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사용하는 양념도 세계 어느나라보다 발달돼 있고 재료도 다양하다. 불고기 하나만 해도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 후춧가루 등 갖은 양념이 들어가고, 김치에는 고추 파 마늘 생강 등 양념이 듬뿍 들어간다. 이들 양념은 맛을 좋게 하는 향신료로 뛰어날 뿐 아니라 건강에 좋은 성분도 많다. 특히 향신채를 풍부하게 사용하는 한국의 전통음식들이 세계적 식품으로 각광받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
우리 음식에 흔히 사용되는 양념의 건강효과. 현대과학은 얼마나 밝혀냈을까. 우리 음식에 자주 사용되는 마늘이나 생강 고추 파 후추 카레 같은 향신료에는 건강에 이로운 성분이 많다. 적절한 음식과 습관, 운동 등으로 병의 예방을 강조하는 인도의 아유르베다 의학도 알고 보면 약초와 향신료를 이용하는 자연요법을 기초로 하고 있다.
향신료는 소화촉진은 물론 독성제거, 체지방분해 효과에서부터 항암 항산화 효과까지 효능이 다양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먹는 전통 향신료는 고추 마늘 파 생강 겨자 양파 부추 산초 등. 여기에 현대에 들어와 사용하기 시작한 후추 카레 올리브오일과 월계수잎 엔초비 알스파이스 너트멕 시나몬 등 외래 향신료도 사용범위가 넓다.
요즘은 로즈마리 타임 세이지 민트 같은 허브 종류도 많이 사용한다. 향신료는 성분에 따라 효능이 조금씩 다르지만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해 소화를 돕는 작용을 하는 것이 많다. 항암효과가 가장 뛰어난 향신료는 바로 마늘. 지난해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천준 교수(비뇨기과)팀이 마늘의 알리신이 전립선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고, 삼성서울병원 양정현 교수(유방외과)팀은 마늘이 유방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또 미국 의학자들의 연구에서는 마늘을 매일 먹을 때 위암과 결장암 발병률이 각각 50%, 30%씩 낮출 수 있다는 결과도 발표됐다. 뒤이어 <타임>지는 마늘이 식중독과 결핵, 티푸스 등의 질병을 퍼뜨리는 미생물을 제거하는 항생물질이라며 ‘몸에 좋은 지구상의 10가지 식품’중 하나로 꼽았다.
향신료에 따라서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살을 빼준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매운 맛을 내는 생강 후추 고추 겨자 등 향신료를 적당히 섭취하면 칼로리가 소모되어 다이어트 효과가 있고, 스트레스도 완화된다.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어 소금을 적게 먹어야 하는 사람은 염분이 적거나 없는 향신료를 쓰는 게 좋다.겨자소스 소금 자장 깨소금 다시마 등은 염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므로 염분이 없거나 적은 식초 레몬즙 생강 후추 파 마늘 양파 참깨 카레가루 고춧가루 고추냉이 등으로 맛을 조절하는 게 좋다.
우리가 흔히 먹는 양념류에는 어떤 효능이 숨겨져 있을까.
▲ 마늘
마늘의 건강 효능이 과학으로 설명되면서 서울의 부유층 거리에 새삼스럽게 마늘요리 전문점도 생겨났다. 가장 잘 알려진 마늘의 효능은 피를 맑게하는 것.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은 “마늘의 주성분인 알리신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분해해 혈압을 떨어뜨린다”며 “마늘을 꾸준히 섭취하면 동맥경화, 심장병, 중풍(뇌졸중)의 발생률이 낮아진다”고 설명한다.
마늘은 위암과 전립선암, 결장암 등 각종 암을 예방하는 천연 항암제다. 혈관에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해주므로 심장병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고, 살균효과가 뛰어나 결핵균과 위장 내 유해균을 제거해 주기도 한다. 강장효과가 있어 남성의 정자, 정액의 양을 늘린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여성의 냉증과 빈혈 증상도 개선시킨다. 마늘을 꾸준히 먹는 사람은 감기에 잘 걸리지 않고 걸리더라도 빨리 낫는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생마늘을 섭취하면 혈압이 오를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공복에 먹는 것도 삼간다. 마늘은 굽거나 찌는 방법으로 익혀먹거나 빵을 만들때 넣어 먹으면 좋다. 꿀에 재워 숙성시키거나 야채주스를 만들 때 1∼2쪽을 함께 넣어 갈아마시는 것도 좋다.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은 위를 튼튼하게 하고 해열 살균 진통작용을 한다. 감기나 두통, 치통이 있을 때 먹으면 도움이 된다. 실제로 한방에서는 식욕촉진, 건위제, 구충효과를 위해 사용하며 양방에서도 이 성분을 신경통, 류머티스, 기관지염 약재로 쓴다. 한때 일본에서는 고추가루 다이어트가 유행한 적이 있다.
마시는 고추음료, 고추비누, 고추차 같은 다이어트 제품들이 선을 보였다. 고추의 캡사이신이 체지방을 연소시켜 비만을 예방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보고서는 국내에서도 나온 바 있다. 고추는 성욕과도 관계가 있는 스태미나 식품. 남미 인디언과 터키인들은 고춧가루에 포도주, 다른 향신료 등을 섞어 사랑의 묘약을 만들었다고 한다.
▲ 양파
스태미너 식품으로 통하는 양파는 칼슘과 철분이 풍부해 강장효과가 뛰어나다.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 휘발성 성분이 위와 장의 점막을 자극, 소화를 촉진시킨다. 양파 껍질의 ‘켈세진’이라는 성분은 혈관의 확장 수축을 원활하게 하므로 동맥경화, 고혈압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다. 껍질만 끓여 마셔도 좋다.
양파를 적당히 섭취하면 고지방 식사를 해도 혈전이 생기지 않는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성분이 있어 당뇨병에 좋고, 간기능에 도움을 주는 ‘글루타티온 유도체’가 풍부해 음주 전후 해독기능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기 초기에는 날 양파를 먹으면 효과가 있다.
▲ 생강
향이 강한 생강은 ‘진저롤’이라는 성분에 마늘보다 강한 혈액응고 억제효과가 있다. 따라서 혈전을 예방하므로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병 같은 순환기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좋다. 또 구토를 예방하며 위를 튼튼하게 하는 건위작용도 있다. 천식 구토 충치 종기 치질 등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생강이 독을 억제한다고 해서 대추, 또는 작약 등의 약재와 함께 처방해 쓴다. 그러나 열성식품이므로 몸이 뜨거운 사람은 적게 먹어야 한다.
▲ 카레
인도 음식인 카레는 계피 월계수잎 세이지 정향 회향 후추 생강 고추 등 12가지 이상의 양념이 들어가는 혼합 향신료이다. 카레의 색과 맛은 원료의 배합에 따라 달라진다. 2001년 영국의 파이토팜사는 카레의 주 재료인 인도생강의 성분을 연구한 결과 결장암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올해는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샐리 프라우츠키 박사가 “카레의 노란 색깔을 내는 성분인 강황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 산초
산초는 후추나 생강처럼 비린내 같은 냄새를 없애주는 향신료. 중국식 생선요리나 추어탕 등에 많이 쓰인다. 매운 맛을 내는 ‘산시올’ 성분은 국부 마취 효과와 함께 살충 효과가 있어 벌레나 생선의 독을 없앤다고 한다. 일본의 시세이도화장품은 산초에서 추출한 성분이 색소형성 세포를 활성화시킨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성분을 사용한 임상실험 결과 백발이 다시 검어졌으며 새로 생기는 백발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 후추
인도가 원산지로 매운 맛을 내는 대표적인 향신료이다. 고기나 생선의 누린내와 비린내를 없애줄 뿐만 아니라 방부 효과가 뛰어나므로 햄, 소시지 같은 육가공품에 반드시 들어간다. 독특한 향이 미각을 자극해 식욕을 증진시키고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시키며 위를 튼튼하게 한다. 살균효과가 있어 이질을 막는다. 가래를 삭히며 치통에 잘 듣는다. 비타민C의 산화를 방지하는 작용도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먹게 되면 위 점막을 자극해 충혈 또는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와사비
생선요리에 많이 곁들이는 향신료. 식욕을 증진시키며 살균효과 뛰어나 식중독을 예방해준다. 민간요법으로 신경통, 류머티스 등에 찜질재료로 사용한다. 물에 갠지 오래되어 맛이 나지 않는 와사비는 레몬즙을 조금 넣어주면 맛과 향이 살아난다. 비타민C가 ‘미로시나아제’라는 와사비 효소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 너트멕
독특한 향과 함께 달콤쌉싸름한 맛이 특징이다. 주로 생선이나 햄 같은 육가공품, 빵, 과자 등을 만들 때 넣는다. 식욕을 돋우고 소화 촉진, 설사 치료에 도움이 된다.
▲ 계피
서양 3대 향신료의 하나. 빵 아이스크림 음료 등 서양요리에 널리 쓰인다. 고기 냄새를 없애주는 것은 물론 소화를 촉진시켜 준다.
▲ 파
소화를 돕고 식욕을 증진시키는 작용이 있다. 천연 해열제이며 발한, 소염작용이 우수하다. 뇌세포 발달이나 백내장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