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간 붉은 기가 도는 건강한 얼굴색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충분히 쉬어야 한다. | ||
오랜만에 만날 때 흔히들 하는 말이다. 주의 깊게 보면 얼굴에는 그 사람의 현재 몸과 마음의 이상신호가 알게 모르게 잘 드러나 있다. 얼굴 피부도 신체의 일부인 만큼 심신이 건강할 때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도 한방에서 오래 전부터 얼굴색을 살펴서 질병이 있는지 보는 ‘망진’을 해왔을 정도로 건강과 관련이 깊다. 얼굴색이 알려주는 건강의 이상신호에 주의를 기울여 보자.
약간 붉은 기, 즉 혈색이 도는 얼굴색이라면 건강상태가 양호하다. 그렇다고 얼굴색이 좀 이상하다고 해서 바로 무슨 병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얼굴색이 다소 다르더라도 어지럼증이나 전신피로, 통증 등 동반되는 증상이 있는지 보고 관련 검사를 해봐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지나치게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 중에는 혼자서 ‘자꾸 얼굴색이 나쁘다고들 하는데 무슨 심각한 병은 아닐까’하고 걱정을 키우지만 빈혈처럼 의외로 가벼운 원인인 경우도 많다. 잠을 못 자거나 몹시 피로할 때,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카테콜아민의 분비가 촉진돼 혈관이 수축되고 평소보다 얼굴빛이 약간 하얗게 보인다.
평소 건강한 얼굴색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손중천 교수는 “세안으로 피부의 노폐물을 잘 제거하면서 충분한 수면, 고른 영양 섭취, 적당한 운동으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비결이다. 즐겁고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스트레스성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어 얼굴색이 좋다”고 말했다.
참고로 한방에서는 음양오행에 따라 심장에는 붉은색 식품이 좋고, 비장은 노란색, 간은 푸른색, 신장은 검은색, 폐는 흰색 식품이 좋은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토마토 같은 붉은색 식품은 심장에 좋고, 폐가 약할 때는 마늘 양파 무 도라지처럼 흰색 식품을 많이 먹으면 좋다. 얼굴색별로 의심되는 질병에 대해 하나씩 알아본다.
붉은색-심장병·고혈압
오장육부 중 화(불)에 속하는 장기가 심장. “양쪽 뺨이나 귀밑, 턱 등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돌면 심장에 열이 많다는 증거”라는 것이 신명한의원 김양진 원장의 설명이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한 증상이 함께 있다면 심장의 이상일 가능성이 커진다.
또 고혈압이 있어도 얼굴이 붉어지면서 번들거리고, 결핵이 초기상태일 때도 양쪽 볼이 붉은색이다가 만성이 되면 하얗게 변한다. 면역질환인 루푸스일 때는 뺨에 나비 모양의 붉은 발진이 나타난다.
노란색-소화기질환
한방에서 말하는 비장은 췌장을 포함해 소화기 전체를 말하는 개념이다. 비장이 약해지면 흔히 말하는 ‘황달’ 증상을 보이면서 몸이 무겁고 무기력해진다. 특히 코가 누렇게 변하면 비장에 문제가 있다.
같은 노란색이라도 황금색에 가까운 밝은 색이면 급성담낭염, 담석증 같은 담석의 이상이 의심된다. 어두운 노란색일 때는 간경화나 간암, 췌장암처럼 좀 더 심각한 원인일 수 있다. 이때는 알코올 등 간에 무리가 되는 요소를 최대한 피하는 게 좋다.
푸른색-호흡기질환·간질환
적혈구 내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원활하게 교환되지 못해 이산화탄소가 더 많아지면 얼굴빛이 푸른색을 띠게 된다. 이럴 때는 선천성 심장병이나 기관지 천식, 만성기관지염 등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한방에서는 얼굴에 푸른 기운이 돌면 간의 이상을 의심한다. 보통 ‘간이 나쁘면 얼굴이 검어진다’고 말한다. 맑지 않고 칙칙한 푸른색이다 보니 본래 살색이 검은 사람은 얼핏 보면 안색이 더 검어진 것처럼 보인다. 이런 사람들은 아랫배나 옆구리가 결리기 쉽고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검은색-신장질환·말기 암
햇볕에 적당히 그을리면 건강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숨은 질병으로 얼굴이 갈수록 어두운 빛이 돌 때는 윤기가 없이 푸석푸석하다. 특히 만성 신부전증 같은 신장의 이상신호인지 봐야 한다. 특히 턱이 검은색일 때 의심된다. 말기 암환자나 말기 간경화, 드물지만 에디슨씨병일 때도 얼굴이 검어진다.
한방에서 신장은 생식기와 관련이 되는 개념으로, 지나치게 섹스를 해도 얼굴이 검어질 수 있다. 눈 밑이 검어지는 다크 서클은 간이나 위가 나쁘거나 눈 주변의 혈액순환이 안 된다는 신호다. 눈 밑을 마사지해주거나 야채,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흰색-폐질환·빈혈·백혈병
얼굴색에 핏기가 없고 꺼칠한 경우는 주로 빈혈일 가능성이 크다. 보통 ‘창백하다’는 표현을 쓴다. 식사를 거르는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는 청소년이나 젊은 여성에게 흔하다. 빈혈일 때는 전신에 기운이 없고 피로하면서 어지럼증이 같이 나타난다. 손가락으로 눈꺼풀을 한번 뒤집어 결막을 보면 붉은 핏줄이 보이지 않고 하얀색을 띤다.
“적혈구가 만들어지지 않는 부류의 백혈병, 적혈구의 소실(출혈)을 가져오는 심한 위·십이지장 궤양, 여성이라면 생리기간의 심한 출혈, 적혈구의 생성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는 만성 질환(결핵, 신장질환, 각종 기생충 질환) 등이 있어도 얼굴색이 하얗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손중천 교수의 설명이다.
한방에서는 얼굴 중에서도 양 눈썹 사이의 인당 부분이 흰색이면 폐질환을 의심한다. 만성 신염이나 갑상선 기능저하증 등이 있어도 얼굴이 보통보다 희다.
송은숙 건강 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신명한의원 김양진 원장,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손중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