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햇볕 아래서 하 아무개 씨가 목청 높여 외치고 있었다. 지난 3월 30일 하 씨를 포함해 112명의 분식업체 가맹점주들이 서울 강남구 소재 본사 앞에 모였다. 이들은 본사의 불공정 행위를 고발하기 위해 각지에서 가게 문을 닫고 모여들었다.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가맹점의 본사는 ㈜죠스푸드의 분식 프랜차이즈업체인 ‘바르다 김선생’이다. 3월 31일 이들로 구성된 가맹점주협의회는 바르다 김선생을 불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사건은 지난해 9월 시작됐다. 본사 측에서 일부 점주들에게 본사가 제공하게 되어 있는 식재료 일부를 개인적으로 구매했다는 이유로 가맹계약서 및 운영 매뉴얼을 위반했다고 경고한 것이다. 분당에서 가맹점을 운영하는 박재용 씨(52)의 경우 지난해 9월 2일 김치, 계란 등을 개인적으로 구입한 것에 대해 위반을 통보받은 데 이어 지난 12월에 또 다시 위반 통보를 받았다. 판매된 음식 메뉴에 사용된 계란 수가 본사에서 구입한 계란보다 많아 개인적 구입 의혹을 받은 것이었다. 박 씨는 이에 대해 시정을 했지만 지난달 어떠한 근거도 없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선생 측에서는 박 씨가 시정사항에 대해 시정하지 않았고 박 씨의 가맹점을 이용한 고객들이 외부 젓가락 사용에 대한 불만사항을 접수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박 씨를 비롯한 점주들은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맹계약서에 따르면 가맹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점주에게 두 달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계약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박 씨는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이후에도 해지 통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가맹점 운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본사로부터 물류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박 씨를 비롯한 점주들은 “박 씨의 계약 해지가 가맹점주협의회를 조성해 불공정거래를 주장하는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박 씨를 주축으로 112여 개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가맹점주협의회를 조직해 본사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경기도 불공정거래 상담센터를 통해 본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 것. 이들은 시중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식자재를 비싼 가격에 공급하는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
본사는 시중에서 살 수 있는 쌀과 김 등 식재료를 본사가 지정한 업체에서 구입하도록 강제하고 있었다. 가맹점주협의회에서는 “구매품목에 포함된 깐 계란의 경우에는 유기농 계란을 사서 직접 까서 조리하면 매입한 계란 개수와 판매한 음식에 들어간 계란 개수가 다르다며 시정 명령을 내린다”며 “품종과 품질만 정해주면 어디에서나 구입할 수 있는 일반 공산품까지 지정해준 업체에서 사라고 하는 것이 가맹점 전체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점주들이 계약 위반 통보를 감수하면서까지 개인적으로 식자재를 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정업체를 통해 계약대로 구매해야 하는 식자재는 125가지에 이르렀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갈비만두, 참기름에서부터 나무젓가락, 수세미와 같은 부재료까지 포함돼 있었다. 점주협의회는 이 가운데 70%가 시중 판매가격보다 현저하게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입수한 식재료별 공급가액에 따르면 본사에서 책정한 치즈 가격은 1kg당 8690원이었다. 이는 시중가로 추산되는 7550원보다 1.2배 높다. 돼지살코기 가격은 3kg당 3만 9600원으로 시중가보다 1.5배 높았다.
점주 이 아무개 씨(43)는 “본사에서 꼭 쓰게 하는 재료로만 김밥을 만들면 하루 18시간씩 일해도 남는 게 없다. 재료비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라면서 “본사에서는 영업을 잘못한 것에 따른 결과라고 말하며 더 열심히 일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점주들은 말을 하다가 눈물을 쏟기도 했다. 바르다 김선생 관계자는 “표준 원재료비보다 46%로 다른 요식업체보다 높지만 재료가 프리미엄 급이라 비싸다”며 “주요 재료비는 낮췄고 또 다른 재료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가격뿐만 아니라 재료의 질 역시 문제가 되고 있었다. 한 점주는 “당근 1kg을 주문한 것을 계량해 보니 805g이었는데 들어 있던 물을 빼면 더 적었다. 돼지고기 같은 경우에는 반 이상이 지방분이어서 반품한 적도 많았다. 우엉 2.5kg분에서 양념물을 버리고 나면 남는 양은 절반 무게에 불과했다”며 “참기름은 50개씩 진열하지 않으면 시정명령 대상이었고 어쩔 수 없이 많이 주문해야 했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배송되면 지인에게 선물하는 형태로 소비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선생 측은 “조리한 상태의 당근을 물리적으로 쥐어짠 후 측량한 무게는 객관적일 수 없다”며 “또 매장에 진열하는 참기름은 매장 내에서 고객들에게 판매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며 유통기한은 최소 6개월 이상 남아있는 제품들이다”고 설명했다.
점주협의회는 점포 내장 공사 당시 인테리어 비용도 계약 당시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본사는 계약 당시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고 점포 공사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다수 점주들은 이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인 평당 600만~700만 원 수준으로 점포 공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점주협의회는 식재료나 인테리어 비용이 비싼 이유를 관련 물류업체와 협력업체가 본사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식자재 납품업체는 본사 대표의 부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참기름 공급업체와 본사가 지정한 인테리어 협력업체 모두 바르다 김선생 본사 대표가 대표를 맡고 있었다. 이에 김선생 측은 “현재 바르다 김선생의 인테리어 협력업체는 다섯 군데로 이들은 모두 본사 대표와 무관하다”며 “점주들은 자체적으로 업체를 지정해 인테리어 공사를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점주협의회와 경기도 등은 바르다 김선생을 불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지난 3월 31일 밝혔다. 민원을 접수받은 후 자체조사를 진행한 경기도 불공정거래 상담센터에서 바르다 김선생이 폭리를 취하는 등 불공정거래 의혹이 있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본사 관계자는 “본사공급품목 사용은 가맹점의 의무사항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브랜드의 독창성과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원부자재 중 일부를 가맹점이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본사공급품목으로 지정할 수 있다”며 “이는 정보공개서와 가맹계약서에 기재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재용 점주협의회장은 “본사는 계약 당시부터 부당했다. 정보공개서를 계약 당일 날인을 할 때까지도 못 보았고 항의해 나중에 이메일로 받았다”며 “인근 가맹점 현황도 제공하지 않았는데 이는 가맹사업법을 위반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바르다 김선생은 분식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죠스떡볶이에 이어 지난 2013년 7월 시작한 프리미엄 김밥 프랜차이즈이다. 2014년부터 가맹점을 모집해 무항생계란, 저염햄 등 합성보존제를 사용하지 않는 건강식을 추구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대상을 수상했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정하는 우수프랜차이즈에 선정되기도 했다. 2년 사이 200여 개의 가맹점이 생겼고 가맹점들은 연평균 13억 4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가맹점에 폭리를 취하는 등의 갑질이 드러나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됐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