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칸소에 사는 제임스 더거와 미셸 더거 부부에겐 19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그들 중 첫째가 1988년 3월 3일에 태어난 조쉬 더거. 이후 2009년까지 21년 동안, 부부는 거의 매년 아이를 낳았다. 더거 패밀리는 보수적인 백인 기독교 중산층의 전형이었고, 조쉬는 학교를 가지 않는 대신 홈스쿨링을 통해 고등학교 학력을 취득한 후 카 세일즈 일을 하고 있었다. 이 가족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건 조쉬가 17세였고 15번째인 잭슨까지 태어났던 2005년이었다. ‘디스커버리 헬스’ 채널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2008년 TLC 채널을 통해 <19 키즈>가 시작된다. 가족의 대소사를 담은 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2015년 ‘시즌 10’까지 이어졌고, 총 에피소드는 229개였다.
미국 리얼리티 프로 <19 키즈 앤 카운팅>에 출연해 셀러브리티가 된 더거 가족의 장남 조쉬 더거.
<19 키즈>가 시작되었을 때 조쉬 더거의 나이는 스무 살. 그에게 이 프로그램은 틴에이저 이후의 삶 그 자체였다. 2009년 ‘시즌 2’에서 그는 애너 켈러와 결혼했고, 2010년 ‘시즌 4’에선 첫 딸인 맥킨지의 첫 생일을 맞이했으며, 2011년 ‘시즌 5’에선 둘째인 마이클이, 2013년 ‘시즌 7’에선 셋째인 마커스가 태어났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인이 된 조쉬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보수의 아이콘이 됐다. 2012년엔 공화당 후보 중 한 명인 릭 샌토럼의 선거 운동을 도왔고, 여러 주의 주지사 선거도 도왔다. ‘가족연구위원회’라는 보수 단체의 간부가 되어 “미국 전역에 종교적 믿음과 가족주의와 자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자신의 가족은 보수적 가치의 완전체라고 내세웠다. 낙태, 이혼, 동성 결혼 등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2015년 5월 21일 <인터치 위클리>에 실린 기사 하나는 모든 것을 앗아갔다. 조쉬의 아버지 제임스가 아칸소의 스프링데일 경찰서에서 증언한 내용에 대한 보고서를 입수한 <인터치 위클리>는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틴에이저 시절, 조쉬가 어린 여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이었다. 2002년부터 2003년에 일어난 일이었으며 이때 조쉬는 14~15세였다.
기사 내용에 의하면, 제임스는 아들의 행동을 2002년 3월에 처음 알았다. 조쉬는 자고 있는 여동생의 가슴과 음부를 만졌던 것이다. 훈계했지만 2003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고민하던 제임스는 교회 장로와 상의한 후 경찰에 사실을 알렸고, 이후 육체노동과 정신 상담을 겸하는 3개월 프로그램에 아들을 보냈다.
조쉬 더거의 가족.
조쉬는 2003년 7월에 집에 돌아왔고, 제임스는 아들을 경찰서에 데려가 주 경찰인 짐 허친스 앞에서 그간의 사건을 증언하도록 했다.
<인터치 위클리>의 폭로 이전에도 소문은 있었다. 더거 패밀리는 2006년 12월에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방송사에 익명의 제보 전화가 왔던 것. 결국 출연은 무산되었고, 이 시기 블로그를 중심으로 조쉬 더거의 근친 성추행에 대한 이야기가 루머처럼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10년 후에 드디어 세상에 알려졌고, 결국 조쉬는 가족연구위원회의 직책에서 사임해야 했다.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 용서 받지 못할 짓을 저질렀다며 사죄했다. 하지만 <인터치 위클리>는 후속 기사에서 그가 15세 때도 여동생들에게 세 차례에 걸쳐 못된 짓을 저질렀다며, 그 증거로 또 하나의 경찰 보고서를 들이댔다.
반응은 들끓었다. 민감한 내용을 담았을지라도 정보공개법에 의해 유포될 수 있다는 입장과, 이러한 폭로는 희생자를 다시 한 번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입장이 맞섰다. 2015년 6월 5일 폭스 뉴스는 여동생인 질과 제서를 인터뷰 했는데, 둘은 큰오빠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조쉬를 아동 성추행자나 소아 성애자나 강간범 등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했다.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렸다는 이유였다.
조쉬 더거 부부
기사가 나오자마자 <19키즈>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건 아니었다. 2015년 8월 20일 기혼자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성인용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이 해킹을 당했는데, 고객 명단에 ‘조쉬 더거’라는 이름도 있었던 것. 그는 2013년 2월에 사이트에 986달러 76센트를 지불했고, 2015년 <인터치 위클리>의 폭로가 있자 즉시 회원에서 탈퇴했다.
결국 그는 가족의 사이트에 다시 한 번 사죄해야 했다. “저는 가장 위선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종교적 믿음과 가족적 가치를 옹호하면서도 지난 몇 년 동안 은밀히 포르노그래피를 즐겼고 아내 몰래 부정을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2015년 8월 25일에 스스로 재활 시설에 들어갔다.
그가 재활원에 있을 때 포르노 배우인 다니카 딜런이 조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고소했다. 그녀는 필라델피아의 스트립 클럽에서 일할 때 600달러를 받고 랩 댄스를 추어주었는데, 이때 조쉬가 자신에게 폭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대중은 다시 한 번 출렁였다. 현재 조쉬 더거는 6개월 동안의 재활원 생활을 마치고 귀가해 자숙 중이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