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신주류의 정대철 김원기 두 시니어 인사가 ‘노심’ 을 앞세워 당권경쟁을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대선운 동 기간노무현 후보 당선을 위해 맹활약하던 두 사람. | ||
특히, 정동영, 추미애, 천정배 의원 등 친노 신주류 주니어 그룹을 이끌었던 인사들이 전면에서 퇴장하면서 속전속결의 개혁추진에서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정당개혁•정치개혁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친노 신주류 시니어 그룹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김원기 특대위원장 선임 이후,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당권경쟁은 정대철 방미특사 임명 이후 더욱 치열한 양태를 띠고 있는 것. 앙시앙 레짐 해체-친노 신주류 내부 갈등 이후 제3라운드에 돌입한 민주당 권력갈등을 해부한다.
민주당 당권투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게 된 데에는 개혁의 동력이 떨어진 측면도 없진 않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개혁추진세력 내부의 비순수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2002년 12월19일. 민주당 친노 신주류 인사들은 대권 쟁취 이후 숨돌릴 틈도 없이 당권 장악에 나섰다.
대선 이후 불과 사흘 만에 터져나온 민주당 개혁파 의원 23인의 ‘민주당 해체’ ‘인적청산’의 요구가 시발점이었다. 여기에 신기남, 추미애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가 이어졌다. 민주당 친노 신주류 개혁파 의원들의 목소리는 당초 노무현 대통령 당선 과정에 보여준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정당개혁’으로 구체화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혀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개혁파 내부 인사들 가운데 사심(私心)을 드러내는 인사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높이 치켜세운 ‘정치개혁•정당개혁’의 깃발은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노무현 당선 1등공신으로 자타가 공인하던 정대철 의원은 23인 개혁파 의원들의 ‘인적청산’ 요구에 ‘당 대표 한 사람 바꾸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언급함으로써, 한 대표 퇴진 이후 자신이 당 대표를 승계하려 한다는 ‘사심론’에 휩싸였다.
정대철 의원은 지난 4월 전당대회를 통해 한화갑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 최고위원에 당선된 인물이다. 즉, 정 의원의 ‘대표 교체=인적 청산’ 발언은 결국 ‘노심’을 등에 업고 전당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자신으로의 당 대표 교체를 의도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원기 특대위원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수위원장 인선과 특대위원장 임명 과정에 정대철 의원과 서로 등떠밀기 경쟁을 했던 김 의원은 노무현 당선자의 중재로 결국 특대위원장을 수락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특대위원장 수락 이후 가진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특대위원장을 맡았지만, 할 일이 많다”며 “특대위원장에만 전념할 수는 없다”고 ‘당권 도전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 당권경쟁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던 김상현 의원 이 ‘총무 중심의 원내 정당’을 주장하며 당권 도전의지를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 ||
대선 이후 ‘정당개혁’의 대안으로 ‘원내정당화’를 주창한 김상현 의원은 지난 8일 새시대전략연구소 세미나에 참석, ‘중앙당 가운데 대변인실, 정책실 등 핵심기관을 원내로 끌어들인 총무 중심의 원내 정당’을 주장한 데 이어, ‘원내정당화’로 정당개혁이 이뤄져 총무가 당 대표를 맡게 되면 ‘원내총무에 도전하겠다’며 ‘당권 도전의지’를 간접적으로 피력한 것.
친노 신주류 시니어 그룹의 세 인사가 저마다 ‘노심’을 앞세워 ‘당권 도전의지’를 피력하며 당권경쟁에 몰입하는 사이, 친노 신주류 주니어 그룹에서는 ‘세확대’에 치중했다. 12월22일 서명파 의원들을 주축으로 세불리기에 나서 지난 6일 ‘열린개혁포럼’이란 이름으로 30여 명의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포럼 결성식을 가진 것.
실제 서명에 참여한 의원은 4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독자적인 쇄신안을 마련하는 등 특대위와는 별도 기구로 활동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조기 전대가 물리적 시간의 부족으로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며, ‘2단계 전대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2단계 전대론’은 동교동계 등 주류 인사들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대의원을 효과적으로 교체하기 위한 ‘시간벌기’에 다름 아니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설득력을 잃었다. 당권경쟁을 벌어지고 있는 사이 지난 8일 노무현 당선자의 리더십에 타격을 입히는 일이 발생했다.
<조선일보>에서 노무현 당선자의 비서실장 내정 사실을 특종 보도한 것. 또, 노무현 측근 인사의 중용을 둘러싼 잡음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여기에 임채정 인수위원장을 둘러싼 월권•인사개입 의혹도 제기됐다. 이 같은 사례들은 취임도 하기 전에 노무현 당선자 리더십에 금이 가게 만들었고, 결국 비난의 화살이 신주류 내부로 향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개혁세력들의 ‘인적청산’ 요구에 숨죽이고 있던 한화갑 대표가 반격의 포문을 열었다. “개혁을 빙자해 권력투쟁 말라”며 ‘민주당 해체’ ‘인적청산’ ‘2단계 전대론’에 대해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
결국 친노 신주류를 대신해 노무현 당선자가 전면에 나섰다. 지난 10일 한화갑 대표와 만난 노무현 당선자는 “한 대표가 이쪽, 저쪽도 아닌 한가운데 있는 것 같다”며 “당의 개혁과 변화는 필요하지만, 인적청산은 내가 관여할 성질이 아닌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한 대표는 “당의 개혁을 책임지고 완수하겠다”며 “조정자 역할을 하겠으며, 대표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물러나겠다”고 답했다.
노무현-한화갑 회동 이후 대선 종료와 함께 시작된 민주당내 신주류-구주류 갈등 양상은 조정국면을 맞고 있다. 그러나 당권투쟁의 여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게 민주당 인사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여진은 정대철 의원의 방미특사 임명을 둘러싼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
강한 당권 도전의지를 갖고 있던 정대철 의원이 방미특사에 임명된 것을 둘러싸고 제각기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있는 것. 정대철 의원측은 ‘특사 임명으로 당권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는 해석을 하고 있는 반면, 김원기 특대위원장측은 ‘특사에 임명됨으로써 이제 정대철 의원은 갈 길이 따로 정해졌다’는 해석을 하고 있는 것.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을 휘몰아친 ‘민주당 해체’ ‘인적청산’의 개혁슬로건은 정치권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국민적 요구를 민주당 내부, 특히 특정 정치세력에 포커스를 맞춤으로써 그 본질을 외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개혁세력 내부인사들간 주도권 다툼으로 퇴색했고, 결국 노무현 당선자 초기 리더십 구축에도 실패한 것으로 잠정 결론지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