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린 손주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가는 것을 정말 기꺼워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너무 떨어져 살아 낯이 선 것도 이유일 테지만, 아이들이 노인을 가까이 하려고 않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손주들을 곁에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노인들도 나름의 ‘작전’를 구사할 필요가 있다. 부족한 것 모르고 사는 아이들이 옛날 얘기나 떡 한 조각에 현혹될 리는 없다. 혹 아이들의 거부감이 노인에게서 나는 특유의 냄새 때문은 아닐까. 집안 청소와 함께 ‘노인냄새’에 대해서도 조금만 신경을 쓰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청결한 생활습관은 노인냄새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사진 은 기사 내 특정사실과 관계 없음.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자신의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거나 나이가 들었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지내다 보면 상태는 점점 더 심해진다. 그러나 노인들도 나에게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신경 쓰고 조금만 노력하면 냄새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노인냄새의 주범은 불포화 알데히드인 노네날이라는 물질이다. 나이가 들어 몸의 모든 신진대사 기능이 약해지면 체내 노폐물이 빨리 분해·배출되지 못함으로써 몸 안에 이물질이 쌓여 냄새를 풍기게 되는 것이다.
“불포화 알데히드인 노네날은 피하지방 속의 팔미트 올레인산이라는 불포화 지방산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진다. 젊은 사람에게는 없고 40대부터 나이가 들수록 많아진다”고 한의사 이철완 소장(한국노인병연구소)은 설명한다.
그러나 체내 노폐물보다 더 많은 이유들이 있다. 주로 생활습관에 따른 청결성과 관련돼 있다. 몸을 자주 씻지 않거나 옷을 자주 갈아입지 않는 등의 원인은 체내 노폐물과 같은 의학적 원인보다 더 큰 원인일 수 있다.
입 냄새의 경우도 나이가 들면서 타액의 분비가 줄어 입냄새가 나기 쉽다는 점은 있지만, 틀니를 자주 씻지 않거나 흡연, 자기 전에 이를 닦지 않는 습관 등이 더 큰 원인이 된다.
요실금이나 전립선비대 같은 질병이 있어 소변을 조금씩 지리는 경우, 소변 냄새가 옷에 배어 노인냄새를 만들기도 한다. 땀냄새 역시 노인냄새의 한 원인이다. 나이가 들면서 배설 기관인 신장 기능이 약해지면 소변보다 피부를 통해 배출되는 노폐물의 양이 많아지는데, 이때 배출되는 땀은 보통 성인의 땀보다 냄새를 풍기는 독소의 양이 많다.
노인의 체질 특성상 냄새가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그만큼 청결에 더 신경을 쓰면 충분히 냄새를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술 담배를 적게 하고, 채식 위주의 식습관, 매일 적당한 운동을 하는 노인의 경우에는 그 특유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평소 과식을 자주 하거나 분해되기 힘든 단백질과 지방을 많이 섭취하고 과음 흡연 습관이 있는 노인은 냄새가 심한 편이다.
적당한 술은 혈액순환을 도와주지만 과음을 하면 독소가 많이 발생해 몸에 남겨진다. 운동이 몸에 좋다고 하지만 무리하게 했을 때도 피로물질이 몸안에 쌓여 냄새의 원인이 된다. 부부가 함께 사는 경우보다 혼자 사는 노인이 냄새가 많은 편이다.
이 소장은 “나이를 되돌릴 수 없듯 노인 냄새를 근본적으로 나지 않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조금만 신경을 쓰면 얼마든지 냄새를 줄여 청결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쿨~한 노인 되려면]
▲몸을 자주 씻는다
가장 간편하고 효과도 큰 방법은 몸을 자주 씻는 것이다. 많은 땀을 흘리지 않았더라도 자주 샤워를 하되 온몸을 비누로 잘 씻는다.
▲옷을 자주 갈아입는다
노년에는 외출이 줄어들므로 한번 갈아입은 옷을 상대적으로 오래 입기 쉽다. 나이가 들수록 젊은 사람보다 더 자주 옷을 세탁하고 갈아입어야 한다. 특히 요실금, 전립선비대 등이 있는 경우는 속옷을 자주 갈아입는다. 거부감이 없다면 향수를 조금씩 사용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침구 세탁도 자주 한다.
노인의 방에서 나는 냄새의 원인으로는 이불이나 베개 등 침구를 빠뜨릴 수 없다. 자주 햇볕에 말리고 세탁해야 한다. 침구용 홑이불을 2개 이상 준비해 두고 홑이불만이라도 자주 빨아 쓰면 편리하다.
▲양치질을 철저히 한다
충치나 잇몸질환 등이 원인이 되어 입냄새가 심한 경우에는 치과 치료를 늦추지 않는다. 하루 2∼3번의 양치질은 기본. 자기 전 반드시 양치질을 하고, 이때 혀까지 잘 닦아 설태를 제거한다. 틀니는 음식물을 먹은 후와 취침 전 반드시 빼서 닦아준다. 치약보다는 식기 세척액을 사용하는 게 낫다.
▲물을 자주 마신다
의식적으로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도 필요하다. 담배를 피면 입안이 말라 더욱 입냄새가 심해질 수 있으므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실내 환기를 자주 한다
창문을 자주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냄새 제거 효과가 있는 공기정화기나 탈취제, 방향제 등을 사용해도 도움이 된다. 삼백초 잎을 실내에 두면 담배 등 좋지 않은 냄새들이 사라진다.
송은숙 건강전문 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