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암을 이겨내는 사람들’ 이정갑 회장의 암은 부인의 죽음과 함께 시작되었다. 밤낮으로 아내의 의료사고를 밝히기 위해 매달리느라 너무 무리를 했는지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왔다. 며칠 증상이 계속되다 사라지기에 처음에는 ‘별일 아니겠지, 너무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다.
하지만 몇 번 증상이 반복됐다. 뭔가 이상했다. 진단 결과 방광암이었다. 그것도 말기였다. 발견 당시 종양의 크기는 8×6×6cm로 방광 전체 면적의 5분의 2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컸다.
의사는 예상 생존기간이 고작 6개월 정도라며 지금 당장 수술을 하자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암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의사의 말대로 수술부터 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주변에서 수술, 항암치료를 하고도 낫지 않는 경우를 봐온 터라 내키지가 않았다.
죽더라도 암이 뭔지나 알고 죽자는 마음으로 암이라는 병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 다음에 내린 결론은 대체의학적인 방법이었다. 자신의 진료기록을 복사해서 일본의 의사들을 만나 치료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두루 들은 다음, 중국으로 건너가 중의학적 치료를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암에 좋다고 하는 민간요법, 한의학, 대체의학적인 방법을 스스로 공부해가며 암과 싸워나갔다.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동서양의학, 민간요법을 막론하고 잘 병행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여겼다.
투병 과정에서 종양 때문에 뇨관이 막혀 소변이 나오지 않아 결국 수술을 받기도 했다. 수술 후의 항암치료는 일체 받지 않았다. 유서를 미리 써둔 채 지리산에 들어가 1년 반 동안 쑥뜸을 뜨며 생활한 적도 있다. 그렇게 하기를 몇 년,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그는 9년째 건강하게 살고 있다. 현재는 한국 암을 이겨내는 사람들(www.a-m.or.kr)이라는 암환자단체를 만들어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대부분의 암환자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먼저 스스로 자신의 병에 대해 공부한 다음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해요. 병원이나 의사, 가족, 친구들이 아닌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환자 스스로 의지를 갖고 암에 대해 공부하고 현재 받는 치료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미리 알고, 다른 방법은 없는지 스스로 찾아서 암과 싸워야 합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