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고민이 컸을 것은 분명하다. 하라 감독은 이승엽이 지바 롯데에서 요미우리로 이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승엽을 데려간 뒤에도 후원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근본적으로 용병이다. 또 하라 감독은 팀내 원로들로부터 이런 저런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올시즌처럼 용병 이승엽의 부진이 장기화되면 하라 감독은 구단 안팎에서 압력을 받게 된다. 부진한 용병을 계속 4번으로 기용하는 것에 대해 비판이 생기고 이승엽을 한국인으로만 인식하는 일본 팬들의 직접적인 비난도 사게 된다. 실제 “왜 1번으로 뛰고 있는 다카하시와 3번 오가사와라를 묶어서 3~4번으로 쓰지 않고 이승엽을 고집하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이승엽을 향한 애정을 계속 보여주던 하라 감독도 결국 지난 6월 그를 한동안 6번으로 강등시켰다. 7월 들어 팀 성적이 곤두박질하고 4번에 복귀한 이승엽이 2경기 연속으로 안타를 쳐내지 못하자 급기야 2군행을 지시했다. 물론 2군행 통보 속에는 전반기 막판과 올스타브레이크 일정을 묶어서 잠시 몸을 추스르라는 배려가 숨어있기도 하다.
하라 감독과 이승엽의 신뢰 관계는 여전하다는 게 일본 내 야구인들의 견해다. 이승엽이 건강하게, 타격감을 찾은 상태에서 4번 자리에 복귀해 활약해줘야 올 시즌 요미우리의 우승이 가능하다는 게 하라 감독의 지론이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