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왼쪽),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 | ||
이혼한 부부끼리의 맞대결로 숱한 화제를 뿌렸던 경기도 고양시의회 일산서구 파선거구에서는 전 부인이었던 한나라당 김영선 후보(38)가 전 남편에게 승리를 거뒀다. 김 후보와 전 남편 심규현 후보(38·무소속)는 1994년 결혼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부부사이였다.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페어플레이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던 두 후보는 양보 없는 접전을 펼쳤으나 선거에 첫 도전한 김 후보가 3선 도전 의원인 전 남편을 무려 20%가 넘는 득표율차로 멀찌감치 따돌렸다. 심 후보는 4위를 기록했다.
장인과 사위가 한 선거구에 나란히 출마했던 경북 고령군의회 선거에서는 결국 두 후보 모두 당선 근접권에 가지도 못한 채 동반 낙선했다. 두 후보는 후보정식등록에 앞서 상대에게 서로 입후보 포기를 권유할 정도로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위인 권춘식 후보(50·무소속)는 12명의 후보 중 6위를, 장인인 이근우 후보(66·무소속)는 최하위 득표를 하는 데 그치는 등 장인 사위 간에 다투는 모습에 대해 주민의 눈길이 곱지 않았음을 반영했다.
훗날 ‘중앙무대’에서 뛰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는 한수영 후보는 지난 91년 미스한밭 선 출신이며 93년 엑스포 홍보요원을 거쳤을 정도로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 그는 “출마 결심을 알리자 처음엔 부모님의 만류가 있었으나, 이후에는 많은 도움을 아끼지 않으셨다”며 “특히 어머니는 아버지의 선거를 두 번 겪으며 획득한 노하우를 전수해주고자 매일같이 제 선거사무실에 출근하다시피 하며 열성적으로 후원해주셨다”고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와 동반 당선되어 함께 의정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혼자만 당선되어 죄송스럽고 아쉽다”라는 소감을 피력했다.
여야 여성 국회의원의 대리전 양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불렸던 고양시의회 제 7선거구의 결과 역시 한나라당의 승리로 끝났다.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의 비서 출신 김학진 후보(31)가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김영환 후보(34)를 누르고 당선된 것. 비례대표 출신인 김현미 의원은 차기 총선에서 고양시 일산 지역구 출마를 노리고 있어 이 지역 의원인 김영선 의원과의 한판 맞대결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비서 출신끼리의 기초의회 맞대결은 두 의원의 사전 힘겨루기 양상으로 지역에서 주목을 받았다.
한편 이색 출마자들에 대한 화제도 쏟아졌다. 서울 강북구의회 후보로 출마한 민주노동당의 최선 후보(32)는 임신 7개월의 몸으로 힘든 선거 여정을 통과한 끝에 3위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반면 유세 기간 중 기발한 아이디어와 볼거리로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었던 후보들은 기대만큼 성과가 따라주지 않았다.
호텔조리장 복장을 하고 유세를 펼쳐 눈길을 끌었던 대정 유성구의회 김원범 후보(36·민주노동당)는 6.2%의 득표율로 최하위에 그쳤다. 경남 마산시의회의 이상일 후보(44·무소속) 도 야간 유세 때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네온사인을 단 채 불을 뿜고 노를 젓는 거북선의 모양새를 그대로 재현한 유세차량을 타고 스스로 이순신 장군 분장까지 해서 눈길 끌기에는 성공했지만 상대적으로 조용한 유세를 펼쳤던 여성 후보에게 두 배 가까운 표차로 뒤졌다. 반면 선거 벽보에 자신의 사진을 싣지 않는 독특한 방법으로 유권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한나라당의 이기돈 후보는 서울 서대문구 구의원에 2위로 당선됐다.
환경미화원으로 “당선되더라도 환경미화원을 계속하겠다”며 기염을 토했던 부산 사하구의회 정명철 후보(47·무소속) 역시 고배를 마셨다.
최고령 후보와 최연소 후보로 각기 주목받았던 정낙기 후보(무소속·81)와 박해웅 후보(민주노동당·26)도 나란히 쓴 잔을 들이켰다. 충남 청양군의회 후보로 나서 선거사무실도 운동원도 없이 홀로 유세를 펼쳤던 정 후보는 평소 단골이었던 다방을 선거 캠프 삼아 다방에 들리는 손님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독특한 방식의 유세를 펼쳤으나, 1.1%의 득표율로 간신히 최하위를 면하는데 그쳤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패기에 찬 유세를 벌였던 박 후보의 결과 역시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한편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부산시의회와 대전시의회 후보로 나섰던 추리소설 작가 김성종 씨와 천하장사 씨름선수 이봉걸 씨 역시 한나라당의 벽에 막혀 분루를 삼켰다. 그 밖에도 유명 정치인의 이름과 같아 화제가 됐던 후보들 가운데 경남 통영의 정동영, 서울 용산의 김근태(이상 한나라당), 전북 익산의 김대중(열린우리당), 전북 군산의 박정희(민주당) 후보는 당선된 반면, 경북 영양의 정동영(무소속), 전북 광역 의원의 김대중(민주당) 후보는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최윤지 프리랜서 woxl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