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재활 끝에 다저스타디움 마운드에 선 류현진이 6실점의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선발로 뛰면서 좀 더 페이스를 올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AP/연합뉴스
“오늘 류현진이 복귀전을 치렀지만 아직 류현진의 재활은 끝나지 않았다. 무대를 빅리그로 옮겼을 뿐 류현진은 남은 시즌 동안 빅리그에 남아 선발 로테이션을 맡으며 꾸준히 자기 페이스를 높여야 한다. 서너 번의 선발 등판으로 류현진의 재활 성공을 확신하면 안 된다.”
메이저리그 송재우 해설위원은 류현진의 복귀전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송 위원은 또한 4이닝 이후 급격히 떨어진 구속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나타냈다.
“경기를 보니까 60개에서 65개가 최다 투구수인 것 같다. 4이닝 이후 투구수가 60개를 넘어서니 급격히 구속이 떨어지더라. 즉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오늘 경기에서 투구수 60개를 넘기면서부턴 류현진의 공이 아니었다. 공을 던졌다기보단 버텼다는 게 더 적합한 표현일 것 같다. 진정한 승부는 내년부터다. 올해는 시즌 마칠 때까지 경기 경험을 쌓아가면서 부상 재발을 방지하는 데 더 중점을 두는 게 맞다.”
복귀전 결과가 좋진 못했지만 류현진은 다음 투수에게 마운드를 물려주고 내려갈 때 다저스 팬들로부터 엄청난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류현진도 홈 팬들의 따뜻한 응원과 격려에 큰 힘이 났다는 얘기를 전했다. 현지 취재진들과의 인터뷰에서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 죄송했다”면서 “너무 어렵게 가려다보니 안타도 많이 맞고, 점수도 내줬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류현진은 등판 시작할 때부터 마칠 때까지 몸 상태가 똑같았고, 던지면서 아프지 않은 데 대해 만족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2015년 5월 22일 왼쪽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은 이후 640일 만에 빅리그 마운드에 오르기까지 류현진은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재활 과정 동안 롱토스 불펜피칭 라이브피칭을 오가다 생각지 못한 부상으로 좌절을 곱씹기도 했다. 마이너리그에서 실전 등판을 시작하며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결국 지난 2일 싱글A에서 치른 마지막 재활등판에서 6이닝 동안 투구수 84개를 기록하며 복귀 수순을 밟았다.
류현진은 지난 2일 싱글A에서의 등판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재활 등판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다 마친 것 같다”는 말로 더 이상의 재활 등판이 없음을 알렸다. 그러나 이때 다저스 로버츠 감독은 “한 번 더 재활 등판을 가질 수도 있다”는 내용을 흘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 언론에 알려지지 않는 사연이 숨어 있다.
류현진이 5회 구속 저하를 절감하며 강판당했다. AP/연합뉴스
“그런데 선수가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 복귀를 강력하게 희망했다. 사장과 감독 미팅 때 직접 들어가 자신이 왜 올스타 직전에 복귀전을 가져야 하는지 강하게 어필했다. 어떻게 해서든 빅리그 마운드에 올라가 그동안 치열하게 준비했던 투구를 펼쳐 보이고 싶어 했다. 결국 구단은 류현진의 의견을 존중했고, 7월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를 복귀전으로 정한 것이다.” 류현진의 측근인 A 씨의 설명이다.
원래 스케줄대로라면 류현진의 복귀전은 7월 4일 볼티모어와의 경기였다. 그런데 오클라호마시티의 재활 경기가 비로 중단되면서 류현진은 마이너리그에서 한 번 더 선발 경기를 치르기로 했고, 7월 8일 샌디에이고전이 디데이로 떠오른 것이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두 번째 재활 등판을 가졌을 때 류현진은 그곳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당시 류현진은 재활 마지막 등판에서도 70~80%의 힘으로 공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부상 이후 단 한 번도 전력을 다해 던지지 않았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구속은 더 나와야 한다. 100%의 전력을 다해 던지면 구속은 더 나올 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재활 중이고, 복귀를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전력으로 던지질 못했다. 구속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어깨만 아프지 않다면 구속은 곧 회복될 것이다.”
이때 류현진은 매우 인상적인 얘기를 남겼다. “만약 복귀한다면 정말 긴장될 것 같다. 아마도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때만큼 긴장할지도 모른다. 이전에 메이저리그에서 세운 기록은 다 잊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지난 8일, 다저스타디움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첫 타자부터 홈런을 맞았지만 이내 호흡을 가다듬고 평정심을 유지했다. 결과는 다소 아쉬웠다. 그래도 류현진이 마운드에 올랐다는 사실과 그 가운데 희망을 엿볼 수 있어 마음이 놓였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 류현진의 어깨가 아무 통증 없이 건강을 유지하길 바랄 뿐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