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미아4구역 ‘꿈의숲 롯데캐슬’ 조감도 출처=롯데건설
논란이 된 곳은 서울 강북구 미아4구역 재개발 현장이다. 김 아무개 씨와 최 아무개 씨 등 후보들은 지난 1월 8일 해당 재개발 구역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고, 김 씨가 최종 당선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최 씨 등은 조합 정관을 근거로 “이 조건과 부합하지 않아 조합장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합 정관 제15조 제2항을 보면 조합 임원은 피 선출일 현재 최근 3년 이내에 1년 이상 거주하고 있어야 하고, 피 선출일 현재 사업시행구역 안에서 5년 이상 건축물 및 그 부속 토지를 소유한 자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조합원 측 기록과 강북구청 등에 따르면 조합장으로 당선된 김 씨는 지난 1989년 9월 30일부터 2003년 6월 19일까지 사업시행구역 내의 106㎡(32평) 주택을 소유하다 소유권을 타인에게 이전했다.
그리고 10년 뒤, 김 씨는 재개발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013년 8월 1일 김 씨의 아들 명의로 소유하던 토지를 다시 사들였다. 이후 김 씨는 지난 2015년 10월 16일 아들 명의의 토지 0.99㎡(0.3평)을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고, 조합원으로 등록돼 있던 아들과 ‘공유자 대표조합원’으로 변경 신고해 조합장 선거에 출마, 당선 됐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것은 김 씨가 소유권을 가지고 재개발 구역에 거주한 시점이다. 문제를 제기한 미아 4구역 조합의 한 관계자는 “조합은 지난 2009년 9월에 인가를 받았고, 한 달 뒤인 10월에 설립 됐다. 조합장이 되려면 지난 1월 8일부터 5년을 역산해 적어도 2011년 1월 8일 이전부터 현재까지 계속해 사업시행구역내에 건물 혹은 토지를 소유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 씨가 지난 1989년부터 2003년까지 사업구역내에서 주택을 소유했지만, 이 기간은 조합이 설립 인가를 받기 6년 전이었다. 그 당시는 재개발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며 “김 씨 아들 역시 지난 2013년 8월에 소유권을 취득했기 때문에 소유 기간이 5년이 되지 않아 조합장 자격이 없다. 김 씨가 아들과 공유자 대표조합원이지만 조합장 자격은 없다”고 덧붙였다.
즉, 김 씨가 약 14년 간 미아 4구역 재개발지역에 거주했지만 정관에 따르면 조합장 자격은 갖추지 못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011년엔 앞서의 조합장 김 씨와 비슷한 사례로 제기된 소송에서 법원이 “조합장 자격이 없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선출된 조합장은 사업시행기간 내 1년 4개월 간 거주하다 소유권을 이전했다. 이후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면서 다시 전입신고를 했으나 거주는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원은 “사업을 추진하고 조합원들을 충실히 대변하기 위해서는 과거 거주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선출 시점에도 정비 구역 내에서 거주 또는 소유하고 있어야 할 실질적인 필요성이 있다”며 “조합 정관에서 정한 임원 자격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해 조합장 자격이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조합장 김 씨 측은 “14년 간 소유를 했기 때문에 시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업 문제로 소유하던 주택을 지인에게 넘겼고, 세입자로 집이 철거하는 시점까지 그대로 거주했다. 조합장 자격은 충분하며, 조합원들의 표를 얻어 정당하게 선출 됐다”고 주장했다.
강북구청도 조합장 김 씨와 같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 총회에서 조합장으로 선출 되면 관할 구청에서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조합장 김 씨의 인가는 오는 11일로 예정돼 있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정관 2호의 ‘사업시행구역 안에서’가 뜻하는 바는 단순 위치정보를 나타낼 뿐 특정 시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기간을 정하려 했다면 1호의 ‘3년 이내’와 같이 명확한 기준을 명시했어야 하지만, 2호에는 특정 시기를 정하는 내용이 없다. 따라서 14년 간 건물 또는 토지를 소유한 김 씨의 조합장 후보 자격 및 당선은 문제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김 씨의 조합장 당선에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의 한 조합원은 “정관 2호에는 피 선출일 ‘현재’라는 ‘시기’가 정확히 명시돼 있다. 과거 14년 간 소유 했더라도 정관에 따라 역산하면 김 씨는 조합장 자격이 없다”며 “강북구청의 인가에 따라 또 다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재개발 전문 변호사는 “정관 해석에 대한 견해 차이로 생긴 분쟁”이라며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당 문제는 항상 의견이 갈린다. 판례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재개발 전문 변호사는 “정관 해석과 관련한 분쟁은 해당 구역 외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분쟁의 여지를 줄일 수 있도록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논란이 된 현장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 1,2,3,4,5번지 일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하는 사업) 대상지로, 3만 6410㎡ 규모의 공동주택 11개 동, 615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시공사는 롯데건설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