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관측은 어디까지나 관측일 뿐이다. 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성매매특별법은 여전히 현존하는 실정법이고, 지난주 현직 부장판사의 오피스텔 성매매 현장이 적발된 것도 이 법이 유효하기에 가능했던 셈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직 부장판사의 성매매 사건은 성(性)과 관련됐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어차피 뇌물 받은 검사장도 있고,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한 검사장도 있지 않았느냐”면서 “결국 실정법에 따라 판결해야 하는 판사가 오히려 실정법을 어기고 돈을 주고 성을 샀다는 사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직 부장판사의 성매매 경위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도 궁금증이 일고 있지만 경찰과 대법원을 서로 다른 속사정으로 인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함구하고 있다. 사진은 대법원 전경. 일요신문 DB
대법원도 직무연관성이 없는 만큼 개인적인 일탈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고교 동창들과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길에 길거리 전단지를 보고 성매매 여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오피스텔로 가서 20만 원 상당의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가졌다는 게 경찰과 대법원을 통해서 흘러나온 사실관계다. 경찰은 수사 중이라고 하지만, 대법원은 일단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안도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 내부에서는 이런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법원의 한 인사는 “성매매를 하게 된 과정을 언론 보도 등을 통해서 봤는데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히 “전단지를 보고 전화를 해서 찾아갔다고 했는데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안 된다”면서 “성매매 여성이 나오는 술집에서 2차를 가면 몰라도 멀쩡하게 집에 가다가 현직 판사가 전단지를 보고 직접 전화해서 찾아갔다는 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거나 평소에도 그런 식으로 성매매자와 접촉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가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법원의 다른 관계자도 “술은 고교 동창들과 마시고 혼자서 성매매를 했다는 건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면서 “문제의 부장판사 혼자서가 아니라 같이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다 같이 갔을 것 같은데 무슨 이유에선지 그 부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어떤 경위로 성매매를 하게 됐는지가 밝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업주가 있다고 하니깐 그 업주를 조사해보면 어떤 경위에서 성매매를 하게 됐는지가 드러날 것”이라며 “성매매 당시 함께 간 사람들이 있는지, 경찰에 적발된 것은 어떤 경위에 의해서인지 등도 수사를 통해서 드러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길거리 음란행위를 했던 김수창 전 검사장의 경우 정신질환으로 몰아가 여론의 비난을 어느 정도 피할 여지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현직 부장판사가 직접 돈을 주고 성매매를 한 것이라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하지 않을 경우 불필요한 억측들이 난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이나 대법원은 현재 서로 다른 속사정으로 인해 더 이상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해선 일체 함구하고 있다. 우선 경찰은 자칫 현직 부장판사를 표적 수사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입조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직 부장판사의 성매매 사실이 알려진 직후 경찰이 어떻게 적발했는지를 놓고 여러 가지 설들이 분분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그 현직 부장판사를 표적 수사할 이유가 없다”면서 “단속이야 상시적으로 하는 것인 만큼 그날 단속하는 그 자리에 해당 부장판사가 있었던 게 불행한 일이지 경찰이 표적 수사를 했다는 것은 지나친 얘기”라고 말했다.
대법원 내에선 동정론이 많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원 내부에선 신망이 두터웠던 사람인 것 같다”며 “성매매 사실이 알려진 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얘기하더라. 평소 점잖고 성실한 사람으로 통해서 재수 없게 걸렸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다보니 대법원도 겉으로는 엄중하게 대처하는 것처럼 보여도 내부에선 동정론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조직에서 징계를 받고, 옷을 벗는 그런 것보다는 본인이 앞으로 지고 가야 할 개인적인 책임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는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하는 판사가 실정법을 어긴 것에 대해 조금 더 문제의식을 갖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