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둑 삼국지에서 밀려난 일본을 살릴 새 희망 이야마 유타 9단. | ||
올해 한국에서는 주최 측이 와일드카드로 지명한 이창호 9단을 비롯해 박영훈 9단, 윤준상 7단, 김지석 6단, 김승재 3단이 출전한다. 주전급에서는 최철한 9단과 강동윤 9단, 신예군에서는 박정환 4단이 선발전에서 탈락, 엔트리에서 빠진 것이 눈에 띈다. 윤준상, 김지석, 김승재도 빠진 세 사람 못지않은 실력자들이지만, 국제무대 단체전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이 좀 마음에 걸린다. 과연 얼마나 힘을 발휘해 줄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중국에서는 구리 9단, 창하오 9단, 딩웨이 9단, 씨에허 7단, 류싱 7단이 나온다. 콩지에 9단이 빠졌지만 전력의 누수는 별로 없어 보인다. 주목할 선수는 류싱. 중국 신예 중에서는 성적과는 별개로 ‘자기류’의 바둑을 두는 젊은이로 알려져 있다. 자기류가 있다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대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징표이고, 단기적으로는 잠재적 폭발력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라는 것.
일본 팀은 서열 1-2-3위인 ‘기성(기세이)’ 야마시타 게이고 9단, ‘명인’ 이야마 유타 9단, ‘본인방’ 하네 나오키 9단과 전 ‘십단’ 다카오 신지 9단, 전 ‘왕좌’ 야마다 기미오 9단이 출전한다. ‘빅3’ 다음의 서열 4-5-6-7인 ‘십단’ ‘천원’ ‘왕좌’ ‘기성(고세이)’은 대만 출신 장쉬 9단이 갖고 있다. 타이틀 분포가 묘하다.
‘진로배’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농심배는, 진로배가 그랬던 것처럼 출범 때부터 줄곧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번 대회가 새삼 주목받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일본에서 얼마 전(10월 15일) 제34기 명인전 도전7번기 제5국에서 타이틀 보유자 장쉬 9단에게 백을 들고 176수 만에 불계승, 통산 4승1패로 일본 바둑사상 최연소, 20세 명인의 신기록과 함께 단숨에 서열 2위로 도약하면서 3대 타이틀 획득 특전으로 9단에 승단한 이야마 유타 9단이 출전하는 것.
종전 최연소 명인 기록은 린하이펑 9단이 44년 전, 1965년 제4기 때 당시 천하무적을 자랑하던 사카다 에이오 9단에 도전해 4승 2패로 타이틀을 쟁취한 것. 23세였다.
이야마 9단이 세계무대에 처음 얼굴을 내미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제14회 LG배 16강전이 열리던 때 이야마는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때도 잠깐 조명을 받았으나 이창호 9단에게 불계패를 당하고 조용히 무대에서 내려가는 그의 등 뒤에서 사람들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네”라면서 관심을 거두었던 것.
그러나 이제는 좀 다를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5관왕인 장쉬를 꺾으면서 엄청난 자신감이 생겼으리라는 것. 승부는 궁극적으로 실력이지만, 프로 정상급의 실력이란 게 8할이 기세요, 자신감이라는 것. 이야마 스스로도 여기서는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일본 바둑을 위한 어떤 기폭제, 그거 아닌가.
일본은 아주 급하고, 아니, 급한 정도도 지나쳤고, 우리도 조금은 급하다. 삼성화재배에서는 이창호 9단이 힘을 내야 하고, 농심배에서는 이야마 9단이 한몫을 해야 한다. 그래야 삼국지가 산다. 일본은 이야마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희망의 불을 지피고 있고, 우리는 아직 그렇게 조급해 할 것은 없다고 하지만 사실은 좀 걱정이다.
남자 프로기사들의 농심배나 여자 프로기사들의 정관배, 모두 우리가 주최하는 대회인데, 개막식은 자꾸 중국에서 한다. 중국 시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후원사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번 꼭 그래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