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장질환은 정기적인 소변검사로 빨리 발견해야 치료가 쉽다. 사진은 신장질환자의 혈액투석 모습. | ||
유달리 소변에 거품이 많고 탁해졌다면. 또 연한 노란색이 아니라 짙은 갈색을 띤다면. 아침마다 얼굴이나 손발이 잘 붓고 밤에 자는 중에도 자주 소변이 마렵다면. 이때는 흔히 콩팥이라 부르는 신장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42세의 K씨. 평소 건강하다고 생각하던 그였지만 몇년 전부터 고혈압이 있고, 가끔 얼굴, 손발이 잘 붓는 느낌이 있었다. 직장에서 받은 건강검진에서 소변검사 결과, 혈뇨와 단백뇨가 나왔다. 정밀검사를 받아보라는 권유를 따르지 않고 지낸 지 2년 만에 신장 기능이 크게 떨어져 혈액 투석을 받기에 이르렀다.
전문의들은 “신장병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만성 신장염은 말기 신부전증으로 진행, 투석이나 신장이식까지 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경고한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6개월∼1년마다 소변검사를 받아 피나 단백질이 나오는지 체크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적절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사람 주먹 정도 크기의 신장은 몸 안에서 음식섭취 후 만들어진 노폐물을 배출하고 소변을 만들어내는 기관이다. 평소 소변의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면 웬만한 신장질환은 미리 발견할 수 있다.
지린내가 나는 소변이라고 해서 늘 외면해서는 안 된다. 소변의 냄새나 색, 거품 등은 신장과 함께 방광, 전립선 같은 비뇨기계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성인이 하루에 배출하는 소변의 양은 1~1.5ℓ정도. 99%가 물이고, 나머지 1%는 노폐물 같은 성분이다. 정상적인 소변의 색은 맑고 투명하거나 묽은 노란색을 띈다. 양이나 색, 배설횟수 등에 변화가 생긴다면 건강 상태에 대한 이상신호일 수 있으므로 그 원인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음식이나 약물, 급격한 운동이나 피로와 같은 일시적이고 단순한 요인에 의해서도 소변은 변화를 보이지만, 소변의 이상이 길게 이어진다면 중요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소변의 상태와 가장 밀접히 연관된 장기는 신장과 방광 등이다. 소변이 짙은 갈색이거나 핏빛에 가까운 혈뇨가 나오는 것은 신장(콩팥)에서 만들어진 소변이 방광, 요도를 지나 배설되는 과정에서 출혈이 있다는 증거다. 사구체신염, 신장암 같은 신장병이나 요관결석, 방광암, 전립선염 등의 비뇨기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소변을 너무 자주 보고 그때마다 통증과 혈뇨가 있다면 신우신염, 방광염 같은 세균 감염이 의심되고, 소변의 색이 붉었다가 괜찮아지기를 반복하면 신장암, 방광암일 수도 있다.
소변의 양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줄어드는 경우, 거품이 많은 소변도 좋지 않다. 예를 들어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는 신부전이 진행되면 소변으로 단백질이 빠져나와 소변에 거품이 많고 탁해진다.
보통 소변은 거품이 생기더라도 양이 적고 맑은 게 정상이다. 만약 거품이 많고 탁한 소변이 계속 나올 때는 소변에 단백질이 빠져나오는 단백뇨이므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도 고기를 많이 먹거나 탈수가 된 경우, 무리한 운동 후에는 일시적으로 거품이 많이 생길 수 있다.
밤에 소변을 자주 보거나 아침에 얼굴이 심하게 붓는 증상이 있을 때도 신장병이 의심된다. 반대로 몸이 마르는 것도 신장병의 증상일 수 있다.
“흔히 신장병 하면 수분, 염분이 잘 배설되지 않아 몸이 붓는다고 생각하는데, 말기 신부전 환자는 오히려 심하게 마르는 경우가 많다”고 분당차병원 신장내과 양동호 교수는 설명한다.
건강한 신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소변검사가 필수적이다. 건강검진은 자주 받지 않으므로 감기 등으로 집 근처 병원에 갈 일이 있을 때 소변검사를 같이 하면 좋다. 종이막대로 된 요검사지를 소변에 묻혀 색이 변하는 정도로 상태를 알 수 있는 스틱 요검사방법은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다. 스틱 검사지는 약국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특히 당뇨 고혈압 등 질환이 있는 경우는 관리를 잘 하면서 6개월에 한번 정도 소변검사로 신장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 환자의 10명 중 1~2명은 만성 신장염을 거쳐 말기 신부전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한 보고에 따르면 말기 신부전의 원인으로 당뇨병이 40.7%, 고혈압이 16.0%, 만성 사구체 신염 13.9%의 순서로 나타나기도 했다.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또 만성 신장병 환자는 정상인보다 심장병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훨씬 높아 혈압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흔한 신장병으로는 신우신염이나 신장결석, 급만성 신부전, 신장암 등이 있다. 신장결석이나 신우신염 등은 치료가 잘 되는 질환. 옆구리의 통증과 함께 높은 열이 나는 신우신염은 항생제를 쓰면 잘 낫고, 옆구리의 통증이 심한 신장결석은 충격파로 부수거나 내시경으로 치료한다.
그러나 급만성 신부전은 신장기능이 조금씩 떨어져 결국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되는 것이므로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급성일 때는 혈액투석을, 만성일 때는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치료법이다.
투석을 받아도 다른 합병증이 점점 심해져 사망하는 환자는 매년 투석 환자의 12~15%에 이른다. 신장 기능이 정상인의 5∼10% 미만에 불과한 말기 신부전 환자는 매년 6천 명 정도가 새로 발생하는데, 해마다 5∼10%씩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신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이보다 10배나 많다고 한다.
신장기능은 크레아티닌 농도를 측정하여 평가한다. 정상은 0.5~1.3㎎/㎗이며 2㎎/㎗을 넘으면 신부전이다. 건강검진 후에는 혈액검사 항목에서 크레아티닌 농도를 한번 확인하도록 한다.
문제는 본인이 이상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진전되었을 때는 이미 신장 기능이 80% 이상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때는 소변이 잦아지거나 반대로 줄어드는 증상과 함께 얼굴 손발 등이 붓고 빈혈, 근육마비, 피부 가려움, 불면, 피로, 소화불량 등 증상이 나타난다.
의심이 생길 때에는 되도록 빨리 발견해서 신장 안의 모세혈관인 사구체가 파괴되는 속도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신장기능이 40~50% 정도 떨어져도 바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말기 신부전까지 가지는 않는다.
신장에 염증이 생기는 사구체신염은 특별한 예방법은 없고, 정기적 소변검사와 혈압 측정으로 조기 발견에 힘쓰는 것이 최선이다. 빨리 발견하면 적절한 치료로 신부전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만성 사구체신염의 한 원인인 B형간염 바이러스 예방접종은 받아두는 것이 좋다.
혈뇨, 옆구리 통증이 주증상인 신장암은 흔한 것은 아니며 빨리 발견하면 치료도 잘 된다. 그러나 폐 등으로 전이되면 치료가 어려워진다. 남자가 여자보다 2배 정도 많이 걸리고, 40~60대에 주로 나타난다.
신장암을 예방하려면 신장기능을 빨리 떨어뜨리고 동맥경화증을 만드는 흡연을 중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육류 섭취를 줄이고, 비만을 예방하는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적이다. 목감기 치료를 위해 약을 먹을 때는 신장에 해로운 진통 소염제나 항생제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분당차병원 신장내과 양동호 교수, 한양대병원 신장내과 강종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