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먼저 이번 선거의 ‘성적표’는 곧바로 이후에 벌어질 정계개편의 밑그림이 될 수 있다. 또 선거 결과에 따라 각 정당의 진로뿐 아니라 존립이 좌우되고 대권주자들이 운명도 결정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향후 정치권 지각변동의 이정표를 제시하게 될 이번 지방선거의 7대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1] 한나라 싹쓸이할까
가뜩이나 한나라당에 유리한 선거구도가 박근혜 대표 테러 사건의 여파로 인해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중에서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대구 울산 경남 경북 충북 강원 등 적어도 10개 지역에서 절대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열세지역으로 분류됐던 제주지역도 접전지역으로 바뀌었고 대전에서도 열린우리당 후보와의 격차를 점차 좁히고 있다. 박근혜 대표 테러 사건이 과연 격전지 표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도 광주·전남·전북·충남·제주 등 다섯 곳을 제외한 11개 지역을 석권한 바 있다. 현재의 분위기가 막판까지 유지된다면 2연승을 달성하게 된다.
[2] 강금실 득표율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최대 관심지역은 역시 서울이다. 판세는 이미 한나라당 쪽으로 기울어 있다.
강금실 후보 측에서도 전세를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오 후보와의 지지도 격차는 이미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까지 벌어져 있다.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역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은 승패보다는 오히려 강 후보의 득표율을 주시하고 있다.
강 캠프 관계자는 “강 후보의 득표율은 열린우리당을 바라보는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 “선거 이후 열린우리당이 수도권에서 재기할 수 있는 가능성도 강 후보의 득표율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3] 광주의 선택 어디로
호남 민심의 지표로 통하는 광주는 과연 어느 당을 선택할까. 열린우리당일까, 민주당일까. 전북에서 열린우리당이 앞서고 전남에서는 민주당이 우세한 상황이어서 광주의 선택이 더욱 주목을 받는다.
열린우리당은 이미 광주에 승부수를 던졌다. 정동영 의장은 “광주에서 지면 전체 선거에서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17일 5·18 전야제에는 소속 의원 102명이 광주에 집결해 필승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4] 충청 민심 누구에게
과거 대선에서 충청권의 표심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담당했다. 이 때문에 여야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은퇴 이후 사실상 무주공산이 된 충청권의 민심을 얻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 충남과 충북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강세를 보인다. 대전에서는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염홍철 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만약 한나라당이 대전을 접수한다면 중원을 완전 장악하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대전을 이번 선거의 최대 전략지역으로 선정하고 표밭을 갈고 열린우리당은 ‘수성’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5] 10대 표심 잡아라
이번 선거는 10대 표심이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는 첫 선거다. 작년 6월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선거 연령이 19세로 하향 조정되면서 추가되는 유권자는 62만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57만 표 차이로 승패가 갈렸음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모두 선거를 앞두고 ‘하이틴 부대변인’을 선발해 대학가를 중심으로 젊은층 표심 공략에 나섰다. 전통적으로 젊은 층에서 지지도가 높았던 열린우리당은 10대 유권자를 ‘차세대 주력 지지층’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비교적 젊은 층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던 한나라당도 이미지 변신을 통해 젊은 층으로 지지 기반을 넓히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6] 한나라 호남 성적표는
한나라당 입장에서 보면 호남은 불모지나 다름없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은 4.9%에 그쳤고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의 득표율은 0.4%에 불과했다. 영남에서 노무현 후보가 25.5%를 얻었고 열린우리당 후보들의 득표율이 32.0%에 달했음을 감안하면 야속하고 억울하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호남에 쏟는 정성은 예사롭지 않다.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8일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고 광주시당에서 지방선거 출정식을 가졌다. 내년 대선을 바라보며 호남의 정당 지지도를 두자릿수로 올려놓겠다는 게 한나라당의 목표다.
한나라당은 삼고초려 끝에 광주시장 후보를 영입해 처음으로 공천했다. 박 대표 또한 두 차례 이상 ‘현지 유세’를 계획할 정도로 광주에 애착을 보였으나 불의의 테러 사건으로 유보된 상태. 과연 박 대표 테러 사건이 호남 민심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할까.
[7] ‘여풍’ 몰아칠까
5·31지방선거에 도전한 여성 후보들은 1411명(11.6%)으로 2002년 지방선거 때의 394명(3.6%)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2002년 선거 때는 여성 광역단체장 후보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서울시장 여당 후보로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나섰고 민주노동당은 울산시장 선거에 노옥희 후보를 내세웠다.
특히 풀뿌리 민주주의의 텃밭으로 볼 수 있는 지방의회에서 여성의 비중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개정 공직선거법이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또 기초의원에도 비례대표제가 도입돼 이번 선거는 지방정치무대에서 여성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정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