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평 원장 | ||
그런 의미에서 ‘지평역학원’(www.gipyung.com) 지평 원장(41)은 눈에 띄는 사람이다. 필체로 사람의 성격을 분석하는 필적감정 분야에 독창적인 이론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 그는 “서양에서는 이미 오랜 데이터 자료를 통해 필체와 개인 성격 및 습관을 유추해 내고 있지만 동양에는 그런 데이터 자료가 없다. 대신 서양 필적학의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동양의 음양오행과 명리학적인 관점을 도입하면 어느 정도 이에 근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얼마 전 재계 유명 CEO들의 필적 감정을 통해 경영 스타일과 성격을 분석해 화제를 낳았던 지평 원장은 최근 <일요신문>의 요청으로 주요 대권주자 7인의 필체를 감정해서 개개인의 성향을 분석했다. 대권주자들의 자필 글씨는 여러 기관의 방명록과 개인 수첩 및 편지 등을 통해 확보했다.
지평 원장은 필체를 특징에 따라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그는 “글씨를 물 흐르듯이 흘려 쓰는 ‘수체’(水體)는 지혜롭고 영민한 성격이지만 한 곳에 머물지 않고, 필체가 둥글고 안정감 있는 ‘토체’(土體)는 신중하고 원만한 성격에 조정력이 뛰어나지만 추진력이 다소 떨어진다. 반면 네모반듯하고 모난 필체의 ‘금체’(金體)는 결단성과 추진력은 있으나 주변 사람들과 마찰이 잦으며, 길쭉길쭉한 유형의 ‘목체’(木體)는 합리적이고 의지력은 강하지만 날카로운 분석력은 다소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필체가 위로 솟구치는 듯한 ‘화체’(火體)는 밝고 솔직하고 화통한 면이 있으나 다소 다혈질적이고 화를 잘 참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고 각각의 특징을 밝혔다.
지평 원장은 이 특징을 기초로 해서 여야의 주요 대권주자로 부각되고 있는 7인의 필체를 분석하고 그 성향을 밝혔다. 순서는 가나다순으로 했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
고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여권의 잠재 대권주자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때 강 전 장관 캠프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강 전 장관은 상당히 감성적이고 여성스러운 듯하면서도 언뜻언뜻 여장부 기질로 남성을 주눅 들게 하는 묘한 특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그의 성향은 필체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평 원장은 “강 전 장관의 경우 여자 글씨체로선 상당히 보기 드물게 화체와 토체가 섞였다”면서 “그런 까닭에 뛰어난 언변과 중재력을 지녔으나 성격이 급하고 화를 좀 못 참는 편일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으로서 이런 필체의 소유자는 커리어우먼으로 사회적으로는 크게 발전을 하지만 가정적으로는 다소 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필체는 다소 독특하다. 딱딱한 듯하면서도 흘림체다. 지평 원장은 이에 대해 “금체와 토체를 겸비했는데 정의감과 조정력이 뛰어나고 글씨체에 군더더기가 없고 초연하여 지사격(志士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김 의장의 경우 지사의 뜻이 너무 청량하다 보니, 큰일을 도모함에 있어 어느 정도의 더러움을 용납 못함이 흠이라면 흠”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여성다운 예쁜 필체를 선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또박또박하고 힘차게 써 내려가는 글씨에서 남성적인 강함도 엿보인다는 평이다. 주변에서는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평 원장은 “박 전 대표의 필체는 목체와 수체를 겸했는데 글씨체가 원활하고 모가 없어 총명함과 인자함을 갖추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좀 더 과감히 밀어붙이는 기세만 보강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손학규 전 지사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두 사람의 관계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기동창으로 아주 절친하다. 민주화운동을 해온 그동안의 역정도 상당히 닮았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의 필체 또한 상당히 유사하다는 특징이 눈에 띈다.
지평 원장은 손 전 지사의 필체에 대해 김 의장과 마찬가지로 “금체와 토체가 어울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손 전 지사의 경우 글씨체에 칼이 서렸으니 일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결단함에 있어 주저함이 없다. 또 ‘토’의 중재력이 칼끝을 무디게 해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단력, 중재력이 서로 어울려 있어 좋으나 좀 더 활달한 행보가 아쉽다. 좀 더 넓고 종횡무진한 ‘발’을 키우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여러 대권주자들 가운데 4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로 ‘소장파’에 속하는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글을 쓸 때 그다지 많은 기교를 부리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평을 듣고 있다.
지평 원장은 “원 의원의 경우 목체와 금체가 어울렸다”면서 “둘은 반드시 상극인 것은 아니고, 모난 듯하면서도 진취적인 기운이 서로 교류하는 상”이라고 설명했다. 즉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하늘로 올라가는 나무의 모습이라는 것.
그는 “다만 너무 곧게 일을 추진하고 밀어붙여 해결하려는 성향이 다소 강해 보인다”면서 “좀 더 유화적인 방향으로 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대권주자들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계속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필체는 언뜻 흘려 쓰는 듯하면서도 또박또박한 힘이 느껴진다. 그의 필체를 본 지평 원장은 “수체와 목체, 화체가 섞여 있는 글씨체로 ‘수생목 목생화’(水生木 木生火·물에서 나무가 생기고 나무에서 불이 생긴다는 뜻으로 서로 상생함을 의미)하여 지혜와 상승력, 그리고 화려한 연출력과 언변을 모두 갖춘 상”이라고 밝혔다.
지평 원장은 “이 전 시장의 필체는 나무가 힘차게 뻗는 상이라 건실한 목체로서 타인과 크게 부딪히지 않는 지혜를 발휘하면서 상승의지를 굳건히 실현시켜 나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혜와 상승력, 그리고 언변에 개인 연출력까지 갖췄으니 금상첨화지만 반면 또 모든 길(吉)한 기운을 다 골고루 가지고 있다 보니 대중에게 자기만의 특징적이고 특별한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키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쉬워 보이기도 한다”며 “따라서 본인이 가진 이미지 중 특히 뛰어난 것을 두드러지게 하면 좋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여러 방명록에 남긴 필체를 보면 둥글둥글하고 부드럽게 흘려 쓰는 경향이 강해 보인다. 지평 원장 역시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중후하고 둥근 형태를 띠는 토체와 화체를 겸했다”고 해석한다.
그는 “정 전 의장의 경우 필체를 자세히 보면 중앙조정력과 언변이 뛰어난 특징이 잘 나타난다”며 “글씨 끝이 불꽃처럼 위로 삐쳐 상승심이 강하고 성격이 다소 급하나 토(土)의 조정력으로 인해 그것이 좋은 방향으로 승화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글씨를 보면 화토상생(火土相生)으로 주위와 크게 부딪히지는 않겠으나 화체가 날카로워 자기 눈에 벗어나면 무섭게 대하는 매서움도 있다. 무모할 만큼 강하게 밀어붙이는 강단력이 부족해 보이니 이를 보완하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