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어느 팀이 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까.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확보한 KIA 타이거즈부터 4위 롯데 자이언츠까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네 팀 모두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단연 KIA를 유력한 한국시리즈 우승 후보로 꼽았다. 설문조사 참여자의 50%가 ‘KIA 우승’ 란에 스티커를 붙여준 것. 한국시리즈 직행 팀의 우승 확률은 80%가 넘는다. 2001년 이후만 놓고 보더라도 정규리그에서 우승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친 해는 지난 2001년(삼성 라이온즈)이 유일했다.
네 팀의 전력을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KIA는 ‘공격력’(42%)과 ‘투수력’(65%)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최희섭 김상현 선수로 연결되는 CK포를 앞세운 KIA는 정규시즌 팀 타율은 최하위권이지만 집중력이 강하고 중요할 때마다 홈런포를 터뜨려 ‘공격력’이 강하다는 인식을 시민들에게 남겼다. 막강 선발진을 앞세운 KIA의 ‘투수력’은 각종 기록으로 이미 입증돼 있고 전문가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 시리즈 우승 후보 2위로 손꼽힌 팀은 예상 외로 정규시즌 4위로 어렵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롯데(18%)다. 롯데 열성 팬이라며 설문에 응한 한 20대 여성 회사원은 “지난해에는 롯데가 너무 오랜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해 쉽게 무너지고 말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며 “지난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진정한 롯데 야구의 진수를 포스트 시즌에서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두산(17%) SK(15%) 역시 롯데와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세 팀이 비슷비슷한 우승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각 팀의 전력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달랐다. 시민들은 설문조사에서 ‘공격력’에선 두산 베어스가 다소 앞서 있고 ‘투수력’은 SK와 롯데가 호각세를 이루며 두산보다 우월하다고 답했다. 다만 ‘용병술’과 ‘기동력 수비력 등 기타 전력’ 부문에선 SK가 다른 팀들을 압도했다. 야신 김성근 감독의 ‘용병술’에 탄탄한 ‘기타 전력’이 더해진 SK의 저력은 지난 두 시즌 연속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불러오는 데 원동력이 됐다. KIA 조범현 감독의 용병술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설문에 응한 한 시민은 “올 시즌 KIA에선 대타 홈런이 많았는데 대타 만루 홈런도 여러 차례 있었다”며 “이는 곧 조범현 감독의 용병술이 대단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포스트 시즌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두산의 김현수(18%)였다. 그만큼 김현수의 인기가 대단했는데 다른 WBC 대표팀 출신 선수들이 올 시즌 많이 힘겨워한 데 반해 김현수는 올 시즌 내내 꾸준히 활약하며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WBC와 베이징 올림픽 효과 때문인지 김현수의 경우 두산이 아닌 다른 팀 팬들에게도 인기가 높았고 특히 여성 설문 대상자들이 김현수에게 몰표를 줬다. 심지어 한 여성 팬은 설문조사 바로 전 날 김현수가 목동 히어로즈 전에서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됐는데 큰 부상이 아닌지를 물어오기도 했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라고 한다.
2위는 올 시즌 최고의 한해를 보낸 KIA 김상현, 그리고 근소한 차이로 KIA 최희섭이 그 뒤를 이었다. 9월 24일 현재 68발의 홈런포와 220타점을 합작해낸 최희섭 김상현은 정규시즌 홈런 부문 1, 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놓았다. 이들이 한국시리즈에서도 정규시즌처럼 맹활약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KIA의 우승 여부와도 직접 연결될 전망이다.
또한 롯데의 중심타선을 이끄는 홍성흔과 이대호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도 컸다. 지난 2008년 준플레이오프에서 3할6푼4리의 준수한 타율을 기록한 이대호는 타점이 1점뿐이라는 부분이 아쉬웠다. 이제 두 번째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게 된 이대호가 어느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느냐가 곧 롯데의 포스트 시즌 성적과 직접 연결될 전망이다. 롯데로 팀을 이적해 성공리에 첫 시즌을 보낸 홍성흔 역시 포스트 시즌까지 맹활약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규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인데 반해 포스트 시즌에선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이 종종 눈에 띈다. 올해 포스트 시즌에선 어떤 선수들이 이런 예상치 못한 부진을 보일까. 가장 많은 우려를 받은 선수는 올 시즌 이적생 신화를 만들어낸 KIA 김상현(31%)이다. 경험 부족과 집중 견제가 그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김상현의 가장 큰 장점이 집중력인 만큼 이를 잘 유지한다면 포스트 시즌에서도 맹활약이 기대된다. 이런 탓에 최고의 활약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 부문에서도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상에서 돌아오는 SK 김광현이 본래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설문 조사에 응한 한 30대 회사원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 킬러로 우뚝 서며 큰 경기에도 강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2009 WBC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부분이 걸린다”며 “올해 포스트 시즌이 김광현 선수의 진정한 큰 경기 운영 능력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예상했다. 또한 롯데 이대호 역시 상대팀 투수의 집중 견제를 어떻게 돌파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쏟아졌다.
2009 프로야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누굴 예상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선 KIA 김상현이 설문 대상자 31%의 지지를 받으며 22%의 지지를 받은 두산 김현수를 압도적인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홈런왕과 타점왕 장타율 등의 타이틀을 예약한 김상현은 뚜렷한 경쟁자가 없어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MVP가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을 받고 있다. 다만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MVP 선정을 위한 기자단 투표가 있는 만큼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 여부가 막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설문조사는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네 팀 주요 선수를 대상으로 진행된 탓에 설문조사에선 후보에 오르지 못했지만 LG 박용택도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규리그 막판까지 타격과 최다안타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박용택 역시 2관왕에 오른다면 MVP 후보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시민들 가운데 일부는 박용택이 설문 대상에 빠져 아쉽다며 그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올 시즌 가장 좋은 활약을 보인 외국인 용병 선수로는 롯데 카림 가르시아가 뽑혔다. 시즌 초중반까지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인 가르시아는 로이스터 감독의 무한 신뢰를 받으며 중심 타선에 계속 섰고 7월 이후부터 맹활약을 펼쳐 팀의 2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앞장섰다.
KIA의 두 용병 투수 릭 구톰슨과 아퀼리노 로페즈 역시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보이며 막강 KIA 선발진을 이끌었다. 이런 좋은 성적은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구톰슨은 2위, 로페즈는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시즌 내내 4번 타자로 활약하며 강타자의 면모를 보인 LG 로베르토 페타지니는 3위에 오르며 이름값을 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