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을 먹을 때는 우유나 주스보다는 한 컵 정도의 물을 함께 먹는 것이 가장 좋다. | ||
이처럼 약에 따라 약효를 떨어뜨리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강하게 만들어 피해야 할 음식이 있다.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먹는 약인 만큼 좀 더 주의를 기울여 보자.
먼저 약을 먹을 때는 우유나 주스 등보다는 물과 함께 먹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물을 조금만 마시거나 아예 물 없이 약을 그대로 삼키는 경우가 많다. 뜨거운 물보다는 상온의 물이 좋고, 한두 모금의 물만 마셔도 약을 삼킬 수는 있지만 1컵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특히 위장장애가 심한 사람은 물을 충분히 마셔야 식도나 위를 자극하지 않는다.
또 같이 사용해서는 안 되는 약이 있는지도 체크해야 한다. 6세 이하의 어린이가 비타민제인 아이소트레티논과 신경안정제인 디아제팜을 같이 먹으면 불안, 우울증을 보일 수 있다. 또 무좀약과 감기약을 함께 복용하는 것도 절대 금물이다. 무좀약인 케토코나졸의 경우, 무좀 억제 효과와 함께 감기약 속의 터페나딘을 독성이 없는 다른 물질로 몸에서 변화시키는 효소작용을 억제시켜 위험하다. 드물기는 하지만 두 가지 약을 함께 복용한 후에 심장에 문제가 생겨 심장 부정맥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보도된 적도 있다.
우유-제산제 감기약 등 성분 칼슘 때문에 그냥 배출
식사 후에 복용하라는 약을 먹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 사정상 식사를 못하는 경우, ‘우유라도 마신 후에 약을 먹는 게 낫겠지’하는 생각으로 우유를 마신 후에 약을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유나 치즈,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에는 칼슘이 많은데, 제산제나 감기약, 변비약, 일부 항생제 등과 함께 먹으면 약효가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그냥 배출된다. 우유 속의 칼슘성분이 약 성분과 결합해 체내에 흡수되는 양이 줄어드는 것이다. 노루모나 메디자임, 아진탈 등과 같은 소화제도 마찬가지다.
주스-고혈압치료제 항불안제 자몽주스와 복용 금물
과일주스나 콜라, 사이다 등의 탄산이 함유된 음료 역시 약과 함께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약이 몸에 흡수되기도 전에 녹여버릴 수가 있다. 특히 고혈압 치료제인 스플렌딜(성분명은 펠로디핀), 노바스크(암로디핀), 콧물감기나 알레르기 증상에 사용되는 터페나딘, 항불안제인 사낙스(알프라졸람) 등은 특히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안 된다. 서울대의대 약리학교실 장인진 교수는 “약물의 간대사를 방해해 혈압을 떨어뜨리거나 부정맥, 중추신경 억제 작용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몽주스 외에 바나나, 치즈, 청어, 인삼, 마늘 등도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할 때는 피해야 할 음식들이다.
오렌지주스는 제산제와 궁합이 나쁘다. 겔포스 같은 제산제의 주성분인 알루미늄 성분이 체내로 흡수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예외가 있다면 철분제의 경우에는 오히려 오렌지주스와 같은 산성 주스와 함께 먹으면 흡수가 잘 된다.
차-타닌 성분이 비타민제 철분제 체내흡수 방해
누구나 한두 가지 복용하는 게 비타민제. 녹차나 홍차 등의 타닌 성분은 비타민제의 약효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타닌 성분이 비타민이나 기타 약물을 흡착해 체내 흡수를 감소시킨다. 타닌 성분은 철분의 흡수도 방해한다. 빈혈 치료를 위해 철분제를 먹는다면 차는 되도록 마시지 않는 게 좋다.
타닌 외에 카페인 성분도 약과는 궁합이 나쁘다. 카페인이 든 커피, 홍차, 우롱차 등은 강심작용이나 이뇨작용 등으로 약효를 떨어뜨리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강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커피처럼 카페인이 많이 있는 차는 기침약과 함께 마시지 않는다. 기침약에 들어 있는 에페드린 성분이 카페인과 만나면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콜라, 초콜릿에도 카페인이 많다.
술-약효 떨어뜨려…때론 과하게 상승시켜 위험
양약이든 한약이든 약을 먹을 때 술을 마시면 약효가 떨어진다는 것은 이미 상식. 예를 들어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술을 마시면 안면이 붉어지거나 두통, 구토, 메스꺼움 등으로 고생하거나 저혈당, 저혈압이 될 위험이 있다. 감기약이나 수면제·진정제 등을 복용하면서 술을 자꾸 마시면 약이 잘 분해되지 않는다.
반대로 술로 인해 약효가 증가하는 약도 있다. “중추신경 억제작용을 하는 정신작용 약물이나 항히스타민제 등은 중추신경 억제작용으로 졸음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 호흡까지도 억제한다. 고용량의 타이레놀 같은 간독성 약물도 알코올 중독자에게 부작용이 더 잘 나타난다”는 것이 장인진 교수의 설명이다.
우울증 치료에 쓰이는 항불안제도 마찬가지다. 맥주와 함께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맥주에 들어있는 타라민 성분이 약물과 반응해 위험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항우울제 중에는 와인, 요구르트, 치즈 같은 발효식품이나 바나나와 함께 먹는 것을 피해야 하는 것도 있다. 갑자기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
담배-흡연여성 피임약 복용 혈전증 부작용 우려
흡연자라면 자신이 복용하는 약이 흡연으로 인해 약효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의 위험이 커지는지도 체크한다. 약을 복용하면서 담배를 피울 경우 간에서 약이 빠르게 대사되기 때문에 약효가 떨어진다. 예를 들어 흡연자가 테오필린 성분이 들어있는 천식약을 먹을 때는 비흡연자에 비해 많은 양을 먹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흡연이 간의 효소작용을 항진시켜 대사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또 흡연을 하는 여성이 여성호르몬 성분이 든 피임약을 복용하면 혈전증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외에도 고등어나 꽁치, 청어 등 몸에 좋은 등 푸른 생선과 맞지 않는 약도 있다. 천식 약복용하는 환자라면 주의해야 한다. 간질 환자는 조미료를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 전신 무력감을 나타날 수 있다.
한약을 복용할 때도 가릴 음식이 몇 가지 있다. ‘한약을 먹을 때 무를 먹으면 머리가 희어진다’는 말도 있지만 무는 숙지황, 하수와 같은 약재가 들어간 한약과는 맞지 않는다. 무가 자라는 곳에는 숙지황이 자라지 못할 만큼 상극이기 때문이다. 성질이 찬 돼지고기도 삼가는 게 좋다. 체내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약의 효과가 떨어진다. 녹두, 숙주나물, 콩나물 등도 한약 먹을 때 피하는 식품이다. 녹두 속의 아스파라긴산 성분이 몸에 나쁜 독은 물론 약재의 좋은 성분까지 분해하기 때문이다.
송은숙 건강 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서울대의대 약리학교실 장인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