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건강에 좋은 반신욕도 지나치면 병을 키우는 법. 입욕법을 제대로 알고 즐기자. 모델은 장지원씨. | ||
반신욕은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도와 혈압조절과 스트레스 해소, 긴장성 두통과 불면을 개선하며, 신체의 산성화를 막고 피부를 곱게 해주는 등의 여러 효과들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암까지 고치는 만병통치 요법으로 맹신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반신욕을 경계하는 전문가들도 나타났다.
입욕 방법이 잘못되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암 환자와 반신욕은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반신욕의 효과와 역효과, 질환별 금기사항 등을 알아봤다.
본래 사람의 몸은 두한족열(頭寒足熱)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한다.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하란 뜻이다.
따뜻한 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기운은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은 상식. 그런데 인체 안에서도 이러한 원리는 똑같이 적용된다. 머리를 차갑게 하면 그 차가운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려 하고 발이 따뜻하면 그 따뜻한 기운이 위로 올라가려 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발 쪽의 피는 위로, 머리쪽의 시원해진 피는 아래로 흘러 혈액순환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반신욕이란 말 그대로 몸의 절반, 즉 명치 아래 하반신만을 따뜻한 물에 담그는 목욕법이다. 또 다른 간편 목욕법인 족욕(足浴)과 함께 체온의 균형을 잡아주고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하며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가정이나 대중탕에서 누구나 간단히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간편 건강법으로도 그만이다.
하지만 적당한 시간과 온도, 방법 등을 잘 알고 해야 한다. 잘못된 상식으로 무리하게 하다가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반신욕으로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효과는 역시 체액의 순환을 원활하게 한다는 점이다. 체내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에게 점진적인 치유효과를 안겨줄 수 있다.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므로 저혈압인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혈압이나 당뇨가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는 반신욕이 적당치 않다. 당뇨조절이 안되는 환자의 경우 오히려 합병증이 촉진될 수 있으며, 혈압조절이 쉽게 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는 혈압이 더 올라갈 수 있다.
반신욕에 적당한 물의 온도는 어느 정도가 좋을까. 간혹 저혈압이나 몸이 좀 뚱뚱한 사람, 근육 피로가 심한 경우 등에는 40℃ 이상의 뜨거운 물이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전문의들은 “어떤 경우든 수온은 37∼39℃가 적당하다”고 강조한다.
일본에서 반신욕 붐을 일으킨 이비인후과 의사 신도 요시하루씨도 그의 저서 <반신욕>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인절미, 고구마를 처음부터 센 불에 구우면 겉만 까맣게 타고 속은 딱딱한 채로 있는 것처럼, 물이 너무 뜨거우면 피부 표면에 혈액이 방호벽을 만들어 오히려 몸 속으로 열이 전달되지 못하게 된다.’
반신욕의 효과로 땀을 통해 몸에 불필요한 노폐물과 독소가 빠져나간다는 점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반신욕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여 그 결과로 암도 치유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대표적인 과장이다.
반신욕을 하면 몸이 개운해지고, 피로가 풀리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신욕을 포함하여 목욕은 보통 사람에게 피로를 가중시킨다. 혈압을 상승시키고 체력을 소모시켜 쉽게 피로가 오기 때문이다.
최근 <반신욕하면 병에 걸린다>(도서출판 바람)는 저서를 통해 반신욕에 대한 지나친 열풍을 경계한 자연의학자 류건씨는 “90년대부터 반신욕 애호가로 알려진 이건희 회장도 폐암수술을 받았다”며 암 환자들은 반신욕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암은 쉽게 피로를 느끼는 소모성 질환이므로 암 환자들은 뜨거운 물을 이용한 보통의 목욕으로도 쉽게 지치기 때문에 절대 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신욕이 몸매 관리(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반신욕만으로는 다이어트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여의도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염근상 교수는 “반신욕만으로도 실제 체중감량효과가 있긴 있다. 하지만 한달에 1~2kg 정도로 미미한 데다가, 실제 체지방 분석을 해보면 수분이 증발하거나 에너지가 발산돼 감량된 것이지, 체지방이 줄어들어 다이어트가 된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의학적으로 진정한 다이어트란 체지방 즉 지방덩어리가 줄어들어 비만이 감소되는 것을 뜻한다. 그래야만 다이어트 뒤 지방덩어리가 다시 불어나는 요요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진정한 다이어트가 된다. 염 교수는 다이어트를 위해선 반신욕과 동시에 반드시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간혹 운동이나 사우나로 흘리는 땀에는 몸에 좋은 무기질도 포함돼 있지만 반신욕으로 흘리는 땀은 거의 노폐물뿐이라며 반신욕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갖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 또한 오해다.
반신욕을 하면 소변을 통해 빠져나가지 못한 노폐물과 탄산가스 등 독소들이 땀을 통해 배출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반신욕을 통해 흘리는 땀에는 노폐물과 독소들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반신욕만 너무 즐겨도 체내의 전해질 균형이 깨질 수 있으므로 땀을 흘린 후 비타민과 소금 등을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류건씨 역시 사우나를 즐기는 노인층의 대부분이 틀니를 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반신욕 후에는 반드시 과일이나 약간의 소금, 생수 등으로 빠져나간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땀이 잘 나지 않는 체질인데도 반드시 땀을 흘려야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 땀이 날 때까지 욕조에 앉아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반신욕은 반드시 땀을 흘려야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너무 오랜 반신욕은 오히려 피로를 가중시켜 역효과.
자생한방병원 이성환 한의사는 “오랫동안 고온에 머무는 것은 정상인이라도 혈압을 상승시키고 체력을 소모시켜 피로가 쌓이게 만든다”며 반신욕 시간은 30분을 넘기지 말라고 강조한다. 체력이 약한 사람은 5분 한 뒤 2~3분 쉬었다가 다시 욕조에 들어가는 방법으로 5회 정도 반복하면 무리 없이 반신욕을 즐길 수 있다.
김현준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염근상 여의도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성환 자생한방병원 부장, 류건 자연의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