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접근해 “아이짱도 없는데 뭘 그렇게 열심히 일하냐?”고 농반 진반으로 물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왔다.
“한국 선수들이 미국에서 어떻게 좋은 성적을 내는지 궁금해서 한국 선수들을 정밀 취재하고 있다.”
그 두 명의 일본인은 부지런히 드라이빙레인지와 연습 그린을 오가며 비디오로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를 카메라에 담았다. 심지어 친절한 한국 선수들에게는 노골적으로 연습 방식에 관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때는 그저 “참 열심히 일하는 일본 기자들이군”이라고 생각했다.
3주 후 선수들을 따라 일본에서 열리는 미즈노클래식을 관전하게 됐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두 명의 일본인이 열심히 일본 선수를 따라 다니며 레슨을 하는 모습을 봤다. 바로 3주전 덴빌에서 만난 일본 기자들이었다. ‘기자가 왜 선수들을 가르칠까?’라는 궁금증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풀렸다. 알고 보니 그들은 언론인이 아니라 일본의 골프아카데미 코치들이었다. 그들은 한국 선수들에게 가까이 접근할 수 있게 취재 카드를 받아서 한국 선수들의 연습, 생활 습관 등을 연구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 두 가지가 퍼뜩 떠올랐다. 좋은 느낌은 한국 여자 골프의 위상이 정말 대단하다는 자부심이었다. 한국보다 골프 시장의 규모가 훨씬 큰 일본이 노골적으로 따라한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두려움도 느껴졌다. 일본 특유의 정밀함과 성실함이 더해지면 언젠가는 한국이 추월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당장의 실력은 한국이 일본보다 월등히 앞서지만 요소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열세가 더 많다. 자국 투어의 규모, 골프 인프라, 각종 주변 지원 여건 등 한국여자골프가 일본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미LGPA만 하더라도 일본 언론은 고작 한 명의 선수를 위해 수십 명의 기자가 현장 취재를 하는데 28명의 풀시드권자(2006년 기준)를 보유한 한국은 전담 특파원이 한 명도 없다.
실력으로 보면 한국 여자 골프는 이제 일본을 넘어 한미, 혹은 한유럽대항전을 치를 정도로 많이 위상이 높아졌다. 하지만 자만해서 현실에 안주하면 예전처럼 일본이나, 미국의 유명선수들을 눈치보며 배우는 위치로 다시 떨어질 수 있다.
다이아몬드바(CA)에서, 송영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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