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2007년 정해년을 앞두고 <일요신문>은 지난 12월 26~27일 양일 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더 피플’과 함께 국회의원 보좌진을 상대로 한 대선과 정계개편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국회의원 보좌진들은 직업적으로 정치현장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며 정치현상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집단이다. 조사를 실시한 ‘더 피플’의 양순필 이사는 “보좌진들은 복잡다단한 정치현상에 대해 심층적 조사가 가능한 거의 유일한 정치 전문가 집단”이라고 설명했다.
설문에 응답한 보좌진은 4급 보좌관과 5급 및 6급 비서관 192명으로 현재 정당 별 의석수 분포에 비례해 무작위로 추출됐다. 정당별로는 열린우리당 95명, 한나라당 84명, 민주당 7명, 민주노동당 5명, 무소속 1명의 보좌진이 조사에 응했다(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6.5% 포인트).
‘차기 대통령 감으로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묻는 호감도 조사에서 보좌진의 25.5%가 이 전 시장을 꼽았다. 다음으로 손학규 전 경기지사(19.3%),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10.4%), 서울대 정운찬 전 총장(8.9%) 순이었다. 고건 전 총리는 정 전 총장에 뒤진 5.7%에 불과했다. 최근 정치활동을 재개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중 한나라당 보좌진들 가운데서는 47.6%가 이 전 시장에게 호감을 나타냈고 박 전 대표는 22.6%, 손 전 지사는 21.4%를 얻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열린우리당 보좌진들이 가장 높은 호감도를 보인 대선주자는 17.9%를 얻은 한나라당의 손 전 지사였다. 다음으로 똑같이 15.8%를 얻은 김근태 의장과 서울대 정 전 총장이 차지했다. 고 전 총리는 8.4%에 그쳤다.
‘더 피플’의 양 이사는 “손학규 지사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에서 높은 호감을 보이는 것은 양당이 모두 손 전 지사를 예비된 히든카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보좌관은 “만약 손학규 지사가 한나라당 후보로 출전한다면 우리로서는 가장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민주화 운동 경력을 가진 손 전 지사와는 대립각을 세우기 힘들다. 하지만 TK 민심이 손 전 지사를 대표선수로 세울 만큼 전략적이지 않아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손 전 지사의 정체성을 따진다면 오히려 여권과 더 맞다”고 전했다.
호감도와 연계해 ‘그 인물을 가장 바람직하다고 선택한 기준’을 묻는 질문에 정책과 이념노선(42.2%), 정책추진능력(37.0%)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도덕성과 참신성은 15.1%에 그쳤다. 이는 보좌진들이 정치지향적인 성향으로 일반인에 비해 정체성을 더 중요시한 결과로 보인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대선주자 별로 차이점도 발견된다. 박 전 대표의 경우 정책과 이념노선(40.0%)보다는 도덕성과 참신함(45.0%) 때문에 선호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CEO 출신의 이 전 시장의 경우 다른 이유보다는 정책추진능력(83.7%) 때문에 선호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차기 대통령 감으로 가장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묻는 비호감도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1위(21.9%)로 꼽혔다. 그 다음이 박근혜 전 대표(20.8%), 이명박 전 시장(14.1%) 순이었다. 고건 전 총리는 5.2%에 불과했다. 고 전 총리의 경우 여권 ‘제3후보론’에 밀려 보좌진들에게는 잊혀진 존재가 돼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열린우리당 보좌진들은 박 전 대표(36.8%)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컸고 다음으로 이 전 총재(26.3%) 이 전 시장(20.0%) 순이었다. 반면 한나라당 보좌진들은 민노당 권영길 의원(21.4%)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컸고 다음으로 이 전 총재(19.0%),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15.5%)순이었다. 손 전 지사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낸 사람은 한 명도 없어 보좌진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다.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대통령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체 보좌진의 58.9%가 이명박 전 시장이라고 답해 여타 후보들을 압도했다. 소속 정당을 가리지 않고 이미 보좌진들 사이에는 ‘이명박 대세론’이 널리 퍼져있었다. 박 전 대표가 10.4%로 2위였다. 눈에 띄는 점은 정운찬 전 총장이 단번에 8.9%로 고 전 총리를 제치고 3위가 된 사실이다.
그러나 ‘검증이 본격화되면 약점이 드러나 가장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는 인물’로 46.4%가 이 전 시장을 꼽았다. 정당별로는 열린우리당 보좌진의 57.9%, 한나라당의 33.3%가 이 전 시장의 지지율 하락 가능성을 점쳤다. 한나라당의 한 보좌관은 “지난 대선에서 두 번이나 실패한 우리로서는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극도의 공포감이 있다. 이 전 시장이 세간에 나도는 재산, 병역 문제 등의 루머에 얼마나 잘 대처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반면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강점이 부각돼 가장 지지율이 오를 수 있는 인물’로는 보좌진의 28.1%가 손학규 전 지사를 꼽았으며 여권의 ‘히든카드’인 정운찬 전 총장이 22.4%로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뒤를 이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똑같이 10.9%를 얻었다. 정당별로는 열린우리당 보좌진들은 정 전 총장(36.8%), 손 전 지사(20.0%), 고 전 총리(10.5%) 순으로 잠재력을 평가했다. 한나라당 보좌진들은 손 전 지사(38.1%), 박 전 대표(21.4%), 이 전 시장(20.2%) 순으로 잠재력을 인정했다.
<일요신문>은 누가 각 정당의 후보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먼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후보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는 이 전 시장(66.1%)이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그 다음이 박 전 대표(26.0%), 손 전 지사(4.7%) 순이었다. 지난달 초 당내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원희룡 의원이 후보가 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없었다. 한나라당 보좌진 중 59.5%, 열린우리당 보좌진 중 74.7%가 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나라당 보좌진보다는 열린우리당 보좌진들이 이 전 시장의 후보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흥미로운 것은 민주당 보좌진들은 박 전 대표가 후보가 될 것이라는 응답이 42.8%로 가장 높았다. 이 전 시장이 후보가 될 것이라는 응답은 28.6%였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열린우리당 인사 중 대권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제3후보’였다. 전체 보좌진의 80.1%가 ‘제3후보’를 지목했다. 다음으로 정동영 전 의장 7.9%, 김근태 현 의장 6.8%, 천정배 의원 5.2%였다. 이들은 열린우리당이 현재까지 드러난 대선 후보군으로 대선을 치를 것으로 보는 이는 적었다. 한나라당 보좌진의 84.5%, 열린우리당의 75.5%가 ‘제3후보’를 주목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누구를 여권의 ‘제3후보’로 생각하고 있을까. 전체 보좌진의 52.6%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제3후보’로 생각해 정 전 총장이 여권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다음으로 진대제(8.3%), 한명숙(8.3%), 유시민(6.8%), 강금실(4.7%), 박원순(3.1%), 이해찬(3.1%) 순이었다.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보좌진의 48.8%, 열린우리당 보좌진의 55.8%가 정 전 총장을 꼽았다. 이밖에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과 한나라당 손 전 지사를 여권의 ‘제3후보’로 꼽은 사람도 1명씩 있었다. 열린우리당의 한 보좌관은 “차기 대선에서도 지역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정운찬 전 총장은 충청 출신으로 개혁성향의 학자이고 교육정책을 놓고 참여정부를 비판하는 등 나름의 소신도 보여줬다”고 평했다.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