지난 번 광주 개막전 때 ‘한’팀이 기아 코칭스태프랑 친선 경기를 벌였거든요. 처음 한희민 코치가 던질 때는 그래도 칠 만했는데 이광우 코치가 시속 138km의 공을 뿌릴 때는 방망이 대기조차 힘들더라구요. 그런데 그날 본게임 선발로 선 한화 송진우 선수의 볼 스피드가 135km였어요.
양: 하하. 그런 일이 있었어요?
배: 오늘 경기 전까지 홈런이 모두 4개로 공동 2위예요. 개막 초엔 극심한 슬럼프로 타율이 1할 대에 머문 적도 있었죠?
양: 어휴 말도 마세요.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줄 알았어요. 제가 원래 발동이 늦게 걸리는 스타일이라 크게 걱정하진 않았지만 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저만 헤매고 있는 터라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다른 선수들보다 경기장에 일찍 나와 특타훈련을 하기도 했습니다.
배: 양준혁씨 같이 고참 선수들도 특타훈련을 하나요?
양: ‘그때 그때 달라요’죠. 저도 오랜만에 개인 훈련을 한 것 같아요. 그 효과가 괜찮았어요. 그 이후로 꾸준히 상승세를 탔으니까요.
배: 팬들한테는 ‘그래도 양준혁’이란 기대가 있잖아요. 조만간 알아서 치겠거니 하는.
양: 조금씩 좋아지다가 5월 정도 되면 평균 성적은 낼 거예요.
배: ‘기본빵’이 3할이라는 거 아닙니까.
양: 내 참. 해마다 3할 친다고 해서 3할이 쉬워 보일진 몰라도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배: 어휴. 저도 비록 ‘조기축구회’ 수준이지만 4번 타자인데 그걸 모르겠어요? 12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하셨잖아요. 3할 타율도 딱 한 번 빼놓고 계속 그 기록을 올리셨구요.
양: 제가 처음으로 3할 타율을 못 이룬 그 해에 삼성이 우승을 했거든요. 개인 성적은 안 좋았지만 우승의 기쁨으로 서운할 틈이 없었어요. 기록이란 건 깨지라고 있는 거니까요.
양: 스물다섯 개에서 많게는 서른 개 정도?
배: 와! 대구경기장에선 홈런 쳤다하면 죄다 장외홈런이더라구요. 정말 힘이 좋으신 것 같아요.
양: 꼭 그렇진 않아요. (펜스를)살짝 살짝 넘어갈 때도 많아요.
배: 약간 딸리시나봐요. 요즘에. 하긴 69년생이니까.
양: (떨떠름한 표정으로) 힘이 딸린다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그래도 전에 먹는 것보다 더 잘 먹고 잠도 잘 자는 등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노력은 하죠. 그래도 부상당하면 젊을 때보다 회복하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구요. 그때 나이 먹었다는 걸 실감합니다.
배: 그 나이 되면 그렇게 되나요?
양: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왜 그러실까. 저보다 (나이가)많을 것 같은데.
배: 에이! 무슨 말씀. 제가 한참 어리죠. 올해 연세도 계셔서 이전처럼 힘으로 밀어붙이기는 좀 어렵겠어요(참고로 배칠수씨는 70년생이다).
양: (진짜 화난 표정으로) 자꾸 연세 연세하면서 나이를 강조하는데 왜 그럽니까? 도대체. 앞으로 한참을 더 해야 하는데. 전 굴하지 않고 제 스타일을 고수할 겁니다.
배: 어이쿠. 정말 열 받으셨나보네. 그냥 농담이었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까칠해졌죠? 이래서 후배들이 양준혁 선수를 무서워하나봐요.
양: 제가 무섭다구요? 뭐가 무섭다고 그래요? 저 하나도 안 무서워요.
배: 무뚝뚝하신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개그도 할 줄 아시네요. 하여튼 재미있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돈도 많이 모았고 아파트도 큰 평수에서 혼자 살고 있다고 하던데요. 뭔가 중요한 부분이 빠진 거 맞죠? 듣기 싫겠지만 도대체 결혼은 언제 할 건가요?
양: 아직도 저한테 그런 질문하는 분이 계시네. 기자들도 지쳤는지 이젠 결혼 얘긴 아예 꺼내지도 않는데. 질문은 고마운데 대답은 사양하겠습니다. 그 부분은 나중에 얘기하죠.
배: 부탁 좀 드릴게요. 제가 야구공을 준비해왔거든요. 사인을 받으려고. 제 딸 이름이 ‘솔이’인데 ‘솔이에게’로 해서 사인 좀 해주세요.
양: 이제 인터뷰 끝난 거죠? 그런데 비싼 몸일 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기자를 향해) 얼마에 영입한 거예요?
배: (시침 뚝 떼며) 야, 사인이 균형이 꽉 잡혔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하여튼 이렇게 대선수를 만나게 돼서 영광입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빨리 훈련 나가셔야죠. 양준혁 선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