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은 방귀 때문에 고민이라면 가스를 많이 만드는 식품을 멀리해야 한다. 사진제공=을지대학병원 | ||
이처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방귀도 알고 보면 좋은 방귀, 나쁜 방귀가 있다. 얼마나 뀌는 게 정상이고 냄새가 유독가스 수준이거나 소리가 큰 방귀도 괜찮은지, 방귀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재미있는 방귀 상식을 알아본다.
우리 몸 안의 불필요한 가스를 몸 밖으로 시원하게 배출하는 것이 방귀. 자연스런 생리현상 중의 하나지만 흔히 소화가 잘 안 되는 질병 때문에 방귀를 자주 뀐다고 생각하거나 반대로 건강한 사람이 방귀를 많이 뀐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의학적으로는 얼마나 뀌는 것이 정상일까. 보통 건강한 성인이라면 1일 14~25회 정도의 방귀는 정상으로 본다. 하루 동안 배출되는 가스의 양은 적게는 200㎖에서 많게는 1500㎖에 달한다.
을지대학병원 소화기내과 정성희 교수는 “설사 이보다 많은 방귀를 뀐다고 하더라도 다른 증상이 없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섭취한 음식물의 종류, 장에서 가스를 만드는 세균과 가스를 소모하는 세균과의 불균형으로 인해 방귀가 만들어지는 만큼 건강상태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있으면 정상인에 비해 장내 가스 생성이 더 많다는 보고가 있고, 같은 양의 장내 가스에도 쉽게 배가 불러 민감하게 느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횟수가 적더라도 냄새가 심한 방귀라면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방귀는 원래 무색무취 상태로 주성분은 질소(60%), 수소(20%), 산소(10%), 이산화탄소(9%) 등이다. 이외에 메탄가스, 황화수소 등 400여 종의 성분이 조금 들어 있는데, 이 중 메탄가스가 음식물에 들어있는 성분 중의 하나인 황과 결합하면 냄새를 풍기게 된다. 특히 단백질이 많은 식품의 경우 아미노산 성분이 분해되면서 질소와 황을 발생시켜 고약한 냄새의 주범이 된다. 평소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 방귀량은 적어도 냄새가 많이 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냄새 유발 식품으로는 달걀, 생선, 마늘, 양파, 무처럼 맵고 짠 음식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드물게는 직장, 항문질환 때문에 소리가 클 수도 있다.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김효종 교수는 “치질, 항문협착 등의 질환으로 항문이 좁아진 상태일 때도 방귀소리가 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만약 방귀와 함께 설사 등의 대변이상이나 복통, 식욕부진, 체중감소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찾아 대장내시경 등의 관련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난감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종종 방귀를 참아야 되는 경우가 있다. 참은 방귀는 어떻게 될까. 일부는 항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출되지만 나머지는 시간이 흐르면 대장 점막의 모세혈관을 통해 혈액 속으로 흡수된다. 방귀 양이 많으면 소장의 모세혈관으로까지 역류한다. 혈액으로 들어간 방귀는 온몸을 돌게 된다. 일부는 신장에서 처리돼 오줌으로 바뀌고, 나머지는 폐의 모세혈관으로 이동해 호흡할 때 입과 코로 빠져나온다. 그래서 검사해 보면 날숨에서 방귀냄새의 성분인 황화수소와 메틸메르캡테인 등의 가스가 검출되기도 한다. 날숨 속에 포함된 수소는 장내 균인 박테리아 대사에 의해 발생한다. 날숨에서 수소가 검출된다는 것은 곧 장내 가스가 혈액을 타고 폐까지 이동했다는 증거인 셈이다.
따라서 방귀를 너무 참기보다는 불필요한 체내 가스인 만큼 적절하게 배출하는 게 좋다. 참고로 방귀 속의 벤조피렌과 나이트로자민이라는 가스는 강력한 발암성 물질로, 방귀를 참으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흥미로운 주장도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김효종 교수, 을지대학병원 소화기내과 정성희 교수