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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7일 미래연합 창당대회에서 답례하는 박 대표. | ||
박 대표의 평양방문은 김일성 아들과 박정희 딸과의 만남이라는 역사적인 화해 메시지로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 박근혜라는 상품성을 극대화한 이벤트였다.
지난 11일 평양을 방문한 박 대표는 14일 평양에서 베이징을 거쳐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 같은 예상을 깨고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다. 정치권에는 놀라움과 함께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14일 오후 박 대표는 기자들에게 방북내용을 브리핑했다. 박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 묵었던 백화원초대소의 바로 그 방에서 지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3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김정일 위원장과 금강산댐 공동조사,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6·25 행방불명 국군 생사확인, 북한 축구대표팀 남한 초청 등에 ‘합의’했다며 차분하게 설명했다. 정치권은 또 한 번 놀랐다.
박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선을 앞둔 여야에 가장 민감한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을 언급했다. 박 대표는 “김위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꼭 답방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쯤 되자 정치권은 술렁거렸다. 도대체 박 대표가 무슨 자격으로 김정일 위원장과 그와 같은 합의를 했느냐는 것이 의문의 초점이었다. 박 대표는 15일에도 기자들을 만났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베이징에서 평양에 들어갈 때 김정일 위원장이 보내준 전용기를 타고 갔다”고 말해 기자들을 기절초풍케했다.
정치권은 일단 김정일 위원장이 ‘광폭정치’를 내외에 선전하고 남한정부에 대한 희망사항을 박 대표를 통해 간접 전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과거 안기부에서 대공업무를 오랫동안 했던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김정일 위원장이 박 대표를 환대하고 1·21청와대 습격사건을 사과하는 등 자신이 통큰 정치를 하고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 의원은 특히 “김일성의 아들과 박정희의 딸이 만났다는 사실로 남한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시키려는 김정일 위원장의 고도의 정치전술”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석과 평가와는 별도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 정부와 박 대표의 밀약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박 대표가 방북 전 정부당국자와 상당한 사전 논의를 한 뒤 평양에 갔다는 것이 밀약설의 내용이었다. 밀약설을 주장한 한 정치권 인사는 “현 정부는 교착상태인 남북대화를 박 대표를 통해 뚫으려 했고, 박 대표는 평양방문을 통해 대선후보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딱 들어맞아 방북이 성사됐고, 그에 따른 결과물도 풍성했다는 것이다.
밀약설은 정부와 박 대표의 강한 부인으로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밀약설은 현재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비상이 걸린 민주당 내부 사정과 맞물려 수면 아래에서는 여권후보 교체설로까지 번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사정에 밝은 정치권의 한 인사는 “민주당의 대선전략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회창을 이길 수 있는 카드를 내세운다’로 집약된다”면서 “이인제로는 안된다고 해서 노무현을 내세웠는데, 노무현도 안된다고 판단되면 또 바꿀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밀약설과 여권후보 교체설이 싹을 틔울 즈음, 박 대표는 17일 한국미래연합 창당대회를 열어 대선을 향한 레이스를 시작했다. 행사장에 참석한 7천여 지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했다. 박 대표는 창당대회에서 “목표는 대선”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또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자신의 목표는 대통령이며, 한국미래연합은 향후 벌어질 정계개편에서 자신이 유력 정당의 후보가 되는 지렛대 역할을 할 ‘징검다리’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정치권은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인제 의원이 경기와 충청권은 물론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지원유세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바로 지방선거 후 후보교체론을 노린 승부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후보교체의 대상은 일단 이인제 의원이 되겠지만 득표력이나 영호남 화합 등 상징성 등으로 볼 때 박근혜 대표가 더 유리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평양방문을 둘러싼 박 대표와 현 정권의 밀약설, 민주당의 후보교체설 등은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꾸준히 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실제로 몇몇 의원들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 핵심당직자는 “박 대표의 평양방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정부와 사전접촉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특히 민주당의 후보교체론과 관련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면서 “솔직히 우리가 상대하기에는 노 후보보다 박 대표가 더 어렵다고 본다”고 털어놨다. 이회창 후보측은 이미 ‘박근혜 여권 후보’에 대한 대비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이인제 의원과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구상중인 중부권 신당에도 그 핵심은 박 대표다. 박 대표가 가세해야 중부권 신당의 위력이 발휘된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박 대표는 중부권 신당과 관련, 한나라당 탈당 초기에 했던 ‘거리두기’ 발언을 더이상 하지 않고 있다. 한국미래연합의 한 관계자는 “박 대표와 JP, 이인제 의원의 조합은 대구·경북과 충청권 및 경기도를 비롯한 중부권을 석권할 수 있어 민주당 노 후보와 한나라당 이 후보와 함께 대선정국을 팽팽한 3파전 구도로 몰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0∼15%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미래연합 후보로 대선에 나설 경우 노 후보와 이 후보의 득표율에 영향을 미치는 제3후보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박 대표가 한국미래연합 후보로 대선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박 대표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동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