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미국계 제약회사인 일라이 릴리사가 개발, 유럽 호주 등 국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시알리스가 지난달 29일 식약청으로부터 국내 시판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올 가을부터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알약) 시장에서 챔피언 비아그라(한국화이자)와 시알리스(한국릴리) 사이에 뜨거운 마케팅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시알리스의 국내 홍보를 맡고 있는 KPR에 따르면 지난 2월 영국에서 처음 판매를 시작한 시알리스는 6월까지 이미 유럽 시장에서 25%, 호주 시장에서 40%대의 점유율을 보일 정도로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시판 2개월 만에 54%를 점유, 비아그라를 추월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현재까지 47개국에서 시판허가를 받았고 35개국에서 판매중이다.
릴리사의 시알리스는 비아그라와 같은 구연산계 합성제제. 비아그라의 주성분은 ‘실데나필’, 시알리스의 성분은 ‘타다라필’로 명명됐다. 작용 기전도 똑같다.
시알리스가 내세우는 상대적 강점은 약효의 지속시간이 길다는 점. 비아그라는 한 번 복용 후 평균 4시간 정도 약효가 지속되는 데 비해 시알리스는 최대 36시간이나 지속된다(24~36시간). 일회 복용량(1정)의 가격이 비슷하게 책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경제성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게 KPR측의 설명이다.
먹은 후 16분 이내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므로 관계 1시간 전에 미리 먹어둬야 하는 비아그라보다 편리하다는 것도 릴리사측의 주장이다.그러나 비아그라를 판매하는 한국 화이자측은 지속시간이 높은 것은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반론을 편다.
한국 화이자는 비아그라 발매와 관련해 여러 차례 보통 성인들의 성생활 패턴을 검토했으며, 그 결과 지속시간이 4시간 정도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 보통 성인들의 경우 1주간에 평균 2회 안팎의 성교를 갖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 경우 관계의 간격은 2~3일이 되기 때문에 24~36시간의 지속은 실익이 없다는 것이 화이자측의 주장이다. 약의 성분이 몸안에 오래 남아있는 경우, 도중에 다른 약물을 복용할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는 약물간섭 우려 등 오히려 번거로울 수 있다고 반론을 폈다.
시알리스는 그러나 같은 가격의 정제를 한번 복용하는 것으로 2~3일 동안 약효가 지속된다는 점을 비교우위로 내세워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발기부전 환자에 대한 비아그라와 시알리스의 치료 효과는 모두 80%대로, 현재로서는 치료 성공률이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10개 병원에서 이뤄진 국내 임상시험에서 시알리스는 20mg짜리 복용 환자의 85.4%가 성기 삽입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됐다.
시험을 주관한 연세대 의대 최형기 교수는 “발기부전 환자들이 복용시간이나 작용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성생활을 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비아그라는 외국의 여러 연구에서 82~87%의 성공률이 보고돼 있다.
시알리스 역시 비아그라와 같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약국에서 대체조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약사의 마케팅은 비뇨기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알리스의 도전은 비아그라의 안정된 시장을 뒤흔들게 분명하지만 한국화이자측은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자체가 확대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한국화이자의 한 관계자는 “비아그라의 발매 때처럼 시알리스의 등장은 치료에 소극적인 환자들을 새로운 수요층으로 이끌어낼 것으로 본다”며 “비아그라가 지난 5년 동안 입증된 안전한 치료제라는 점을 부각시켜 새로운 수요층까지 흡수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