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이 저하돼 성적이 떨어질 수 있고, 산만하고 정신없는 행동으로 친구를 사귀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 실수를 할 때마다 잔소리를 하다 보면 ‘나는 쓸모 없는 아이’ 또는 ‘나는 문제가 많은 아이’라는 부정적인 잠재의식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대로 두면 청소년, 성인기까지 문제가 이어진다. 문제청소년이 되거나 어른이 돼서도 충동적 돌출행동을 하고 대인관계에서도 갈등을 자주 일으키는 인격적 장애를 갖게 될 수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진수(가명·10)는 학교 수업시간에 자주 친구와 소곤거리다 선생님께 지적을 받는다. 과제를 제 시간에 마치지 못하는 일도 잦고 학용품 옷 같은 자신의 물건도 자주 잃어버리는 편이다. 진수의 주의가 지나치게 산만한 것을 눈여겨 본 담임선생님의 권유를 받고서야 진수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소아정신과를 찾아갔다.
심리검사, 주의집중력 검사 등을 받은 결과 진수의 지능은 평균보다 높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시각, 청각 주의력 검사에서 주의력 결핍을 보여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이 주의를 집중하는 시간이 너무 짧고, 충동성, 과잉행동을 보이는 일종의 발달장애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라고 한다. 소아기에 흔하고 성인에게는 드물다.
미국소아과학회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 학령기 어린이의 약 3~8%가 ADHD에 해당한다고 한다. 여아보다는 남자아이들에게 더 많다(평균 2.9% 대 9.2%). 다만 성인에게서 나타나는 경우 성별차이가 없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서울과 대전 지역에서 실시한 국내의 한 역학조사에서 그 비율은 7.6%로 높게 나타난 바 있다. 연세정신과 손석한 원장은 “이런 유병률은 소아 정신질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ADHD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병원을 찾는 아이들도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소아기에 생긴 ADHD를 그대로 방치해두면 청소년기, 성인기까지 증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개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레 개선되기를 기대하지만, 성인기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30%에서 70%까지에 이를 정도로 많다. 실제로 성인의 경우에는 2% 정도가 ADHD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어른의 증상은 돌출행동을 자주 하거나 직장을 자주 옮기는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ADHD 아동이 수업시간에 자주 지적을 받으면 자신감을 잃어 “나는 쓸모없는 아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될수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특히 중고등학교 시기에 집중력이 떨어져 성적이 나빠지거나 충동성, 심한 감정변화 등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때는 학교생활을 게을리하고 친구 선생님 부모와의 갈등이 많다. 게임이나 오락에 지나치게 빠지거나 각종 사고의 위험도 정상 청소년에 비해 높아진다. 심한 경우 약물남용, 우울증, 불안장애, 충동적 자살시도나 절도, 폭행 같은 비행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어린이들에게 ADHD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얼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다. 보통 부모들은 TV를 너무 많이 보거나 게임을 많이 하는 등 환경적인 원인이 아닐까 걱정하는데, 의학적으로는 뇌의 기능장애 즉, 이마 부위인 전전두엽 부위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 원인으로 말해진다.
가족 중에 ADHD로 진단받은 사람이 있을 때, 부모 중 한 쪽이 어릴 때 산만하거나 집중력이 부족했던 경우, 형제자매나 사촌형제 중에 ADHD가 있는 경우도 고위험군으로 본다.
임신 중 태아의 상태가 주의력 결핍에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도 있다. 즉 임신중 임산부의 영양부족이나 흡연, 지나친 스트레스 등이 태아에게 필요한 영양, 산소공급을 막아 두뇌발달에 나쁘게 작용한 것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산이나 난산으로 인한 두부손상도 마찬가지다.
주의력 결핍에 해당할 수 있는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아주 어린 7세 이전에 나타나는 경우, ADHD 증상이 학교나 가정 등 일상생활에 나쁜 영향을 줄 때, 청소년이나 성인이 되어서도 개선되지 않아 학업이나 업무 수행, 사회활동에 심각한 장애가 있을 때는 반드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ADHD로 진단이 내려지면 집중력을 높이는 약물을 복용하면서 심리치료, 놀이치료, 부모훈련, 가족치료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를 받게 된다. 70∼80% 정도의 환자가 좋아질 정도로 치료효과는 매우 좋은 편이다.
한방에서는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과잉행동을 하게 되는 것은 상화의 작용으로 보기 때문에 상기된 열을 가라앉히는 것을 치료의 기본 개념으로 삼는다. 열을 가라앉히는 약재는 충동적인 행동을 확실히 줄여준다.
뇌 기능 외에 가족 갈등이나 스트레스, 부적절한 부모의 태도 등도 ADHD를 악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이므로 이런 환경을 개선하는 데는 부모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흔히 ADHD 아이들은 부모, 특히 어머니에게 반항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지시하는 태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잘 치료하기 위해서는 부모들도 병원에서 실시하는 부모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전적으로 도움이 된다.
부모에게 필요한 행동은 기본적으로 자녀의 행동에 대해 일관성 있는 태도를 갖고 아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칭찬이든 지적이든, 미루지 말고 곧바로 반응해주라는 것이다. 올바른 행동을 했을 때는 칭찬, 선물 등으로 보상을 해주고 잘못된 행동은 지적하되 어떻게 하면 부정적인 결과를 피할 수 있는지를 잘 가르쳐주는 것이 필요하다. 잘한 행동에 대해 꼭 껴안아준다거나 머리와 어깨를 쓰다듬어 주는 스킨십도 바람직하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 서로 그날의 감정과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좋다. 주변 환경을 차분하고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연세정신과 손석한 원장, 청정심리연구소 이원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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