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충방제 전문업체 직원이 침구류의 세균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제공=세스코 | ||
하지만 사실을 알고 보면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 자는 동안 땀으로 젖기 쉬운 베개나 이불, 침대 매트리스 등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세균이 득실거린다. 집먼지진드기나 집먼지진드기의 사체, 각종 곰팡이, 세균 등이 그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이들의 알레르기 질환도 심해지기 십상이다.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밤마다 긁어대거나 비염으로 코막힘·재채기 등으로 고생하는 자녀가 있다면 베개·이불 등의 침구는 물론 세균이 서식하기 쉬운 환경을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집먼지진드기. 여덟 개의 발이 달린 거미과의 미세해충인 집먼지진드기는 크기가 0.3mm에 불과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주로 사람의 피부에서 떨어지는 각질이나 비듬, 때 등을 먹고 산다. 식물의 꽃가루나 각종 먼지, 심지어는 자신의 배설물이나 동료의 사체까지도 집먼지진드기의 먹이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충박멸업체인 세스코의 손영완 기술연구원은 “베개나 이불, 침대 매트리스 외에도 천으로 된 소파나 카펫, 두꺼운 커튼 등에 집먼지진드기가 많이 서식한다”며 “1g당 평균 1백 마리 정도가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호흡기를 통해 집먼지진드기 또는 배설물을 흡입하는 경우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 아토피성 피부염 같은 여러 가지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5명 중 1명이 앓고 있다는 알레르기성 비염의 주원인도 집먼지진드기이고 천식도 마찬가지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김유영 교수에 따르면 천식의 가장 흔한 원인물질이 바로 집먼지진드기이고 곰팡이나 바퀴벌레, 애완동물의 비듬·털, 꽃가루도 한 원인이다.
영국의 맨체스터대학 연구팀이 지난해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18개월 이상 사용한 베개 10개를 조사했더니 천식 유발균 등을 비롯해 무려 16개의 유해한 곰팡이균이 검출되었다. 특히 일부 합성섬유 베개에서는 폐에 침투해 치명적인 폐질환의 일종인 아스퍼질루스증을 일으키는 아스퍼질러스 푸미가투스라는 균이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곰팡이는 백혈병이나 골수 이식 환자들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종 세균과 함께 기분 나쁜 잠을 청하지 않으려면 집먼지진드기를 포함한 각종 세균이 기생하기 쉬운 베개나 이불, 침대 매트리스 등을 보다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어떤 방법이 손쉽고 효과적일까.
△자주 햇볕에 말려준다=맑은 날에 베개 속이나 이불 등을 햇볕에 말리는 동시에 자외선으로 소독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 1회 30분 이상 햇볕을 쪼여주면 세균을 없앨 수 있다. 빛이 강한 오후 2~4시경에 직사광선에 내놓는 것이 가장 좋다. 흐린 날에는 습도가 많아 역효과가 날 수 있으므로 하지 않는다.
베개를 말릴 때에는 베갯잇을 벗기고 말리되, 어느 한쪽만 말리면 세균이 반대쪽으로 도망갈 수 있으므로 뒤집어서 반대편도 잘 말린다. 햇볕에 말린 다음에는 베개를 방망이나 단단한 막대를 이용해 털면 세균으로 범벅이 된 먼지를 제거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또는 얼려서 세균을 박멸하는 방법도 있다. 베개를 통째로 비닐봉지로 꼭 싸서 습기를 차단한 뒤에 하루 정도 냉동실에 얼리면 된다. 역시 세균의 잔해를 털어내기 위해 냉동실에서 꺼낸 뒤에 방망이로 잘 두들겨야 한다.
보통 밤새 자고 일어난 이불은 자면서 흘린 땀으로 눅눅해져서 집먼지진드기가 좋아하는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바로 개기보다는 뒤집어서 1시간 정도 말렸다가 개는 것이 좋다. 베개도 비스듬히 세워서 말린다.
△자주 세탁한다=물세탁이 가능한 한 베개나 침대커버는 섭씨 55℃ 이상의 뜨거운 물로 자주 세탁을 하는 것이 좋다. 머리나 몸에서 떨어진 비듬, 땀에 얼룩진 베개커버는 1주일 한 번 정도, 침대나 매트리스 커버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세탁을 해준다.
스팀청소기로 베개·매트리스를 살균소독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방바닥처럼 빨리 습기가 증발되는 곳은 문제가 없지만 습기가 스며들기 쉬운 베개나 천 소파, 매트리스 등에 사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스팀청소기에서 나오는 스팀이 베개나 매트리스 속에 스며들어 눅눅해지면 진드기, 곰팡이,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게 된다. 따라서 이런 제품에 사용해도 괜찮은 것인지 꼼꼼히 알아본 다음에 사용하도록 한다.
△환기를 자주 시킨다=실내공기가 바깥공기보다 더 오염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하루에 한두 번 정도는 환기를 시킨다. 집안의 창문을 모두 열고 맞바람이 치도록 해서 통풍을 시키는 것이 좋다.
△침실 온도를 낮춘다=집안이 건조하다고 가습기를 틀 때는 침실을 피하는 것이 좋다. 침실의 습도가 높아져 세균, 곰팡이 번식에 적당한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보통 겨울철에는 실내온도를 높이고 반팔 차림으로 지내는 가정이 많다. 하지만 긴팔 차림으로 지내도 좋을 정도로 난방온도를 조금만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나친 난방을 하면 실내온도가 높아지기 마련이고, 높은 온도로 실내공기가 건조해지면 습도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때는 습도가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습기를 열심히 틀게 된다. 이렇게 온도와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세균 번식이 잘 돼 잠자리가 쾌적하기 어렵다.
△전문업체를 이용한다=요즘은 해충박멸업체나 청소대행업체가 많이 생겨나 이곳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해충방제 기술연구소를 갖추고 해충에 맞는 약을 생산하는 세스코의 경우, 해충의 서식 정도를 진단한 다음 고성능 집진기로 진드기 사체와 배설물을 흡입하고 자외선 살균 장비, 인체에 무해한 천연약제 등으로 진드기를 방제한다. 월 회비를 내면 4개월마다 정기관리가 가능하다.
집에서 가까운 전문 청소대행업체를 이용해도 된다. 침대청소박사의 최이두 대표는 “고주파 진동원리를 이용해 분당 3천 회 정도로 두드려 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청소장비로 20~30cm 정도 깊이까지 먼지를 털고 강력한 흡입력으로 뽑아낸다. 또 필요한 경우에는 자외선 살균을 하거나 살균·항균효과가 있는 스프레이로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김유영 교수, 세스코 기술연구소 손영완 연구원, 침대청소박사 최이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