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고마운 햇빛이지만 모든 동식물에게 한없이 유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따가운 여름철 햇빛은 지나치게 쪼일 경우 일사병을 일으킬 수 있고 특히 피부에는 적지않은 상처를 입힐 수 있다.
무엇보다 지나친 햇빛이 피부에 화상을 입힐 수 있으며, 가장 흔하게는 주름살과 각질화를 촉진해 피부를 늙어보이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피부암을 촉진할 수도 있다.
햇볕을 쬐면 금세 피부에 붉은 반점이 돋는 사람이 있다. 햇볕을 쪼인 부위에 좁쌀 같은 발진이 생기거나 두드러기가 생기면서 가려워지고 화끈거리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바로 ‘햇빛 알레르기’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도 대개의 경우 햇빛이 원인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힘들다. 햇볕은 늘상 쪼이는 것인 만큼 발진과 두드러기의 원인을 음식이나 물 같은 것에서 먼저 찾아보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피서지에서처럼 화상을 입을 정도로 햇볕에 심하게 노출된 것도 아닌데 피부염 증세가 생긴다면 햇빛 알레르기를 의심해 볼 수 있다. 햇빛이 자극이 된다는 사실을 알기만 해도 치료는 한결 쉬워진다.
햇빛 알레르기는 사실 햇빛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복용 약물, 바르는 약물, 화장품, 식물 등도 원인이 되는데, 여기에 햇빛이라는 자극이 더해져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그런데 무엇이 햇빛과 반응을 일으켰는지 알아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요즘은 의학이 발달해서 갖가지 약을 먹을 기회도 많아 어떤 약물이 문제가 됐는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약물이 원인인지 다른 것이 원인인지 밝혀내는 것부터가 힘들다. 따라서 햇빛 알레르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햇빛부터 적절히 차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햇빛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선크림 중에 가장 일반적인 것이 자외선 차단제다. 하지만 햇빛 알레르기의 경우 자외선 차단제만으로는 해결 안되는 경우가 많다. 피부과 전문의 장경애 원장(리더스피부과)은 “자외선에도 파장에 따라 UV-A, UV-B, UV-C 등이 있는데,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의 경우 이들 모두에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특정 광선에만 자극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자신이 어떤 파장의 광선에 자극을 받는지 알아야 이에 대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시중에서 UVA 차단제를 구입해 사용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이 주로 자극받는 파장을 막아주지 않는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햇빛 중에서도 자신이 어떤 광선에 자극을 받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햇빛 차단제를 사서 시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선크림은 대개 UVA 차단제지만 UVB UVC 등 다양한 파장의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차단하는 크림도 판매되고 있다.
자외선을 많이 쪼이면 잔주름이 많이 생기고 백내장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어린 시절 강한 자외선에 많이 노출된 사람은 뒤에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한다.
자외선은 하루 중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까지가 강하다. 오후 4시가 되면 낮 12시 무렵에 비해 25% 정도로 낮아진다. 따라서 한낮에는 되도록 야외활동을 삼가야 한다. 장경애 원장은 “자외선은 구름층을 투과하기 때문에 흐린 날이라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며 “날씨에 관계없이 여름에는 일단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외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긴팔, 긴바지는 차외선 차단에 도움이 되지만 물놀이 가서 옷이 젖었을 경우 옷이 피부에 달라붙으면 자외선이 그대로 피부까지 도달하게 된다. 따라서 긴 옷을 입었더라도 피서지에서는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주는 것이 좋다.
여름철 강렬한 햇빛으로 인한 문제로 화상도 빼놓을 수 없다. 햇빛이 설마 화상까지 부를까, 방심하다가 큰 고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햇볕이 강렬한 시각에는 서너 시간 노출된 것만으로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화상의 정도가 약할 때는 찬 물수건을 댄다든지 찬물에 목욕을 하면 증상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그러나 화상이 심하거나 물집이 생기면 병원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때 물집을 먼저 터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화상 부위의 껍질을 벗기거나 물집을 터뜨리다가 세균에 감염되면 흉한 자국이 남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햇볕 화상으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만, 화상의 면적이 신체 전체 표면의 30% 이상 되면 쇼크를 일으켜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윤은영 건강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